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 카스 카프리 출고가 인상으로 얻는 것들

OB맥주가 카스와 카프리의 출고가를 4월4일자로 5.3% 인상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500ml 카스 기준으로 기존 1,147원이던 것이 1,203.22원으로 56.22원이 오르는 셈이다. OB맥주는 2016년 1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출고가를 인상하는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 및 제반 비용 상승이 그 원인이라는 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데 맥주가격 56원 오르는 것이 무슨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56원의 이면에는 주류업계의 사재기라는 검은 속내와 판매수익 증대라는 꼼수가 숨어있다. 정부는 머지않아 주세체계를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할 예정인데 종량세가 시행되면 국산맥주의 세율이 낮아져 출고가를 낮출 수 있다. 출고가를 낮추어 소비자가를 낮추고 그걸 무기로 수입맥주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 백승대 450대표

통상적으로 주류가격 인상은 업계 1위 업체가 먼저 시행하고 다른 업체들이 따라가는 형식을 띄는데 점유율 60%대의 OB맥주가 먼저 카스의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다. 출고가 인상을 며칠간 여유를 두고 미리 발표하면 도매상은 난리가 난다. 업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술 가격이 오른다니 도매상들은 카스맥주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사재기에 나서고 소매상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려 가격 인상 사실을 알린다. 대형 술집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충분한 물량을 쟁여 놓고 출고가가 오르는 시점부터 판매가를 올려 그 차익을 고스란히 가져간다.

출고가는 56원이 오를 뿐이지만 통상적으로 유통비용 200원이 더해지면 약 256원이 오르게 된다. 가정용은 2~300원이 오르지만 업소용은 얘기가 다르다. 거의 대부분의 업장에서 카스 한 병은 4,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제 업주들은 256원을 핑계로 카스 가격을 5,000원으로 올릴 것이 뻔하다. 업주는 병당 700원이 넘는 이윤이 생기고 소매점에 물량을 많이 파는 도매점도 이익을 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름다운 상생이 시작되는 셈이다.

작년까지는 주류업체가 주류 가격을 인상하려면 가격 인상 전 정부당국과 사전 협상을 해야 했다. "주류명령제“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자율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올 1월 신고제로 전환됐다 주류업체 마음대로 주류가격을 인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스가 56원이 아니라 560원을 올려도 정부에선 이제 더 이상 강제하거나 조정, 명령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

이번 카스의 출고가 인상이 마뜩잖은 이유는 첫째, 종량세 실시 전 미리 출고가를 인상해 그동안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고약한 심보가 얄미운 것. OB의 모기업인 AB인베브가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설에 더해 모기업이 힘드니 한국에서 한 푼이라도 더 쥐어 짜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OB맥주 한국기업 아니다!)

둘째는 하이트진로에서 이번에 새로 출시한 맥주 ”테라“를 견제하기 위해 테라의 출시를 즈음해 출고가 인상을 기습 발표, 시장의 관심을 카스 사재기로 몰아가 경쟁업체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누르려는 시도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고 님 보고 뽕도 딴다 했던가. 주세체계가 바뀌기 전에 가격을 인상해 그동안 재미 좀 보고, 경쟁업체에서 출시하는 신제품이 잘 팔릴까 걱정되는데 시장의 관심을 카스 사재기로 몰아 카스는 평소보다 많이 팔려 좋고, 상대 신제품은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관심을 뺏어 덜 팔리니 이 또한 좋다. 외국기업 OB맥주가 대한민국 소비자를 호구로 보지 않는 이상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을까? 그들은 아직도 우리가 쉬워 보이나 보다.

안타까운 사실 하나 더, 소주 업계 1위이자 참이슬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올해 안에 소주 출고가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에게 역풍을 맞을까 우려해 올릴까 말까 한참 간보고 있는데 OB맥주가 떡하니 가격을 올려 버리니 하이트진로에게도 명분이 생겼다. 이제 우리는 소주도 맥주도 5,000원에 사 먹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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