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당직의료 인력 부족으로 유산, "억울하다"

의원급 의료기관 당직 의료인력 편성 의무 없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전문의 부재 이은상 기자l승인2019.02.08l수정2019.02.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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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기간 응급처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저의 소중한 태아가 유산되고 말았습니다. 한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당직의사가 없었습니다. 다른 병원에도 당직의사가 잘 없고, 초진이라 아무런 처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큰 병원에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고, 의료 경험이 적은 전공의에게 진료를 받아 진료를 받는 내내 불안했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잃게 돼 너무나 억울합니다”

 

▲ 산부인과 당직의료 인력 부족한 실정이다.의원급 의료기관은 당직 의료인력 편성 의무 없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전문의 부재한 상황이다.

최모 씨(주약동·34)는 임신한지 8주된 산모다. 최 씨는 진주시 소재 A의원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 그 결과 태아의 심장 박동이 약하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병원 진료 후 1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 갑작스런 복통과 함께 하혈을 동반했다.

최 씨는 지난 4일, 명절 연휴 기간 중 하혈이 심해져 기존에 진료를 받은 A의원에 예약문의를 했다. 하지만 담당의사가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간 상태여서 응급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다른 의원과 병원에도 수차례 전화로 문의를 했다. 그러나 초진이기 때문에 의료기록이 없고, 초음파와 혈액검사 등을 맡을 선생님이 부재해 진료가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큰 병원을 방문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어 양질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유산을 하고 말았다.

최 씨는 “정부에서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정작 산모와 태아를 위한 의료 시설과 정책 등이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부인과를 이용하는 환자 대부분이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한다. 문제는 명절 같은 연휴 기간에는 당직 의료인이 부족해 환자가 응급진료를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또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당직의료 인력이 있더라도 산부인과 전문의로 국한시켜 배치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의료법 제 41조에는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 의료인을 두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의원급 의료시설에 당직 의료인을 배치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님을 의미한다.

동법 시행령 제 18조에는 각종 병원에 둬야하는 당직의료인의 수가 명시돼 있다. 이법의 취지는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의 경우 일반진료 시간 이후부터 다음날 진료 시작 전 까지 당직 의료인을 배치해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과 자격정지·개설허가 취소 등의 행정조치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 법에도 맹점이 있다. 지난 2017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병원에 당직의사를 배치하지 않았지만 무죄를 선고한 선례가 있다. 법률에 당직 의료인을 둬야 한다고,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은 시행령에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시행령이 모법인 법률의 위임 없이 형사 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그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B병원 의사 조모 씨(33)는 “소규모 의원의 경우 휴일까지 당직 의료 인력을 배치하기가 힘든 실정이다”며 “응급상황을 대비해 정부가 의료 기관 간 데이터베이스를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응급진료인력을 확충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의료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 응급실 등에 근무하는 당직 의료 인력의 대부분은 전공의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 1일 과도한 당직업무로 인천의 한 병원 당직실에서 전공의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사망 전 24시간을 연속으로 근무 했고, 이어서 12시간을 더 근무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전공의를 포함한 응급 의료 환경이 매우 취약하며, 현행 의료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은상 기자  ayo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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