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면 냉면이 떠오르듯 여름하면 떠오르는 클래식 음악.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을 꼽으라할 때, 보통 주저 없이 냉면을 꼽는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에도 냉면같은 음악이 있다. 여름에도 서늘한 느낌이 나는 북유럽의 음악들인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곡이 아마 시벨리우스의 곡들이 아닌가 싶다. 핀란드의 작곡가 쟝 시벨리우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교향곡 제2번은 항상 내 곁에 있는 음악이다.

시벨리우스는 7개의 교향곡을 썼는데 가장 자주 연주되는 것이 두 번째와 다섯 번째 교향곡이다. 그리고 교향시 핀란디아가 유명한데 1899년 시벨리우스가 나이 34세 때 초연한 “Finlandia”는 러시아의 압제 아래 시달리고 있던 조국 핀란드의 독립정신을 고취할 목적으로 작곡된 곡이었다. 그 때문에 러시아 관헌에 의해 핀란드 국내에서의 연주가 금지된 일도 있었다.

 

전에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언젠가 Finland(ia)에 가서 Finlandia 보드카 한 잔 하며 Finlandia듣는 것은 어떨까’하는... 핀란드의 대표 보드카가 Finlandia이고 핀란드의 대표 작곡가의 곡인 Finlandia이지 않은가!

각설하고. 교향곡 제2번을 냉면에다 비유한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들으면 서늘한 느낌이 냉면 육수를 들이킬 때의 그 맛이랄까? 우리가 더위를 잊는 방법이 여럿 있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는 것, 그리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마음과 느낌으로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지 싶다.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북유럽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학습을 해왔으니 그런 면도 있을테고 그 동네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으니 그들의 작품에서 그게 자연스럽게 나타나 더 그런 것 같다. 그 중 이 음악은 마음속으로 북구의 차가운 공기를 떠올리며 들을 수 있다 생각한다.

특히, 1악장의 도입부는 물냉면을 먹기 전 코끝이 찡하게 다가오는 육수의 맛이랄까? 클래식 음악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1악장 정도만 들어도 충분하다. 이 음반은 핀란드와 스웨덴 지휘자들과 악단의 명반들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영국의 지휘자들과 악단에서 명연들을 많이 남겼다.

그 중 내가 가장 자주 듣는 음반은 존 바비롤리와 로열 필하모니의 연주(Chesky)이다. 물론 존 바비롤리는 할레오케스트라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집을 훌륭히 남기기도 했다. 단 이 음반들이 구하기 어렵다면 앞서 소개한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들의 음반을 사는 게 좋다.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연주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 유카-페카 사라스테(FINLANDIA), 피에르 몽퇴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파울 클레츠키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WARNER CLASSICS)등이다.

이 찌는듯한 더위에 냉면도 한 그릇 먹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냉면 같은 음악, 재미나는 책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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