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위원들, 지층 균열, 경제성 따져 옮기는 쪽으로 가닥

백악기 공룡 발자국 4천여 점이 발견된 정촌면 ‘공룡 발자국 화석지’가 현장 보존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에서는 “‘라거슈타테(대규모 공룡화석 발굴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화석 발굴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정촌면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중간중간 지층 균열이 일어난 모습도 보인다. (사진 = 갈상돈)

최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은 정촌면 뿌리산단 공룡발자국 화석지를 현장조사한 후, 현장보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이같은 의견을 낸 것은 이곳에서 지층이 밀리는 현상과 지층 균열(갈라짐)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을 보존할 경우 진주시가 이곳에서 진행 중인 뿌리산단 조성공사가 지연되는 등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원들이 현장보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현장보존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28일 “문화재 위원들이 현장보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최종 결정은 내려진 바 없다. 아직 좀 더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위원들이 발자국 화석지를 보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에는 “잘은 모르지만 지층 균열 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현재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밀발굴조사가 끝나봐야 보존 조치를 내릴 지 최종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장 보존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발굴팀은 현장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 지층을 잘라 옮기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발굴팀 김경수 진주교대 교수는 “모든 지층을 자르기 위해서는 2~3년간의 작업시간이 필요하지만, 발굴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올해 5~6월까지다. (최종적으로 보존 결정이 나지 않을 때를 대비) 발자국 화석을 자르고, 표본을 뜨는 작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현장보존이 되지 않을 시 발자국 화석은 충무공동 익룡전시관으로 옮겨진다.

 

▲ 정촌면 공룡화석 발자국. 중간중간 지층이 균열된 흔적도 보인다. (사진 = 갈상돈)

28일 정촌면 공룡 발자국 화석지를 방문한 갈상돈 진주혁신포럼 대표는 보존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정촌면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지는 세계 최다 규모이고, 진주에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며 “발자국 화석을 잘라 박물관에 보존하는 것은 현장 보존 조치에 비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지역에서 이곳을 보존할 수 있도록 여론조성에 나서는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창래 역사진주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쪽이 사암지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암지대이니 화석이 (단단하지 않아) 제대로 보존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존이 되면 좋지만 그 방법이 화석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면 옮겨서 보존하는 게 맞다. 문화재위원들도 그런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화석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현장 보존되면 좋겠다. 다만 여러 전후사정을 살펴봐야 한다. 아쉬운 마음은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단 부지에서는 백악기 공룡 발자국 4천여 점이 발견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으로는 밀집도와 보존 상태가 세계 최고 수준인 까닭이다. 정촌면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발견되기에 앞서 지난 2010년 진주 혁신도시 부지 터에서도 대규모 공룡 화석 발자국이 발견됐다. 이에 이들 발자국이 발견된 진주 백악기 층이 학계에서 대규모 공룡화석지인 ‘라거슈타테’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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