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단체 "조례안 통과 못시키면 새누리당과 같은 적폐 세력"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권교육과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이 필요합니다. 경남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야 할 이유입니다”

지난 달 26일 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은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남학생인권조례는 박종훈 교육감이 2017년 11월부터 약 17개월 간 준비해왔고,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제정을 공약했던 사업이다. 조례안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한 자유권, 차별을 없애기 위한 평등권, 학생자치, 학교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기 위한 교육복지권 등이 담겼다. 

문제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학생인권조례 처리 방향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을 비판하고 “"촛불민심으로 집권한 더불어민주당은 촛불민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일부 기독교 단체 등은 “수정한 조례안은 가정을 파괴하고, 성적 문란(동성애 ) 등을 조장하는 내용”이라며 조례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단디뉴스DB)

학생인권조례안은 도의회 5월 임시회 회기(14~23일)에 다루어질 전망이다. 앞서 오는 9일쯤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한다. 교육위는 학생인권조례안 제정 여부를 결정할 1차 관문이다. 교육위에서는 △조례안 원안 가결 △조례안 수정 가결 △조례안 부결 △조례안 심사 보류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한다. 

교육위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비교적 긍정적인 민주당 의원 5명, 반대기류인 한국당 3명과 무소속 1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가운데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찬성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의원들이 있어 조례 제정의 1차 관문인 교육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장규석 도의원(진주1, 더불어민주당)은 7일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주민, 학교 선생님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다. 아직 크게 말씀드릴 건 없다. 상임위 통과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도 아직 학생인권조례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고, 임시회가 열릴 때쯤 되면 입장이 정리돼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조례안이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가 남는다. 경남도의원 58명 가운데 민주당은 34명, 한국당은 21명, 정의당은 1명, 무소속은 2명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비교적 긍정적인 민주당이 과반을 넘지만 민주당이 인권조례 제정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고, 당내에서도 학생인권조레 제정에 부정적인 의원들이 있어 조례 제정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야인사 A씨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와 달리 최근 경남의 여론이 다시 보수화되는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 재보궐 선거(창원/통영·고성)에서도 이 점이 입증됐지 않나. 민주당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을 고려해야 할 거다. 아마 이 점 때문에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은 것 같고 당내에서 기권표나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청소년·시민운동가 박태영 씨는 “2012년에 경남도민 4만 여명의 주민발의로 도의회에 학생인권조례가 상정됐지만 당시 새누리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했던 교육위원회에서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현재는 민주당이 다수인데,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그들 스스로가 7년 전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는 적폐임을 증명하는 꼴이 될 거다”고 말했다. 

경남도의회 류경완 의원(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이 각기 다른 상황”이라며 당론으로 학생인권조례 채택을 결정하지 않은 것에는“최소한 의원 가운데 3분의 2는 명확한 찬성의지를 보여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는 9일 교육위원회 간담회가 있고 14일 본회의 뒤 토론·설명회를 가질 건데 그 이후 어느 정도 입장정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2017년 2월 학생인권조례 제정 계획을 밝힌 뒤 학생인권실태조사 등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5개 권역별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그 과정에서 초안 일부를 수정했다. 법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학생인권조례 최종안은 지난 4월26일 경상남도의회에 제출됐다. 경남도의회는 14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363회 임시회에서 조례안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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