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산하 공기업 기관장 연봉, 최저임금 7배 이하로 묶는 조례 발의준비 중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는 있는데 왜 최고임금 상한제는 없을까?” 날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의당이 최고임금 상한제를 도입해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 광역의원단은 서울, 충남, 전북, 제주, 경남 등에서 ‘공공기관 최고임금 조례(일명 ‘살찐고양이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이영실 도의원(정의당, 비례)이 지난 9일 5분 발언으로 살찐고양이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조례는 경남도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11곳의 기관장 연봉이 최저임금 연봉의 7배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현재 경남도 산하 공공기관 11곳 가운데 경남마산의료원을 제외하고는 기관장 연봉이 최저임금 연봉의 7배를 넘지 않지만, 소득불평등을 예방하는 측면에서 이같은 조례가 필요하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17일 <단디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심상정 의원이 3여년 전에 민간기업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 연봉의 30배 이하로 묶는 살찐고양이법을 발의했지만, 국회서 통과되지 못했다. 지역에서 먼저 살찐고양이조례를 만들어 법 제정에 힘을 보태고, 이를 통해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조례 제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공기업은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기관장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공기업이 먼저 나서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사회전반으로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움직임이 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에서 지난 4월 제정되기도 한 ‘살찐고양이조례’,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경남에도 이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이영실 도의원의 입장을 들어봤다.

 

▲ 이영실 경남도의원(정의당)

다음은 이영실 경남도의원(정의당, 비례)과의 일문일답

- 살찐고양이조례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같은 조례를 발의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지난 5월에 정의당 광역지방의원들이 다 모였는데, 그 자리에서 심상정 의원이 3여년 전 발의한 살찐고양이법 이야기가 나왔다. 3여년 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지방에서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만들어 먼저 적용하고, 분위기를 몰아 법도 제정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조례 제정을 언제까지 하자든지 하는 것은 정하지 않았지만, 가능한데부터 하자는 뜻을 모았다. 그래서 경기도, 서울, 전북, 충남, 제주, 경남이 추진하게 된 것이다. 서울 쪽은 공동발의가 된 상황이고, 경기도는 본회의에서 조례가 통과됐다. 부산은 이미 조례가 제정됐다. 경남도 이 움직임에 함께 하고자 한다.”

- 살찐고양이조례는 공공기관 임원 연봉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7배 이하로 묶자는 건데, 왜 7배인가?

“민간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임금이 최저임금의 180배 정도에 달한다. 각 기업 내부 직원들과의 격차는 35배 정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심삼정 의원이 최고경영자의 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정도로 묶자며 살찐고양이법을 발의한 걸로 아는데, 우리도 비슷하다. 공공기업은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 임원들 보수를 사기업보다는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경남도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11곳인데 이곳 기관장들의 평균 임금은 9300만 원에 달한다. 최저임금 연봉의 4.4배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기관장은 최저임금 연봉의 7.1배 정도를 받는다. 현실적인 조례가 되려면 각 기관장이 현재 받는 임금을 고려해야 했고, 6배 혹은 7배를 생각하다 결국 7배로 결정했다.”

- 최저임금의 7배 이상 연봉을 받는 곳은 마산의료원이다.

“그렇다. 그런데 다른 지역을 봐도 보통 의료원장의 임금이 높다. 충남의 경우는 최저임금 연봉의 25배 정도 된다. 이들이 고액연봉자인 의사이기도 하고, 민간병원과 달리 병원장이라고 하더라도 경영과 수술 모두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다른지역도 보통 의료원장의 임금이 높은데, 이미 주어지고 있는 임금을 깎아내리기는 좀 힘들다. 특히 의료원장의 경우는 다른 기관장도 좀 다른 부분도 있고, 의료원장의 임금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기관장 간 임금 차가 크다는 점도 숙제다. 경남청소년지원재단 기관장의 연봉은 5천여만 원에 불과한데, 앞서 이야기한 경남마산의료원장의 경우 1억5천여만 원에 달한다.”

- 경남도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11개 가운데 기관장 연봉이 최저임금의 7배 이상 되는 곳은 한 곳뿐인데, 조례가 통과된다면, 어떤 효력이 있을까?

“조례는 예방적 측면에서 만든 것이다. 향후 기관장 연봉을 적정수준으로 묶어놓기 위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조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조례가 통과된다고 해서 소득양극화 해소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조례는 상징성이 있다. 최저임금 상승 없이는 최고임금 상승도 없다는.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면 임금이 적은 사람들의 임금도 함께 올려야 한다는 그런. 최근에 최저임금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같은 조례가 제정되면 최저임금 인상과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생계문제 해결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 본다.”

- 그런데 공기업 기관장 연봉이 정체되면(낮아지면) 좋은 인재들이 공공기관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체로 공기업 기관장들은 공기업이라는 걸 염두하고 오는 사람들이다. 연봉만을 보고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앞서 말했듯이 공기업 기관장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싶으면 최저임금을 높이면 된다. 이 때문이라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되지 않을까”

- 이 조례를 ‘살찐고양이조례’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

“1928년 미국의 프랑크 켄트라는 저널리스트가 <정치적 행태>라는 책을 출간하며 이 이야기를 처음 썼다. 살찐고양이는 몸집이 커져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자꾸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탐욕스럽다. 이처럼 임금삭감, 구조조정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운데도 거액의 연봉, 보너스를 챙기는 자본가들을 프랑크 켄트는 ‘살찐고양이’에 빗대어 비판했다. 탐욕스럽다는 것이다. 여기서 ‘살찐고양이’라는 이름을 차용했다. 물론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 용어가 좀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 해외에서도 이같은 법이 제정된 사례가 있나?

“살찐고양이라는 말은 프랑크 켄트의 저작이 나온 뒤 통용돼 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 용어의 등장과 함께 이걸 사회적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제도가 마련된 곳이 꽤 있다. 먼저 프랑스의 경우는 공기업 임원 최고연봉이 최저임금 연봉의 20배 이상을 넘지 않는다. 유럽은행은 임원 보너스가 급여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한다. 미국은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중간관리자의 몇배인지 매년 공개하고 있다. 스위스는 이 문제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국민들이 임금 규제에 반대했다. 대신 성과급은 많이 주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6년치 보수에 상당하는 벌금 혹은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처벌 규정이 세다”

- 조례 통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시민들 반응은?

“조례가 통과될 때 예산문제가 거론이 많이 되는데, 이건 예산이 필요한 조례가 아니다. 다른 당 의원들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 본다. 이런 문제일수록 많은 동료 의원들이 공감해서 공동발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30명 이상의 공동발의로 법안을 상정하는 게 목표다. 시민들 반응은 아쉽게도 별로 접해보지 못했다. 5분 발언을 했던 때가 지방선거가 끝난 지 1주년이 되던 때였고, 그러다보니 다른 쪽에 언론이 관심을 많이 가져 시민들이 잘 몰랐던 것 같다.”

- 앞으로 경남도 의회만이 아닌 기초자치의회에서도 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창원과 거제에 있는 우리당 의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곳에서도 경남도 조례가 제정되면 현지 상황에 맞게 조례를 제정할 거다. 다만 경남의 기초자치의회 가운데 정의당 의원이 있는 곳이 두 군데 밖에 없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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