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이 낯설고 서글퍼 나오는 웃음섞인 탄식이여!

주변 이들에게 자주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나 있잖아. 십대 후반, 이십대 때, 삼십 너머 삶이 있다고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 사람의 삶으로 생각이 안 들었어.“ 이런 생각이나 느낌 공감될 것이다.

장 마실 나들이는, 예상치 않았지만 그 늙음과 직면하는 것이다.

날은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 세월호 참사 5년 행사가 있어 마실 나들이를 잠시 망설였지만 모임 대표라는 책임이 앞섰고 가까운 곳이라 무겁지 않게 나섰다.

 

▲ 진주같이 마실모임이 찾은 반성 장(사진 = 이정옥)

사월의 목적지는 진주시 (일)반성 장이다. 반성 장은 진주에서 면단위에서 서는 장 가운데는 가장 큰 장이다. 그리고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살아온 삶의 터전과 가깝다. 동부 5개면이라 하여 지수, 사봉, 진성, 이반성, 일반성은 같은 생활권역이다. 동부 5개면 지역의 주민들은 3,8 장날에 맞춰 반성 장에 간다.

장은 정말 북적댄다. 시장 입구에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남산떡방아간이 자리잡고 있다. 그 오른편으로 반성장의 명물 돼지국밥집이 오밀조밀 늘어서 있고 그 주변을 둘러 장 물건들이 펼쳐져 있다.

이 장이 살아있다는 것은 바닷가가 아님에도 갑오징어, 멍게, 해삼, 아구 등이 공기방울을 뽁뽁 뿜어내며 생물인 채로 팔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반성 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산물들

날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하늘은 맑아 나들이하기에 좋고 장은 풍성하니 나들이 나선 사람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장을 돌아보다 누룩을 내다 파는 한 아짐을 만났다. 이미 막걸리 몇 잔으로 얼굴이 뽈고 때때해진 아짐이다. 둥글넙적한 누룩이 신기해 말을 몇 마디 건네니 본인은 일곱 살 때부터 술을 장복해왔노라 자백하며 흥에 겨워 “청춘을 돌려다오” 노래를 불러준다. 청춘아 내 청춘아 이 대목에선 발을 쿵쿵 굴려가며..

 

▲ 흥에 겨워 노래하는 아지매

일찍부터 국밥 집 입구 쪽 치킨 집에 자리를 잡았다. 이 집은 그 옆집 국밥 집이 같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국밥도 배달이 되고 그 앞의 해산물을 썰여와 먹는 것을 흔쾌히 용인해주는 곳이다.

썰여온 갑오징어와 해삼, 멍게, 돼지고기 수육에다 소맥 잔이 돈다. 아까 그 아짐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누군가 한 사람이 이랬다.

“등산을 간다고 갔더마 산 입구에 칠십은 넘은 듯한 어른들이 여럿 모여 술한잔 하고 노시는데 한 양반이 ‘친구야 우리가 우짜다가 이리 늙어삣노?’ 하는기라. 예전 같으면 들리지 않을 말이었다. 그 말이 내 귀에 들리더라. 인자 우리도 그런 때로 접어든 것 같아”

책을 읽고 무언가를 많이 안다 해도 때에 이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있으니 그 가운데 하나가 늙음인 것 같다.

그 늙음과 직면하는 장 나들이 좋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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