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다듬어 미래세대에게 전달하자”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진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살아 온 지 올해로 서른다섯 해 째이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진주에서 보냈다. 진주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저 바쁜 대도시에서보다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서 매사에 마음이 조금은 더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진주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바쁘지 않아서 아이들을 덜 재촉하면서 키울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풍부한 자연환경과 역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향의 기억을 갖게 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고향의 기억은 삶에서 고단함을 느낄 때 큰 위안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 강문순 발행인

1981년 경 진주에 와서 살게 되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처음 진주를 방문했을 때 받았던 첫인상은, 참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하며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도시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진주 중심을 통과하며 유유히 흐르는 넓은 강은 이방인인 나조차도 넉넉히 품어줄 듯 푸근했고, ‘시내’라는 곳은 번화하고 소란스러운 낯선 거리가 아니라 오밀조밀하고 공동체가 살아 있는 마을이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남강 변 뒤벼리의 경관이란! 깎아지른 절벽과 널따란 강을 양쪽에 끼고 그 사이를 버스를 타고 지나가거나 걸어서 지날 때의 느낌은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주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이러한 첫인상은 무뎌지기도 했지만 반대로 더 깊어지기도 했다. 처음 보았던 ‘시내’와 뒤벼리의 풍경과 인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진주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들을 접하며 진주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진주가 안고 있는 여러 산과 호수,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지리산과 또 다른 산들, 그리고 바로 이웃 삼천포에 있는 바다는 진주가 가지고 있는 풍요로운 자연 환경이다. 그런 자연환경 속에서 수 천 년을 이어온 진주의 오랜 역사, 그리고 그 역사가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문화 자원, 진주가 가지고 있는 변혁의 정신 등은 진주의 소중한 자원이다. 진주는 이처럼 가진 것이 참 많은 도시이다.

그런데 이 풍요로운 역사와 자원을 가진 진주가 그 역사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타까움은 더 깊어지고 있다. 다른 어느 도시나 고을 못지않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나 고을들은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내고, 조그마한 유적이라도 발견이 되면 그것을 키워서 자신의 도시를 드러내려고 하는 반면에 진주는 그러한 면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정촌 뿌리 산단 공사 현장에서 발견되어 단디뉴스가 심층적으로 다루었던 ‘세계 최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 현장만 해도 그렇다. 다른 도시에서라면 지방정부든 시민이든 할 것 없이 이것을 기회로 보고 자신의 도시를 더 드러내고 더 홍보할 거리로 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터이다. 화석단지를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유지하려는 노력과 그것을 통해 진주의 이야기를 활성화시키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벌써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주에서는 이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만이 애를 태우면서 노력하고 있을 뿐 진주의 중심과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런 자원을 실무적으로 잘 살려내야 할 지방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많이 안타깝다.

많은 지자체에서 지역민들의 주된 먹거리로 추구하고 있는 관광산업에 대한 태도에서도 역시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주는 스쳐지나가는 관광지이다. 진주에서 하루, 이틀 묵으면서 관광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라는 시민들의 주장을 접한 지도 벌써 몇 십 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진주는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다. 진주시는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풍요로운 역사와 자연 환경 속에서 그 혜택을 받으며 살아온 우리에게는 또 그만큼의 책임이 있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펼쳐나가고 자원을 활용하여 미래에까지 전달해야 할 책임 말이다. 그러려면 우선 진주가 가진 역사와 자원을 세밀히 살펴보고 그것을 드러내고 활용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원을 펼쳐내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진주를 오래,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진양호 르네상스, 복합 문화 예술 공원 조성 등의 지역 개발 프로젝트부터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겉모습만 꾸미는 개발 위주의 방식이 아니라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을 수 있는 방식으로, 진주 시민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