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보장 약속 지켜지지 않고, 시내버스 노선 개편 후 적자 쌓여

진주 시내버스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운행대수(91대)를 보유한 삼성교통이 지난 21일부로 파업을 단행했다. 이들은 진주시가 표준운송원가 인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보장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그간 모든 운전직 노동자의 인건비(기본급)를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해왔다. 1년 차이든 10년 차이든 기본급(주40시간, 월209시간)은 최저임금, 작년기준으로 157만여 원이다. 이들은 한달 300여 시간 넘게 일해 적은 임금을 메우고 있다. 그럼에도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삼성교통은 6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남겼다.

이들이 파업에 내몰리기까지 그간 어떠한 일들이 있었을까.

 

▲ 진주시청 앞에서 파업집회를 열고 있는 삼성교통 노조원들

- 시내버스 과다운행 등으로 버스 노선개편 시작, 노선개편 전부터 삼성교통과 대립

“진주시는 2011년 8월 감사원으로부터 시내버스 업체들의 중복노선 운행 및 시내버스 과다 운행 문제로 시내버스 업체들의 자발적 감차 및 노선 폐지를 유도할 것을 통보받은 것 외에도 혁신도시 조성 등으로...‘진주시 시내버스 교통체계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

최근 삼성교통과 진주시가 ‘재정지원금 및 무료 환승지원금 삭감 처분 취소’ 등을 다투고 있는 가운데 부산고등법원이 내놓은 판결문의 일부이다. 법원의 말처럼 진주시는 2011년 8월 감사원 감사 뒤 시내버스 노선 전면 재개편을 계획했다. 혁신도시 등 신도시 조성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였지만, 부산교통이 시내버스 11대를 불법 증차 운행하며 교통질서를 어지럽힌 것도 노선개편의 이유가 됐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 과정에서 진주시와 삼성교통은 대립했다. 2016년 4월 버스 4사가 기존의 노선을 나누기로 합의했지만, 그 전제가 된 표준운송원가가 적정하지 않다며 삼성교통은 합의를 파기했다. 당시 삼성교통은 진주시민버스, 부산교통에 공문을 보내 “진주시가 제시하는 표준운송원가로는 부산교통 적자 축소, 삼성교통, 진주시민버스 적자 확대가 예상된다”며 합의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교통의 이 같은 조처에 진주시는 재정보조금, 환승보조금 삭감으로 압박해왔고, 삼성교통은 결국 시내버스노선개편을 수용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교통 직원 가운데 한 명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김시민 대교에 올라 투쟁했다. 그의 고공농성이 며칠 간 이어진 뒤 진주시와 삼성교통은 노선개편안(표준운송원가)을 수용하되, 문제가 있으면 삼성교통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노선(수익노선들)을 돌려줄 것을 약속하고 재합의했다.

 

▲ 2015년 12월 진주시가 펴낸 용역 보고서, '최저임금 보장'이 명시돼 있다.진주시는 운수업체의 검토의견 “(진주시가 계획한 인건비 인상률로는) 2017년부터 최저임금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최저임금에 위반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 시내버스 전면 개편 후 6개월, ‘최저임금 보장’두고 갈등 시작

2017년 6월1일 진주 시내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되고 6개월이 지나자,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올랐다. 삼성교통은 1월부터 최저임금을 월급에 반영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7월이 되어서야 최저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했다. 2018년 최저임금은 16.4% 올랐지만. 진주시는 표준운송원가 내 인건비를 3% 인상했기 때문이다. 진주시는 인건비 상승률이 공무원 5년간 평균 임금 인상률로 산출된다고 주장했지만, 삼성교통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진주시가 최저임금을 지킬 수 있도록 표준운송원가를 인상해주겠다는 약속을 여러 번했던 이유다.

단적으로 2015년 12월 진주시가 펴낸 ‘진주시 대중교통체계개편방안 수립연구’의 내용이다. 진주시는 여기서 운수업체의 검토의견 “(진주시가 계획한 인건비 인상률로는) 2017년부터 최저임금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최저임금에 위반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본래 진주시가 용역보고서에 담았던 인건비 인상 기준인 최근 5년간 공무원 임금 평균 인상률 항목을 보고 운수업체가 검토의견을 낸 것에 대한 답변이기에 확정성을 갖는다.

또한 2017년 6월 13일 진주시의회에서 류재수 의원이 시내버스 업체 최저임금 보장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교통과장은 “어차피 그 부분은 법률적인 사항(최저임금 준수)이기 때문에 다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진주시의회 속기록으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대로 시내버스 노선 개편 과정에서 삼성교통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펼치자. 당시 교통과장은 삼성교통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켜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교통은 이 점을 들어 지난해 7월17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진주시가 우리를 파업의 길로 내몬 것“이라며 같은 해 8월20일부터 파업을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진주시의회의 중재로 파업은 유보됐다. 중재안 내용은 2018년 시내버스업체 경영 및 서비스 평가용역 과정에서 표준운송원가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시의회, 운수업체의 참여를 통한 검증절차를 갖자는 것이었다. 또한 표준운송원가가 부적정할 경우 2018년 표준운송원가를 적정분 만큼 운수업체에 소급지원하기로 했다.

 

▲ 2017년 6월 13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서 류재수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교통과장, "어차피 그 부분은 법률적인 사항(최저임금 준수)이기 때문에 다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 2018년 말, 2019년 초 열린 표준운송원가 적정성 검토 보고회, 파행

표준운송원가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용역의 중간보고회는 지난달 28일 열렸지만, 파행됐다. 진주시(용역업체)가 표준운송원가 적정성을 검토하지 못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중간보고회는 1월18일 다시 열렸지만, 또 한 번 파행됐다. 여전히 진주시(용역업체)는 표준운송원가 적정성을 검토할 수 없다고 했다. 각 업체마다 임금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진주시(용역업체)는 이날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운수업체 4사의 통상시급이 2018년 최저임금 7천530원을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법으로 산출된 수치였다. 진주시는 통상임금에 기본급과 주휴수당만이 반영됨에도 야간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동부 감독관, 노무사도 진주시의 통상임급 산출법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삼성교통은 통상시급 기준으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 자사의 통상시급을 계산하면 6천700원이 나온다고 했다. 삼성교통은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2017년 최저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오다, 2018년 하반기 그 해에 걸맞은 최저임금을 소급해줬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가 나온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자 진주시는 진주시 표준운송원가제는 총량지원제이고, 지원되는 돈의 한도 내에서 최저임금 보장 여부는 각 운수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교통외 다른 3사는 같은 금액을 받아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주시민버스, 부산/부일교통 관계자는 사실상 표준운송원가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진주시민버스는 표준운송원가가 부족해 정비부품을 재활용하거나 값싼 것만 골라 쓴다고 말했다. 진주시민버스는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 인건비만 7억 원의 적자를 봤다. 같은 기간 삼성교통은 6억 원의 적자를 봤다.

 

▲ 내동면 시내버스 차고지에 붙은 진주시민버스의 현수막, 이들도 표준운송원가가 부족하다는 입장.

- 21일 파업 시작, 전세버스 한 달 임차 23억 원, 삼성교통 최저임금 보장 한 달 1억

두 번에 걸친 용역 중간보고회가 파행이 되면서 21일 새벽 5시 삼성교통은 파업을 단행했다. 이들은 진주시가 최저임금을 지키겠다는 약속, 표준운송원가 적정성 검토 후 문제가 있으면 2018년 표준운송원가도 소급해주겠다던 본래의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파업이유를 설명했다. 파업은 31일 현재까지 11일 동안 지속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삼성교통과 진주시는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삼성교통은 최저임금 보장 약속을 지켜라는 반면, 진주시는 진주시 표준운송원가제는 총량지원제라며 지원되는 금액 안에서 최저임금 준수 여부는 운수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한다. 삼성교통과 진주시는 현재 각자의 주장에서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주시민소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이들은 삼성교통이 적자로 인해 1월달 임금 체불을 겪고 있으니 재정지원금을 선지급하고, 표준운송원가 적정성을 따져보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시의회, 소통위, 운수업체, 진주시, 교통전문가 등 참여)를 꾸리자고 양 측에 제안한 상황이다. 삼성교통은 이 제안에 긍정적이나 진주시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의 입장은 “일단 파업을 풀어야 재정지원 선지급 등도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는 전언이다.

한편 그간 진주시는 하루 전세버스 100대를 임차해 삼성교통 노선에 투입해왔다. 1대당 하루 임차료는 77만원, 한 달 간 100대를 임차하면 약 23억 원이다. 11일에 접어든 오늘까지는 약 8억 5천만 원의 혈세가 사용됐다. 반면 삼성교통은 지난해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약 12억 원의 적자를 봤다며, 작년 기준 진주시가 최저임금을 지키키 위해 들여야 할 비용 1년간 약 12억 원, 한 달 1억 원에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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