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교수 생존권 보장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으로 이어져”

[인터뷰] 경상대학교 비정규직교수노조 김대업 씨 김순종 기자l승인2019.06.20l수정2019.06.20 21:1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20일 찾은 경상대학교 본관 앞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상대분회 회원들이 경상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일주일째 철야노숙농성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와 강의준비로 바빠야 할 이들이 철야노숙농성을 펼치고 있는 것은 8월1일 강사법이 시행되며 입을지 모를 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교 측에 비정규교수 모두를 2학기에도 고용해줄 것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디뉴스>는 이날 경영대 경영학과에서 20년째 비정규교수(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대업 씨(49)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노조 측이 학교에 요구하는 핵심 사안은 비정규교수의 고용안정 혹은 유지와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한 임금 인상이라고 했다. 노조 측은 현재 전업강사의 시간당 임금인 8만9천 원, 비전업강사의 시급인 3만5천 원을 모두 10만 5천원으로 올려 달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번 파업은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가 아닌, 비정규교수의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함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강조했다. “강사 수가 줄어들면 강의가 없어지고, 전임교원(정규직 교수들)이 강의를 모두 충당해야 데 그럴 수 없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 그는 “학생들은 소규모 단위의 다양한 강의를 접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함께 강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교수들은 실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경상대 시간강사들의 강의시간은 주평균 4.4시간, 이들이 연간 받는 임금은 1188만 원에 불과하다. 강의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김 씨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어렵다”며 “알바라든지, 학술서적 집필, 연구재단 프로젝트 진행 등으로 강의 외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그것을 더해도 생계비 충당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김대업 씨와의 일문일답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상대분회원 김대업 씨(49)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상대분회가 설립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파업이 시작됐다. 학교 측과 여러 차례 협상을 했다고 하던데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100%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본래 100% 고용보장이 아닌 고용안정, 고용유지가 노조의 요구안이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고용안정이고 고용유지냐 이런 이야기가 나와 100% 고용보장을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파업을 부른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절대 그런 게 아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비정규직교수는 여기서 빠졌다.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는 가산점을 받고 공개채용을 진행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현직 비정규직 근로자를 배려한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 것도 없다. 교육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로 비정규직교수를 채용하기 위해 공개채용을 하겠다는 건데, 왜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가산점이 우리에게는 없는지 모르겠다. 학교에 대한 기존의 기여도, 학생들에 대한 이해도 이런 걸 봐줘야 한다. 까놓고 보면 우리도 경력직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거다.”

- 서울을 중심으로 사립대 비정규교수 1만5천여 명이 최근 해고됐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100% 고용보장은 다소 무리한 주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그들의 기회 박탈 우려는 있지만, 교육부의 정책 자체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강사 전체의 실업률을 줄이려는 방향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해고된 사람이 경상대에 채용이 됐다고 하자. 그러면 여기 있던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다. 결국 실업률은 같아지는 거다. ”

- 비정규 교수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걸로 안다. 경상대의 경우 평균 연봉이 1188만원이라고 하던데, 생계유지는 어떤 식으로 하나?

“경상대학교 비정규직교수의 주 평균 강의시간은 4.4시간이다. 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구조다. 개정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에게 최대 주 6시간의 강의를 보장한다. 이 시간만큼 강의하는 강사들이 현재 16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사실상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곤란하다. 맞벌이를 해도 생계가 어려워 다른 일(아르바이트)을 하기도 한다. 학술서적 집필이나 연구재단 프로젝트를 따와 인건비를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기회가 많지도 않다. 전문지식을 배웠지만 이걸 활용해 생계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 그래서 100%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걸로 아는데, 100% 고용보장이 돼야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이유는?

“일각에서는 우리의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데 절대 아니다. 우리의 생존권 보장 요구는 학생들의 학습권과도 직접 연결된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외치며 파업에 나서는 노조는 이제까지 없었다. 비정규직교수를 자르면 강의가 없어진다. 전임교원(정규직 교수)들이 모든 강의를 충당할 수는 없다.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려면, 적정수의 비정규직 교수가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소규모 학생을 대상으로 한(40여명 수준) 다양한 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치 콩나물을 심어둔 듯 학생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대형 강의(100여명 수준)가 열리고 있다. 우리 파업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하는데, 책임은 학교에 있는 거 아니냐. 그간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 우리의 파업으로 성적입력이 늦어지면 학생들이 졸업을 못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 지난 13일부터 경상대학교 본관 앞에서 철야노숙농성을 펴고 있는 경상대학교 비정규교수노조의 천막

- 학교에서도 노조 측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은데, 예산이 없다고 하더라. 교육부가 강사법 개정과 함께 준비한 예산이 285억 원에 불과한 걸로 안다.

“285억 원의 예산이 부족한 건 맞다. 강사법 개정으로 지급이 가능케 된 방학임금을 전국 강사들에게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2주치 임금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방학임금을 주는 시도를)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학교에서 돈이 없다 하는데 그러면 그간 예산을 안 따고 뭐했는지 묻고 싶다. 경상대학교가 왜 국립거점대학 가운데 만년 하위권인지 돌아봐야 한다. 전임교원(정규직 교수)들은 그간 대체 무얼 했나. 문제가 되면(예산이 부족하면) 강사만 자르겠다는 태도인가.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이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

- 전임강사(강사만 하는 비정규직 교수), 비전임강사(강사와 다른 노동을 병행하는 비정규직 교수) 간의 임금 차가 크다.

“그래서 우리가 전임강사와 비전임강사의 시간당 임금을 10만5천 원으로 함께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거다. 경상대의 경우 전임강사는 8만9천 원, 비전임강사는 3만5천 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 문제도 중요하지만 일단 고용이 유지되는 게 먼저다. 그래야 바꿔 나갈 수 있다.”

- 비정규직 교수 대부분은 퇴직금이 없고, 건강보험도 직장 가입자가 아니거나 없는 걸로 안다. 앞서 말한 방학기간 월급도 없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바뀌어 갈 것이라고 보나?

“비정규직 교수는 초중고 기간제 교사들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는 호봉제 적용을 받는다. 성과급이 있고 퇴직금도 지급된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다. 열악한 상황이다. 우리의 권리를 찾으려면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현재 퇴직금도 없고 건강보험도 직장가입자가 아닌 사람이 다수다. 변화는 생기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일부 비정규직 교수들이 개인자격으로 학교를 고소하고 있는데 법원 판례가 비정규직 교수들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다. 한 시간 강의하려면 그보다 많은 시간을 강의 준비에 쏟아야 한다. 이를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학기당 6학점(주당 6시간)을 강의하면 주당 1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판결. 그렇게 되면 퇴직금, 건강보험 직장인 가입이 가능한 주당 15시간 이상을 근로하는 노동자가 된다. 특히 임금 부분은 지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사들이 생계문제에 신경을 덜 쓰고 강의 준비를 열심히 하고, 연구도 할 수 있게. 최소한 연봉 3천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

 

▲ 지난 13일 경상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상대분회의 파업결의대회

- 다른 어려움은 없나?

“괘씸죄가 비정규직 교수들을 힘들게 한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교수들은 추천제를 통해 강의를 배분받아 왔다. 그런데 전임교원(정규직 교수)의 눈 밖에 나면 괘씸죄에 걸려 강의를 받을 수 없다. 강의를 맡게 되면 강의를 열심히 해야 하는 데, 다른 교수들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어떻게든 전임교원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거다. 또 다른 하나는 교수 임용이 안 된 비정규 교수를 낙오자로 보는 시선이다. 이건 우리 사회가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다. 실력이 있어도 전임교원이 되지 못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은 결국 적은 임금에서 나온다. 임금이 현실화되면 낙오자라 보는 시선이 없어질 것 같다.”

- 학교와 아직 접점을 찾지는 못 했나? 어제도 회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

“그간 단협, 단협 실무, 강사법 도입 협의회 등 11번의 회의에 참여했지만, 아직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갑과 을의 관계인데 대화가 잘 될 리 없다. 논의는 계속 되어가고 있다. 협상 중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다.”

- 학생들 가운데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제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우리 파업에 학생들이 찬성하고 반대하는 건 각자의 문제이다. 알아서 잘 판단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히라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학생들은 취업에만 너무 매몰돼 있다. 사회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이전보다 조금 떨어진 것 같다. 학생들은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사람들이다. 더 많이 고민하고 학습해달라.”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순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언론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UPDATE : 2019.11.13 수 17:26
경남 진주시 남강로 691-1, 3층  |  대표전화 : 055-763-0501  |  팩스 : 055-763-0591  |   전자우편 dandinews@hanmail.net
제호 : 인터넷신문 단디뉴스  |  등록번호 : 경남 아0230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15일  |  발행일 : 2015년 3월 3일 
발행인 : 강문순  |  편집인 : 서성룡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순종
Copyright © 2019 단디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