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만호 부회장, “지역중심 문학제로 의미 있어, 현상유지만이라도...”

제6회 형평문학제가 오는 4월13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된다. 지난해 8천만 원이던 예산이 올해 6천만 원으로 줄어들면서 행사는 소폭 축소된다. 특히 지역 문인간의 소통을 위해 반기마다 발행하던 ‘형평문학 무크 통’이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 이에 장만호 형평문학선양사업회 부회장(경상대 국문과 교수)은 아쉬움을 표했다. ”지역 문인들이 작품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이 적은 상황에서 형평문학 무크 통마저 사라지게 됐다“는 것.

형평문학제는 2014년 시작됐다. 이전에 진행되던 ‘이형기 문학제’에 비해 지역 중심적인 문학제로 평가된다. 전국 단위의 형평문학상과 함께 지역문인을 대상으로 한 형평지역문학상을 도입하고, 진주를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 다른 문학제와 달리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진주시민생활글쓰기 대회’, ‘전국학생백일장’ ‘디카시 백일장’ 등을 도입한 것도 특색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디카시 백일장’은 올해 폐지된다.

<단디뉴스>는 20일 경상대학교를 방문, 장만호 형평문학선양사업회 부회장을 인터뷰했다. 서울과 지역의 형평, 문인들과 시민들의 문학적 형평을 강조하는 그는 형평문학제 예산이 줄어든 것에 우려를 표했다. “작년 수준의 예산이라도 계속 유지가 돼 지금까지처럼 문학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 형평문학제의 취지와 특색, 그리고 아쉬운 점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형평문학제의 상세한 행사일정과 참가신청은 <형평문학제> 네이버 카페(https://cafe.naver.com/hyeongpyeongmunhak)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장만호 형평문학선양사업회 부회장(경상대 국문과 교수)

- 형평문학제는 2014년 시작됐다. 그런데 이름이 형평문학이다. 진주에서 일어난 백정해방 운동, 차별 폐지 운동이었던 형평운동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형평문학제에 앞서 ‘이형기문학제’가 10여년 운영됐다. 그동안 운영상의 몇몇 문제점들이 누적되어 ‘이형기문학제’는 폐지됐다. 서울의 한 문예지에 이 문학제를 위탁 운영했는데, 서울중심적인 부분들이 다수 있었다. 이 때문에 진주문인들이 주축이 돼 자생적, 자발적인 문학제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진주의 정신을 기리는 문학제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래서 형평문학제라는 이름을 달게 됐다. 잘 알다시피 형평운동은 진주정신을 대표하는 운동이다. 박노정 시인, 김언희 시인 등이 힘을 합쳐 형평문학제를 만들게 됐다. 결국 2014년 진주시의 형평문학상 운영 조례에 의거해서 새롭게 형평문학제가 시작되었다.”

- 형평운동과 문학제, 어떤 관련이 있나?

“그게 딜레마였다. 형평문학제라고 하니 사회운동과 연결된 느낌이 든다. 그러니 사회적 의미가 있는 작품을 위주로 보는 문학제라 생각하기 쉽다. 형평운동은 차별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대동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이었지 않나. 사회적 이슈만을 대상으로 하면 문학의 범위가 좁아진다. 문학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다뤄야 한다.

그럼에도 형평문학제라는 이름을 단 것은 첫째로 서울과 지역의 형평, 격차를 없애자는 의미였다. 지역발전을 이루자는 것. 지역에서 진행하는 문학제들은 지역에서 돈을 내고 서울을 위주로 진행된다. 서울중심적이다. 형평문학제는 진주를 중심으로 문학제를 진행해보자 했다. 지역과 중앙의 형평을 이루고, 지역문학 발전에 공헌하자는 의미였다.

둘째로 형평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저울을 생각한다. ‘문학의 저울’에서 가장 중요한 눈금은 문학성 그 자체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 사회에 대한 이해, 아름다운 것들의 가치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형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일이다. 하지만 형평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문학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좌파적인 개념이라든지.. 그런 말들.

형평은 백정들의 신분 해방, 차별 철폐운동이었고, 지금은 그와 다른 새로운 차별들이 넘쳐난다. 새로운 형평이 필요한 셈이다. 형평문학제는 차별을 없애고, 문학이 인간의 삶, 애정, 관계 등을 다뤄 문학발전을 도모하고, 형평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형평운동과 관련해 유명한 말이 있다.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의 본량이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진 문학을 발굴하고, 시상하는 게 형평문학제의 목표다.“

- 문학제이니 작품 선정 과정이 중요한데?

“본상과 지역문학상 각각 ‘문학상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예심작들을 추천받은 후, 본심에 올린다. 수상작 선정은 '엄정'하다. 예심은 지역 문인들이 진행한다. 예심 심사위원은 진주문인협회 10여명과 형평문학선양사업회 6인 정도이다. 본심 심사위원은 형평문학상 3인, 형평지역문학상 2인이다.”

- 형평문학상과 함께 형평지역문학상도 있다. 이건 지역문인들을 대상으로 주는 상인가?

“형평문학상 조례가 진주시에 있다. 형평지역문학상은 진주나 경남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경력이 있는 작가 가운데 등단한 지 10년이 경과한 문인에 한해 수여한다”

- 형평지역문학상은 수상자들은 누가 있나. 잘 알려진 사람들인가?

“1회에는 김남호 시인이 받았다. 하동에서 선생님을 하신다. 시인이자 평론가다. 전국적으로도 좋은 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2회에는 박우담 시인이 받았다. 이 분도 학교 선생님이다. 3회는 이진숙 소설가. 산청 원지에서 찻집을 운영하신다. 4회는 최영효 시조시인,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다. 꽃집을 하신다. 5회는 최문석 수필가. 삼현여고 이사장님이다. 시인들이 문학상을 좀 더 자주 받았지만, 장르를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그해 들어온 작품 가운데 좋은 작품을 골라 시상한다. 수상작 선정은 엄격하다.”

 

▲ 형평문학선양사업회에서 반기마다 발행해온 잡지 형평문학 무크 통

- 사업회에서 매년 책을 낸다고?

“두 종류의 책을 낸다. 하나는 형평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그 해의 형평문학상 수상 작품집, 형평지역문학상 작품집이 실린다. 또 수상작에 대한 작품론, 심사평 이런 것도 실린다. 지난해까지는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작가들을 초빙해 형평문학포럼을 열기도 했는데 이 내용도 함께 실린다. 올해는 1회부터 5회까지 수상자들의 작품을 정리해 소개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반기에 한번 발간하는 형평문학 무크 통이다. 이건 잡지다. 진주지역 문인들끼리 한번 ‘통’해보자는 의미로 만들었다. 진주지역 문화도 소개하고, 지역문인들이 낸 작품집도 싣는다. 문인들이 낸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역의 문화적 명소를 소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같은 곳들.

형평문학 무크 통은 300부를 찍는다. 국립중앙도서관에도 보낸다. 지역에서는 시립도서관 등에서 볼 수 있다. 형평문학제에서 나눠드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예산이 좀 줄어서 형평문학 무크 통을 앞으로는 발간하지 못 할 것 같다. 문화의 장이라 할만 했는데 없어져 너무 아쉽다. 안타깝다.“

- 형평문학제 예산이 8천만 원에서 6천만 원으로 줄었다고?

“아쉽다. 올해 예산이 2천만 원 줄어, 6천만 원이 됐다. 예산 가운데 상금 비중이 크다. 본상은 2천만 원, 지역문학상은 5백만 원의 상금이 있다. 적다고 올려달라는 이야기도 있어 심각하게 고민했다. 상금을 올려야 하나 하고. 그런데 이번에 예산이 줄어 상금을 올리기는 커녕 여러 행사들을 축소하거나 없애야 했다. 우선 형평문학 무크 통을 발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형평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계속 낼거다. 올해는 형평문학 포럼도 없어졌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 평론가를 모셔와 지역문학의 문제와 발전 가능성 등을 다루던 행사다. 고정적 지출이 있는 상황에서 예산이 2천만 원 삭감되는 부분은 크다. 올해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디카시 백일장도 폐지했다.”

* 진주시는 형평문학제 예산이 줄어든 것에 “올해부터 폐지됐던 이형기 문학제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학제가 두 개가 되면 그래도 더 풍성해지지 않겠냐. 5월쯤 이형기 문학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제5회 형평문학상 수상작품집

- 올해부터 없어지는 형평문학 포럼은 어떤 행사였나?

“지역에서 모시기 힘든 분들을 물러 강의도 하고 토론도 하는 행사이다. 없어지게 돼 아쉬움이 크다. 작년에는 이성복 시인이 포럼에 왔다. 한국 80년대 시를 대표하는 분이다. 경상대학교에서 포럼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수님들, 특히 이공계 교수님들이 많이 참석했다. 물리학과 시를 비교하는 교수님들도 계셨고, 성황을 이루었다.”

- 형평문학제는 기존 문학제와 달리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꽤 많은 걸로 안다.

“야심차게 진행했던 게 진주문인협회와 진행하는 전국학생백일장, 진주시민생활글쓰기 대회이다. 작년에 있던 디카시 백일장은 올해 없어졌다. 이 사업의 주체는 진주시다. 진주시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주관은 형평문학선양사업회와 진주문인협회. 예산이 2천만 원 축소되다보니 디카시 백일장은 없앨 수밖에 없었다. 하다 못해 현재의 예산만이라도 지키고 싶은 심정이다.”

- 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학제, 이유가 있나?

“형평이라는 이름 때문에 더 그렇다. 문인과 시민과의 형평이 필요하다. 문학은 전문가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누리고 즐겨야 하는 것이다. 작품도 그래서 특정 영역만을 다루지 않는다. 시인, 소설, 시조, 수필 장르의 수상자들이 있다. 보통 문학제와 달리 하나의 장르만을 다루지 않는다. 이런 문학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이전 문학제와 다른 형평이 있는 문학제를 어떻게 만들건가. 시민들과 어떻게 좀 더 친밀하게 문학제를 진행할까. 상금 이외의 돈은 대부분 진주에서 소모하도록 하고 있다. 진주지역 문인들을 통해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것 또한 서울과 지역간의 형평을 이루기 위함이다”

- 올해 새로 도입된 프로그램도 있다. ‘찾아가는 문화제’

“'찾아가는 문학제'는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문학제이자, 굳이 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시민들에게도 문학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문학제 첫째날인 4월 15일 월요일에는 <포토 에세이 백일장>, 4월 16일 화요일에는 <송찬호 시인과의 대담>으로 진행된다.

- 올해는 4월13일부터 형평문학제가 시작된다. 19일까지. 이번에는 어떤 작품들이 문학상을 수상하나?

“다음 주 월요일(3월25일) 올해 수상작을 발표할 거다. 그 때까지는 비밀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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