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 생명이, 돈보다 사람이 존엄함을 기억해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지난 13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는 행사가 진주교육지원청 앞마당에서 열렸다. 세월호진실찾기진주시민모임(이하 세진모)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문화제이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6명의 발언자가 세월호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참사를 이야기하며 ‘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 13일 진주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추모 문화제(사진 = 홍상환)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정보경 씨(중앙고 1, 필통기자)는 “세월호는 제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었다”고 했다. 그는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희생당한 언니 오빠들을 잊지 않겠다. 노란리본을 교복에서 떼지 않을 것이고 세월호라는 말을 놓지 않고 항상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정은아 씨(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이야기 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기업의 이윤 추구, 정부의 무책임 하에 일어난 것”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 후 우리의 목표는 더 이상의 참사를 막는 것이었다. 안방의 세월호라 불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해 앞으로도 국민의 알 권리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해나가겠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을 말한다. 2011년 4월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1000만 여명에 이른다. 현재까지 피해신고자만 6309명, 사망자는 1386명에 이른다.

 

▲ 이날 발언에 나선 6명의 시민들(사진 = 홍상환)

최형석 씨(진주교육대학교 학생)는 “2015년 3월부터 노란 리본 뱃지를 달고, 진주교육대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문제를 알리려 노력했지만 주위 시선이 냉담했다”며 “주변에서 손가락질과 욕설, 심지어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활동을 앞으로도 해나가겠다며 “더이상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활동을 왜 하냐, 아직도 하냐, 언제까지 하냐고 묻지 말라”고 강조했다.

최승제 씨(경상대 비정규직 교수)는 비정규직이 만연한 사회의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IMF 이후 비정규직이 일반화 됐고,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했다. 이 때문에 고 김용균 씨 사건이, 또 KT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이 일어났다”며 “사회적 참사의 원인에 민영화, 비정규직화, 외주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윤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란 씨(교사, 학부모)는 교사이면서 두 아이의 학부모로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신이 세월호에 타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에 겪은 역할 갈등을 거론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억하는 것, 그 작은 일 하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겨우 5년이 지났을 뿐이다. 우리 마음에 화인처럼 찍혀 상처가 된 아이들이 실은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했다.

 

▲ 13일 진주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추모 문화제(사진 = 홍상환)

김명희 씨(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사 이후 벌어졌던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아보면 세월호 참사에는 세 가지 사건이 겹쳐 있다며 “세월호가 침몰한 사건,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 국가가 세월호 참사를 은폐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고, 구조 책임을 방임했다는 것은 참사 이후의 국가 범죄”라며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보다 사건 이후의 거짓말들이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주었다. 세월호 참사의 치유는 진실을 알 권리에 입각한 ‘설명적 치유’, ‘사회적 치유’여야 한다”며 “이윤보다 생명이, 돈보다 사람이 존엄함을 기억할 때 참사 공화국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세진모는 세월호 참사 1주기쯤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 대안동 차없는 거리 등에서 시위와 집회를 진행하며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강조해온 단체이다. 이들은 2017년 9월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 합창단’을 초청해 공연을 펼쳤고, 2018년 2월 세월호 유가족 중심 연극단체 ‘노란리본’을 초청해 연극공연을 펼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이날 문화공연에 나선 4개 팀(사진 = 홍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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