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5백여명 모여 대학본관 앞마당에서 “일선학원 퇴진, 학습권 보장” 촉구

한국국제대 총학생회(총학생회장 고정원) 가 학교법인 일선학원 퇴진과 대학 정상화를 요구하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총학생회는 11일 저녁 7시부터는 ‘일선학원 퇴진, 학습권보장’등의 구호를 외치며 학교를 30여분간 돌고 대학 본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촛불집회 참여자는 500여 명 정도.

 

▲ 11일 저녁 8시쯤 한국국제대학교 본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펼치고 있는 한국국제대 학생들

촛불집회는 5분간의 침묵시위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학생과 교직원, 일부 졸업생들도 함께 했다. 고정원 총학생회장, 박지군 교수협의회 의장, 정윤석 교직원노조 지부장, 3개 학과 학회장의 발언이 이어졌고, 학생들은 중간중간 구호를 외쳤다. 졸업생들은 후배들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는 등 학생들의 시위를 응원했다.

고정원 총학생회장은 이날 학교의 문제로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전 같으면 시험기간이고, 시험이 끝나면 곧 축제가 열리는 때인데 우리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냐”고 반문하고 “학교를 지원해야 하는 일선학원이 지원이 아닌 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학교에는 실습이 있는 학과들이 많은데 실습이 현저하게 줄었고, 일부 학과는 전공수업이 개설 안 돼 문제가 되고 있다. 학습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정상화 요구에 법인은 학생들이 위법한 행동을 하면 고소, 고발하겠다며 협박을 하고 있다”고 꼬집고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덧붙였다.

박지군 교수협의회 의장은 교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대학 정상화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먼저 “학생 여러분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할 조직원 가운데 한 명으로서, 그간 일선학원이 여러분의 학습권을 짓밟는 상황에서 보다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교육환경 개선, 학습권 보장 등 최소한의 요구에도 일선학원은 이전과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구호를 함께 외치자며 “(일선학원은) 아무 것도 하지마라, 그냥 나가라”고 선창했다. 학생들이 구호를 따라 외치자 한적한 학교 안에 메아리가 울렸다.

정윤석 한국국제대 교직원노조 지부장은 법인의 비리가 벌어진 지 오랜 기간이 됐고, 이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자금이 이사장 등에게 돌아갔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그는 “25년째 이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데 1993년부터 법인과 대표가 비리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어 “법인은 학교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자금을 오랜 기간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사용했고 이 돈이 2백 억에서 3백 억쯤 된다”며 “몇몇 나쁜 사람들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학교를 정상화해 ‘나는 한국국제대 학생이다. 교직원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 한국국제대 학생들은 11일 7시부터 약 30분 간 대학을 돌며 대학 정상화 구호를 외쳤다. 이후 8시쯤부터 대학본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하고 9시쯤 해산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한국국제대 정문에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피켓 시위 후 대학본관으로 이동해 본관 입구를 막고 점거농성을 벌였지만 출동한 경찰에 의해 20여분 만에 해산됐다. 학생들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법인은 경찰을 불러 제지하는 등 지질한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진주지역지부는 성명서를 내 한국국제대 구성원들의 활동에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든 문제의 책임은 학교법인 일선학원에 있다”며 일선학원의 퇴진을 요구하고 “교육부와 감사원이 일선학원을 감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국제대 정상화는 교육도시 진주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함께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국제대는 그간 이루어진 법인의 각종 비리혐의 등으로 2018년 재정지원 제한대학(Ⅱ)에 선정되며 재정난을 겪고 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Ⅱ)에 선정되면 학교는 대학 정원감축(35%)과 재정지원 전면제한을 명령받는다. 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또한 한국국제대는 그간 감사원과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매년 5% 수준의 정원감축 명령을 받아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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