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경찰 대응이 안인득 참사 키웠다"

주민들 수차례 신고했지만 이웃간 불화 등 대수롭지 않은 일로 판단 김순종 기자l승인2019.06.14l수정2019.06.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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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씨 형의 입원요청에 행정입원 설명했어야"

경찰이 지난 4월 안인득 사건 전에 있었던 주민들의 잇따른 신고에 미흡하게 대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경남경찰청(진상조사팀)은 4월17일 사건 발생 전 있었던 안인득 관련 신고 8건 가운데 4건에서 경찰 조치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위층 주민의 신변보호요청에도 경찰은 미흡한 대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안인득이 거주하던 위층 주민들은 경찰에 총 4차례 안인득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웃 사이의 다툼쯤으로 여겨 신고자에게 폐쇄회로(CCTV) 설치를 권고하거나 안인득에게 구두경고를 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4월25일 검찰로 송치되는 안인득

진상조사팀은 2월28일 층간소음 문제로 폭력을 행사하는 안인득을 지금 만나야 한다며 경찰에게 빨리 와달라고 주민이 신고한 건에 “현장에 경찰관이 갔지만 신고자의 심정과 달리 이웃간 불화로 보고 화해를 권고하고 현장 종결했다”며 소극적인 업무처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3월3일에도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CCTV 설치를 안내하는 데 그쳤다.

안인득은 3월12일 윗층에 살던 10대 여성을 쫓아오고 위층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는 등의 행위를 했지만 당시에도 경찰의 대처는 미흡하기만 했다. 신고자는 출동한 경찰에게 집 앞에 단 CCTV 영상 중 두 가지를 봐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 가운데 한 장면만을 확인하고 ‘재물손괴발생보고(불구속 송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날 CCTV 영상에는 오후 6시 안인득이 10대 여성을 쫓아오고, 이 여성이 문을 닫고 들어가자 욕을 하며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 오후 7시35분쯤 안인득이 이 집 현관에 오물을 뿌리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이 가운데 뒷장면만 확인했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출동한 경찰관이 앞 장면을 확인해달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면서도 “욕설하는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3월13일에도 아래층 사람(안인득)이 쫓아오며 욕설을 한다는 신고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안인득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며 경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특히 이날 윗층 주민은 직접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안인득이 10대 여성을 쫓아오는 영상을 보여주며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요건이 안 돼 안타깝다. 경비실이나 관리실에 부탁해보면 어떻겠냐”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진상조사팀에 ‘당시 CCTV를 본 적이 없고 신변보호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상조사팀은 경찰관보다 신고자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관이 해당 요청을 접수한 뒤 신변보호대상이 되는지 심사위원회를 통해 판단 받아야 했는데 그러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13일 경찰은 안인득을 수상히 여겨 범죄첩보를 작성했다. 경찰은 3월 있었던 사건과 안인득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2018년 9월 오물 투척사건을 묶어 “(안인득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범죄첩보를 처리하는 부서에서는 이미 형사과에서 수사 중이라며 ‘참고처리’만 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이에 “관련 부서 간 정보 공유를 더 해야 했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3월10일 안인득이 술집에서 망치를 휘두르는 등 난동을 부려 특수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을 당시 안인득의 형이 경찰서를 찾아 안인득이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안인득의 정신병력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인 4월 4~5일에도 안인득의 형은 “동생을 강제입원시킬 방법이 없냐”고 경찰관에게 문의했지만, 경찰관은 “검찰에 사건이 송치됐으니 검사에게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진상조사팀은 이에 “당시 최소한 행정입원을 추진할 여지가 있었는데 미흡했다. 형이 그렇게 물어봤다면 (경찰관이) 행정입원을 추진하든지, 형에게 행정입원을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4월18일 진상조사팀을 꾸려 2개월 가까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31명의 경찰관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11명은 경남경찰청 인권·시민감찰합동위원회에 넘겨 감찰조사 대상자를 최종 가릴 예정이다. 여기서 감찰 대상자가 되면 조사를 벌여 징계수위가 결정된다. 경찰은 아울러 제2의 안인득 사건 예방을 위해 고위험 정신질환자 정보를 관련 기관과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

한편 안인득은 지난 4월17일 오전 4시25분쯤 본인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8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재 구속된 상태로,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질환 감정을 받고 있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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