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샘의 지리산 초록걸음] 선비길에서 남강의 안부를 묻다

길동무들의 혈액형을 초록으로 바꾸는 초록걸음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l승인2019.06.28l수정2019.06.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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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지리산 초록걸음은 말 그대로 외도(外道)를 했다. 지리산을 벗어나 함양의 화림동 계곡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선비길로 불리는 이 길은 함양군 서하면 거연정에서 시작해 농월정 거쳐 안의면 광풍루까지 총 연장 10.6Km로 금천을 따라 화림동 계곡을 지나게 된다. 화림동 계곡은 남강의 발원지인 참샘이 있는 남덕유산(1508m)에서 시작해 서상·서하면으로 흘러내리면서 이룬 하천으로 24㎞가 넘는다. 이 계곡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절경의 정자가 많아 우리나라 정자 문화의 보고로 꼽힌다.

 

▲ 진주 연극인들과 함께한 6월 초록걸음. 6월 초록걸음은 지리산을 벗어나 함양 화림동 계곡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었다. (사진 = 최세현)

이번 초록걸음에는 진주의 연극인 30여명도 길동무로 합류해 더욱 더 풍성하게 시작했다. 걸음이 시작된 거연정은 넓은 암반 위에 팽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 2~3백년은 족히 넘은 노거수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으니 ‘자연에 머문다’는 뜻처럼 참으로 운치 있는 정자였다. 거연정 주변의 나무들을 보면서 버스 속에서 길동무에게 들려주었던 시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나무의 사랑법이 이러하리란 생각에...

 

▲ 진주 연극인들과 함께한 6월 초록걸음. 6월 초록걸음은 지리산을 벗어나 함양 화림동 계곡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었다. (사진 = 최세현)

그리운 나무 / 정희성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 진주 연극인들과 함께한 6월 초록걸음. 6월 초록걸음은 지리산을 벗어나 함양 화림동 계곡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었다. (사진 = 최세현)

거연정 건너는 길가에 서 있던 물푸레나무를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물푸레나무의 가지로 물병의 물을 곧바로 푸르게 만드는 마술 아닌 마술을 길동무들에게 보여주었다. 물푸레나무는 필자가 참 좋아하는 나무 중에 하나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깃꼴겹잎의 잎 모양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재질이 단단해 곤장을 만들었던 이 물푸레나무는 요즘은 야구 방망이 만드는데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거연정을 지나 봉전교를 건너서 계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150m쯤 가면 '귀거래사를 읊는다'는 뜻을 가진 '영귀정(詠歸亭)'이 나온다. 길동무들에게 풀과 나무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숲바람 살랑거리는 선비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동호정, 이 동호정은 화림동 계곡의 여러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한 정자이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수 백 명도 앉을 수 있는 정자 앞 너럭바위 또한 동호정의 큰 볼거리다. 이곳에서의 점심은 자유분방하고 흥이 넘치는 연극인들답게 그야말로 야단법석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대 공연을 위해 긴장의 연속인 그들이 하루만이라도 숲과 계곡을 걸으며 일상에서 쌓였던 피로를 날려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초록걸음의 길잡이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 진주 연극인들과 함께한 6월 초록걸음. 6월 초록걸음은 지리산을 벗어나 함양 화림동 계곡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었다. (사진 = 최세현)

점심 식사 후 동호정을 출발, 사과가 막 달리기 시작한 과수원이 있는 호성마을과 경모정, 람천정을 지나면 정유재란 때 황석산성을 지키기 위해 왜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수천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황암사가 나온다. 그 황석사에서 1Km 가량 걸어가면 선비길 1구간의 종착지인 농월정에 다다른다. ‘달을 희롱한다’는 의미의 농월정은 달빛이 계곡물을 물들여 이름 그대로 금천이 되는 달밤이 더 아름다운 정자다. 게다가 달바위라 불리는 정자 앞 너럭바위는 그 넓이가 1,000평이나 된다고 한다. 2003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완전 소실되었던 농월정은 2015년에서야 복원되어 현재 모습을 되찾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농월정 주변이 무분별하게 너무 상업화되어 있어 지자체 차원의 환경 정비 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진주 연극인들과 함께한 6월 초록걸음. 6월 초록걸음은 지리산을 벗어나 함양 화림동 계곡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었다. (사진 = 최세현)

진주의 연극인들과 함께여서 더욱 더 의미가 컸던 이번 초록걸음은, 안의면 광풍루까지의 선비길 2구간은 다음으로 기약을 하고 농월정에서 그 걸음을 마무리했다. 아무튼 서부 경남의 식수원이 되는 남강의 발원지 덕유산 참샘에서 흘러내린 화림동 계곡 금천을 따라 걸으며 남강의 안부까지 확인한 6월의 초록걸음은 함께 걸었던 길동무 모두의 혈액형을 초록으로 바꾸는 걸음이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  himnan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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