한 가닥 희망을 가져보고자 한다.

한 나라의 경제력 지표라는 1인당 GDP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8년 3만2천 달러 수준으로 4만 달러의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며 유럽의 스페인보다도 높다. 역사상 가장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낮지 않을까 생각된다. 방송과 신문을 보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각종 강력 사건, 부모자식, 친구, 이웃 간의 끔찍한 살인, 묻지 마 살인, 마약, 도박, 게임 중독, 성 폭력 등으로 도배된 뉴스를 보기가 두려운 세상이다.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던 우리의 공동체는 어디 가고 사람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재벌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다른 노동자 사이의 갈등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환경에 대한 무지, 무관심과 착취로 인해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되어 눈에 띄게 무더운 여름, 가뭄, 홍수 등의 기상 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과학자는 인간 때문에 이미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까지 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이 있었다. 우리 후손은 더 나은 미래에서 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미래에 대해 심각한 불안이 있다. 하버드 대학 교수 ‘오레스케스’가 말한 바와 같이 인류 문명의 몰락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올 수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 김장락 진주 녹색당 당원, 경상대 의대 교수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보고자 한다. 아직은 덜 조직되어 미약하고 힘이 없어 보이지만 차별 없는 세상을 원하고, 환경과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이 있기에 꿈을 꾼다.

나는 무엇보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이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삼시세끼 굶지 않으며, 부담 없이 맛있고도 건강에 좋은 유기농 쌀과 채소, 과일을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사는 적정 수입도 벌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보람되는 일로 여겨져 최고 인기 있는 직업이다. 사람들은 명상, 걷기와 신체활동, 책읽기, 그리고 서로 어울려 모이기를 즐겨 한다. 어린이는 원 없이 놀고 사랑받고 행복하다. 청년들은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하고,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을 받는다. 설령 일자리를 못 구한다 해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은 받는다. 아픈 사람은 누구나 부담 없이 병의원을 방문하고 최상의 진료를 받는다. 육체가 늙고 병들거나 치매가 들어도 생의 마지막을 수용소 같은 요양병원이 아닌 사생활이 보장되는 집에서 보낸다. 노인이 좀 정신이 없더라도 돌봐주고 말 걸어 주고 길을 잃으면 집까지 데려다 주는 주민이 사는 동네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축구를 잘하고, 손흥민, 방탄소년단, 류현진이 있어서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고 차별이 없어서 부러움을 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나라에서는 성별, 나이, 성적 지향, 피부색, 종교, 장애 또는 정치 성향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다. 권력, 돈, 또는 물리적 힘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없는 평화로운 곳이다. 경제 성장을 금과옥조로 ‘돈, 돈, 그리고 돈’을 외치는 시장근본주의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하고 개, 고양이, 바퀴벌레 뿐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잘 살아가는 새로운 정치경제 체제의 나라이다. 아! 또 있다. 남북한이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한 국가 이웃처럼 자유로이 왕래하고 교류한다.

무엇보다 나는 인류와 뭇 생명의 어머니, 지구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제 수명을 다했으면 좋겠다. 인간뿐만 아니라 온갖 동, 식물, 그리고 미물까지 모든 생명이 태양이 식어 지구도 생명을 다하는 그날까지 종을 보존한다. 전쟁, 폭력, 이상 기후, 기아, 질병의 유행 같은 강제적이거나 외부적인 이유가 아닌 자발적인 가족계획에 따라 인구는 감소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만으로 인간의 필요가 충족된다. 그래서 더 이상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지 않고, 바다 속 산호의 떼죽음은 중지되고 바다 생물이 플라스틱 때문에 생명을 잃지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지리산 공기를 구입할 필요가 없고 외출할 때마다 숨막히게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꿈꾸는 이러한 미래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이상적이서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땅에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새로운 독재 권력이 들어서는 것은 단호히 배격한다.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정치를 하고 싶다. 가까운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위기가 코앞에 닥친 현실을 직시하고 지구의 운명을 걱정해서 삶의 양식을 전환해야 함을 깨닫는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조건이다. 에어콘으로 가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닌 파국적인 지구온난화와 자원 부족이 눈앞에 닥치면 인류의 대각성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우루과이의 존경 받는 전 대통령 ‘호세 무이카’의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 앞에 놓인 큰 위기는 환경의 위기가 아닙니다. 그 위기는 정치적인 위기입니다.”

그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바로 우리가 해야 한다. 나의 꿈을 여러분에게 말하는 이 순간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느낀다. 우리 함께 이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가자.

이 일은 세상을 일시에 뒤집는 혁명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부터 실천함으로써 가족, 이웃, 그리고 사회가 함께 바뀌는 ‘나부터 삶의 양식을 전환’하는 운동으로부터 우리의 정치를 시작하자. 내가 좋아하는 시를 인용한다.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이 글은 경남 녹색당 정치학교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2019년 7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녹색당 진주모임에서 녹색칼럼을 연재합니다. 지속가능한 지구에서의 삶, 기후이상, 전환적 삶의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겠지요. 그 첫 글로, 김장락 님의 “내가 바라는 미래”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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