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교통 파업과 고장난 거울뉴런

지금 우리에겐 더 많은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김순종 기자l승인2019.02.14l수정2019.02.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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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 조규일 진주시장이 시정철학으로 강조해온 가치다. 그는 소통과 공감이 진주를 부강하고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교통 파업 국면에서 소통과 공감은 보이지 않는다. 진주시는 시청사 문을 걸어 잠근 채 삼성교통에 조건 없는 파업 철회를 요구한다. 삼성교통 가족들이 눈물로 시장면담을 요청했지만 이조차 거부했다. 조 시장이 말한 소통과 공감은 자신의 입맛에 맞을 때만 빛을 발하는 가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진주시는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는 삼성교통의 요구에 ‘최저임금 보장’은 없었다는 주장을 거듭하지만, 진주시는 최저임금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2015년 12월 펴낸 ‘진주시 대중교통체계개편방안 수립연구’에서다. 2017년 6월에는 시의회에 출석한 교통과장이 “어차피 그 부분(최저임금 보장)은 법률적인 사항이기에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보장 약속이 없었다는 억지주장은 계속 된다. 지난 7일 조규일 진주시장은 “시내버스 4사간 최종합의에는 최저임금 보장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2015년 12월 진주시가 펴낸 용역보고서는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했다. 이 답변은 조 시장이 사안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문을 품게 한다. 조 시장이 용역보고서를, 그리고 시내버스 4사간의 최종합의문을 읽어보고 이런 답변을 내놓은 것인지 묻고 싶다.

▲ 김순종 기자

시내버스 4사가 2016년 4월 한 합의는 노선배분에 관한 것이었다. 최저임금은 합의대상이 아니었다. 이 합의에서 삼성교통은 수익노선 다수를 타 업체에 양도했다. 적정한 표준운송원가(최저임금)가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아울러 2015년 12월 진주시가 펴낸 용역보고서는 참고용일지 모르나, ‘최저임금 보장’ 약속은 ‘참고용’이 아니었다. ‘참고용’인 용역보고서를 검토한 운수업체가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자 진주시가 내놓은 답변이 ‘최저임금 보장’이었다. 이는 ‘확약’의 의미를 가진다.

진주시가 시내버스 업체에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시내버스가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에 시내버스 업체 역시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철도공사와 시내버스 업체의 운영구조를 비교해보면 이는 더욱 자명하다. 두 기관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같다. 철도공사는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강원도 벽지에 열차를 보낸다. 수익이 날 리 없지만, 그곳에 사는 소수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시내버스도 진주 면지역에 버스를 보낸다. 수익은 적지만 공익을 위해서다.

더욱이 운수업체는 일반 사기업처럼 시내버스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경남도에서 시민들의 부담을 우려, 가격을 묶어두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물가는 변동됐지만, 버스요금은 그대로였다. 운수업체는 경영상황이 어려워져도 그들의 주수입원인 시내버스 요금을 올릴 권한이 없다. 그렇다면 공기업의 부채와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주듯, 자치단체가 정부의 역할을 하는 게 옳다. '공익성'과 '자율성의 제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운수업체에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진주시의 주장은 과도하다. 운수업체의 구조상 경영혁신을 단행하기 힘들다. 운수업체가 자구책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효율적인 노선개편으로 시내버스 이용객 수를 늘려야 한다. 여객운수수입은 그들의 주수입원이다. 그런데 운수업체에는 노선개편 권한이 없다. 2017년 6월부터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겼던 ‘졸속 시내버스 개편’도 진주시가 단행했다. 이 때문에 10년 내 가장 많은 시내버스 이용객 수 감소가 이루어졌고, 삼성교통은 2016년(139억원) 대비 2018년(99억 원) 여객운수수입이 40억 원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영혁신을 이룰 방법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해 인건비를 줄이거나 시민안전이 위협받을지라도 정비비 등 다른 비용을 아끼는 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

삼성교통의 임금이 많다는 진주시의 주장도 허구다. 이들이 파업을 단행한 건 지난해 최저임금을 지키다 12억 원의 적자를 감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12% 올렸다. 당시 최저임금이 16.4% 증가하자 기본급을 최저임금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반면 진주시는 표준운송원가(인건비 항목)를 3% 인상시켰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인건비를 올려줄 계획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0.9% 올랐고, 내년에는 또 얼마가 오를지 모른다. 매년 표준운송원가(인건비)를 3% 올려준다면, 삼성교통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도 1년차이든 30년차이든 기본급은 최저임금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할까.

진주시가 이들의 임금이 많다거나 또 다른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주장을 하는 건 어쩌면 우리사회의 노동천시 현상, 공감능력 부족 때문일지 모른다. 노조가 파업을 한다면 일단 얼굴을 붉히고 보는 우리다. 그럼에도 기본급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월209시간인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을 초과해 월 300시간 넘게 일해 월 350만 가량의 임금을 받으라면 사람들은 분개한다. 자신의 일이 되면 이같은 고노동, 저임금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이 운전직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같은 여러 이유에도 일부 시민들은 최저임금 보장은 삼성교통 사측이 경영혁신을 통해 이루어야 할 일이지, 진주시의 책임이 아니라 말한다. 그건 아마도 그들의 ‘거울뉴런’이 고장났기 때문일 것이다. 거울뉴런은 우리가 타인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뇌의 한 부분이다. 원숭이가 접시 위 놓인 땅콩을 집으려 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원숭이의 뇌 속에서도 동일한 화학 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을 발견한 리촐리티 박사가 만들어 낸 개념이다. 원숭이에게 있는 거울뉴런은 응당 인간에게도 있다. 그리고 이 뉴런은 우리에게 소통과 공감능력을 부여한다.

한편으로 거울뉴런은 삼성교통 파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단 그 거울 뉴런을 조규일 진주시장이, 진주시 교통과가 그리고 타인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이 원활히 작동시킬 때. 사족을 붙이자면 그간 삼성교통 문제를 취재하며 힘겨웠다. 취재가 힘겨웠던 건 아니다. 우리 안의 불통과 비공감, 그리고 불관용을 목도하는 것이 힘겨웠다. 부디 삼성교통 노동자의 상황이 언젠가 우리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라. 그때 당신은 이웃들에게 어떠한 이해를 요구할텐가. 그 요구가 오늘을 돌이켜볼 때 부끄럽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에겐 더 많은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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