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을 진주시가 '쉬쉬'하는 이유

"뿌리산단 문제 해결 위해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이은상 기자l승인2019.07.03l수정2019.07.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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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현장공개는 불가합니다. 문화재청 전문가 검토회의는 연기됐습니다. 그만 나가주세요” 진주에서 발견된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배경이다. 뿌리산단측은 화석산지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를 막아섰다.

진주 정촌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렸지만 화석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시행사인 (주)뿌리산단이 관련 정보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다. 기자의 현장출입 통제는 물론 화석 발굴조사 담당교수를 통해서도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 진주 정촌 화석산지 3번째 지층면에서 공룡발자국 화석 7714점이 발견됐다.

지난 4월,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기 위한 문화재청 평가회의가 현장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기자는 이날 현장잠입에 성공, 전문가 검토회의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 번째 지층면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수만 7714점이었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볼리비아의 5050여 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 이 사실을 <단디뉴스>에서 보도했다.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 이은상 기자

“귀하의 언론 인터뷰로 사업전반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계약상 기밀유지 위반사유로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화석산지 언론통제는 또 이어졌다. 화석산지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담당교수를 통해서다.

뿌리산단측이 언론노출을 통제하는 내용의 공문을 담당교수에게 보내 논란이 됐다. 화석산지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업 시행자는 관련 정보를 알리는 것을 통제하려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가 뭘까?

문제는 개발자인 사업 시행자가 문화재 보호를 위한 발굴조사 및 보존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현행제도에 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발굴조사 비용은 사업 시행자가, 보존비용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관리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시행자는 공사현장에서 매장 문화재가 출토되면 사업진행의 걸림돌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문화재 보호를 위한 발굴조사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기 힘들고, 그 과정 또한 시민들에게 공개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뿌리산단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공사현장에서 매장문화재가 출토되면 사업시행자가 거래를 통해 문화재발굴조사를 중단시키거나 문화재를 직접 훼손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도 힘들다. 계약상 비밀유지의무가 표준계약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4월, 진주 정촌 뿌리산단 시행사가 공룡 화석산지를 발굴조사하고 있는 교수에게 언론 노출을 통제하는 내용의 압박성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됐다.

이에 국가와 자치단체에서 사업 시행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뿌리산단 사업은 현재 빨간불이 켜졌다. 분양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분양률이 저조한 이유는 주변 산단에 비해 조성원가가 높은 것이 이유다. 산단 조성은 70%가량 진행됐지만, 분양률은 7%대에 머물러있다. 최근 추가화석이 발견돼 문화재청이 부지 3곳에 발굴조사 결정을 내린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뿌리산단측은 이번에도 자체비용을 들여 발굴조사를 실시해야한다.

공사기간도 문제다. 발굴조사가 실시되는 구역에는 최소 1년간 공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년 3월까지 준공은 물론 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뿌리산단의 40% 지분을 가진 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뿌리산단 사업은 특수목적 법인형태(민간 60%, 진주시 40%)로 이뤄진 사업이다. 분양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5년 뒤 진주시가 책임을 떠안게 된다.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는 진주시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 천연기념물 지정이 보류돼 지층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하지만 진주시는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지정문제를 두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화석산지 원형보존 결정이 나면 관리단체로 진주시가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진주시가 떠안게 될 관리 및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양률이 저조한 뿌리산단 사업의 원안을 고수하기 보다는 사업설계변경도 고려해야한다. 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부지를 매입하고, 뿌리산단 사업시행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상해야한다.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타이틀을 이용해 이곳을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진주시의 태도다. 인구 5만에 불과한 고성군은 이미 대한민국 공룡수도로 불리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자치단체 장이 직접 나서 법인을 설립하고, 공룡엑스포를 유치하면서 엑스포 한 회당 2000억 원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적극적인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주시민 대부분은 공룡 화석산지 원형보존을 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진주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길 원한다. 그간 예산문제 때문에 정촌 화석산지의 가치가 숨겨져 왔다. 예산문제는 정치인의 몫이다. 이제는 진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전 세계에 당당히 알리길 바란다.


이은상 기자  ayo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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