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박물관 7월 16일부터 8월 25일까지 특별전시회 열어

“1592년 9월 8일 조선군은 일본군에 빼앗겼던 경주성을 탈환하기 위한 공격을 시작했지만, 성벽을 넘고 승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지휘관 박진이 완구에 동그런 쇳덩이를 넣은 뒤 성안으로 발사했다. 일본군은 이것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자, 장난치듯 쇳덩이를 발로 치고 공처럼 굴려댔다. 그때 쇳덩이가 큰 굉음과 함께 갑자기 폭발했다. 안에서는 작은 쇳조각이 별 조각처럼 뿜어져 나왔다. 군사 수십여 명이 즉사했다.”

 

▲ 비격진천뢰(사진 = 국립진주박물관)

이 내용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비밀병기였던 ‘비격진천뢰’의 활약상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경주성 탈환전투의 한 부분을 각색한 것이다. 비격진천뢰는 무쇠로 만든 탄환 속에 화약과 쇳조각을 넣어 폭발시키는, 폭발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었던 16세기 우리나라 최첨단 무기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한폭탄’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등장한 이 무기는 명나라나 일본도 알지 못했던 조선의 독창적 무기로 ‘비밀병기’, ‘귀신폭탄’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비격진천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진주시민들에게 생긴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19년 조선무기 특별전 ‘비격진천뢰’를 개최한다. 특별전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모든 비격진천뢰와 완구(발사기)를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비격진천뢰는 보물 제860호(서울 창경궁 발견 추정)로 지정되는 등 전국적으로 5점만이 전해지다, 2018년 고창군과 호남문화재연구원이 진행한 전북 고창 무장현 관아와 읍성 발굴조사에서 11점이 무더기로 발굴돼 주목을 받았다.

 

▲ 비격진천뢰 내부 구조(사진 = 국립진주박물관)

특별전 ‘비격진천뢰’는 1부 영상과 2부 실물전시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귀신폭탄-비격진천뢰’라는 주제의 영상을 상영한다. 16미터의 대형스크린, 바닥에 프로젝션 영상과 반응형 센서를 접목시킨 최신 몰입형 영상으로 임진왜란 전투 장면을 생생히 묘사한다. 특히 센서로 움직이는 비격진천뢰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며 흥미로움을 더할 예정이다.

2부는 ‘문헌 속 비격진천뢰’, ‘비격진천뢰와 완구’, ‘현대 과학이 밝혀낸 조선의 첨단무기’라는 세 개의 주제로 구성했다. ‘문헌 속 비격진천뢰’ 코너는 ‘징비록’, ‘향병일기’, ‘정한위략’ 등 문헌 속에 등장하는 비격진천뢰를 소개한다. 임진왜란 당시 관군과 의병이 비격진천뢰를 사용한 이야기를 생생히 전한다. 조선왕조실록 등 10여 편의 문헌 기록을 토대로 제작한 영상도 소개한다.

‘비격진천뢰와 완구’에서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모든 비격진천뢰와 완구를 전시한다. 보물 제860호로 지정된 창경궁 비격진천뢰를 비롯해 장성, 하동, 진주, 창년, 고창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이 소개된다. 비격진천뢰의 발사기인 완구도 국내에 전하는 3점 모두를 선보인다.

‘현대과학이 밝혀낸 조선의 첨단 무기’에서는 조선시대 무기 해설서인 ‘화포식언해’와 ‘융원필비’에 나오는 비격진천뢰 내용을 소개하며 실물 비격진천뢰와 비교한다. 그간 알지 못했던 비격진천뢰의 제작 및 조립 과정도 영상과 3D프린터 복원품으로 상세히 소개한다. 체험 공간에는 비격진천뢰를 조립하고 발사하는 게임을 설치해 관람객을 흥미를 돋울 예정이다.

진주박물관 관계자는 “임진왜란 당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는 염원으로 비격진천뢰를 선조들이 발명해냈다. 그 속에 담긴 새로운 기술을 오늘날의 과학으로 재조명한 것이 이번 전시”라며 “비격진천뢰에 담긴 구국의 마음과 우리 선조의 지혜를 되돌아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비격진천뢰 뚜껑(사진 = 국립진주박물관))

한편 2018년 고창 무장읍성 비격진천뢰 보존처리 과정에서 문헌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비격진천뢰 뚜껑이 처음 확인됐다. 뚜껑은 비격진천뢰가 발사돼 날아가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품이 빠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뚜껑은 직사각형이며 중앙에 꼭지와 함께 두 개의 심지 구멍이 있다. 두 줄의 심지가 사용된 것은 심지 불이 꺼질 확률을 낮춰주는 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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