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먹거리 역사 8-호모 사피엔스 (3)

먹거리와 먹거리 획득 방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거기에 맞게 몸이 만들어지고 사회조직이 재편된다. 채식을 하는 동물은 창자가 길어지고 어금니가 많아진다. 반면 육식을 하는 동물은 창자가 짧아지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발달한다. 잡식 동물인 인간은 대략 그 중간정도 이다.

수렵채집 시대 사회조직은 50명 정도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생계와 안전을 위해 느슨하게 조직된 소수의 핵가족 집단을 문화인류학에서 'band 밴드'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SNS '밴드'는 사실 문화인류학적 밴드의 개념을 빌린 것이다.

정착농업으로 먹거리 획득 방식이 바뀌자 밴드를 대신해서 마을이 형성되고 도시가 건설되었다. 씨족사회가 부족사회로 국가사회로, 사회조직이 재편되었다.

▲ 황규민 약사

농업혁명은 인류의 운명과 존재방식을 바꾼 가장 획기적인 발명이고 사건이었다. 먹거리 획득 방식을 바꾸자 문명과 새로운 사회조직과 계급이 탄생했다. 프랑스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 등 인류사의 모든 대소사는 사실 농업혁명의 결과물이다.

농업혁명은 농부들에게 풍요, 안락, 건강과 행복을 약속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해도 음식의 질은 형편없었고 칼로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식량의 총량이 늘어나고 잉여 농산물이 늘어났지만 그것은 소수 지배자의 몫이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 라고 평가했다.

농사 또는 사육과 관련된 복잡한 시스템은 호모 사피엔스만의 특징은 아니다. 일부 개미와 딱정벌레들도 땅속이나 나무둥치 속에 농장을 만들어 나뭇잎 등으로 진균류를 사육한다. 이 진균류는 영양가가 풍부한 먹이가 된다. 농업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복잡한 사회로의 전환은 대단히 큰 변화여서 농사를 짓는 생물종이 농사를 짓지 않는 생존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는 없다.

농업을 시작한 이래 급격한 식단의 변화와 복잡한 사회조직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불일치와 스트레스가 아무리 크더라도 우리는 이미 수렵채집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농업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조직으로 인해 인류 전체 역량이 크게 늘어나서 문명을 건설하고 지구의 지배자로 우뚝 섰지만 개별 호모 사피엔스의 행복을 향상시키고 복지를 개선시키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