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난중일기’와 함께 조선 중기 사회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료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은 지난 18일 임진왜란 피난일기 ‘쇄미록(瑣尾錄)’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임진왜란을 겪은 오희문이 1591년 11월 27일부터 1601년 2월 27일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한 것으로, 양반의 눈으로 본 16세기 조선시대 생활상이 낱낱이 담겨있다. ‘쇄미록’은 유성룡의 ‘징비록’, 이순신의 ‘난중일기’ 등과 함께 임진왜란과 조선중기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1991년 보물 제1096호로 지정됐다.

 

‘쇄미록’은 개인 일기지만 16세기 조선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오희문은 이 일기에서 가장(家長), 남편, 아들, 노비의 주인, 양반 가문의 일원, 전란으로 고통 받는 나라의 백성으로서의 역할과 일상을 실감나게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을 통해 16세기 양반과 노비의 관계, 사회적 관계망, 경제활동, 제사, 손님맞이, 의약 처방, 음식 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쇄미록’은 임진왜란과 관련한 많은 기록을 담고 있다. 오희문이 개인적으로 베껴 쓴 공문 등 공적인 기록과 임진왜란 이면의 이야기다. 특히 이 책은 김면과 곽재우와 같은 의병에 대한 찬사뿐만 아니라 의병이란 이름으로 관곡이나 축내는 자들을 비판했다. 왜군의 침략, 명군의 참전과 그들의 횡포에 대한 비판적 인식, 굶주림에 지쳐 인육을 먹는 참상 등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쇄미록’은 전쟁과 관련된 전 인류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전쟁 중에도 계속된 과거시험에 아들 오윤겸이 급제했다는 소식, 막내딸의 죽음 등을 기록해 전쟁 중에도 삶은 지속됨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전쟁이 개인과 가족, 국가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하는가도 언급하고 있다.

‘쇄미록’은 1962년 원문탈초본(국사편찬위원회)이, 1990년 문중에서 한글번역본(번역 이민수)이 각각 출간됐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 번역본은 절판되어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다. 그리고 조선시대 지명이나 전문적인 용어에 대한 설명이 없는 등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발간된 ‘쇄미록’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원문과 탈초본을 대조해 오자, 탈자, 누락 등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번역은 가능한 현대에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해 가독성을 높였다. 당시의 역사적 사건, 인물, 지명 등은 3,000여개 주석을 추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한편 ‘쇄미록(瑣尾錄)’이라는 책의 이름은 “자잘하며 보잘것없는 이, 떠돌아다니는(流離) 사람이로다[瑣兮尾兮 流離之子]”라는 ‘시경(詩經)’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