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날 참극 생생히 떠올라, 이주대책 마련해 달라" 호소

- 사건 일어난 아파트 동 입구에 추모 꽃다발, 메세지 쌓여

지난 17일 방화 및 살인 사건이 일어나 20여명의 사상자가 난 진주 소재 한 아파트 안팎은 두려움과 슬픔으로 가득했다. 20일 방문한 이 아파트에서는 사건 이후 사고후유장애(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아파트 한켠에 마련된 상담소에서는 정신적 충격과 애로사항을 상담하는 주민들이 있었다. 상담과정에서 한 주민은 눈물로 피해를 호소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그날의 참극을 이야기했다. 사건 후유증이 여전한 셈이다.

 

▲ 방화 및 살인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000동 입구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

이날 사건이 일어난 000동에 오르니 5살 전후로 보이는 한 아이가 기자의 옆에 서서 “아저씨 무서워요”라는 말을 건넸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아이의 엄마는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사건이 일어난 000동 4층에서는 불에 그을린 벽면을 수리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주차장 쪽에서 그 날의 참극을 이야기하며, 피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000동 주민 ㄱ씨는 “사건 당일 너무 무서워서 집 문을 걸어 잠그고 야간근무 중인 아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차라리 집 안에서 죽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야간에는 집에 들어가기 두렵다. 우리 동 출입문은 단 하나 뿐인데, 사건 당일 4층부터 피가 흥건해 있는 등 처참했던 상황이 기억에 또렷하다. 그래서 어제도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인근 다른 집에 가 잠을 자고 왔다”고 했다.

옆 동 주민도 정신적 충격이 적지 않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난 000동 옆 동 주민 ㄴ씨는 “옆 동에 살지만 사건이 일어나는 날 일어났던 일을 다 알고 있고, 마음이 좋지 않다. 나나 우리 남편은 나이가 들어 그나마 괜찮지만, 우리 손자가 혹여나 일을 당할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 방화 및 살인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000동 앞에 꽃다발과 함께 놓인 엽서

사건이 일어난 000동 입구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 엽서에 ‘투명 꽃’이라는 제목의 시를 써 가져다두기도 했다. 시구는“꽃잎 휘날리며 울부짖던 너의 소리 듣지 못하였다. 휘날리던 꽃잎의 슬픔을 알아보지 못하였구나. 밤하늘이 걷히우고 이 자리에 하얀 꽃을 놓아본다”

LH경남지역본부는 주민들의 사고후유장애 등을 해소하기 20일부터 주민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LH는 “불의의 사고와 관련해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고, 삼가 위안의 말씀을 드린다. 피해주민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파트 주민들은 19일 주민회의를 열고 피해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사고후유장애를 겪는 이들을 위해 주민들을 다른 동이나 아파트로 이전해줄 것, 다시는 이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할 것, 아파트 환경 개선에 힘쓸 것 등을 관계기관에 요구하자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