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정촌 대경파미르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상호 '양보'와 '신뢰'다.

“지금 혹시 녹취하고 있나요?”

지난해 진주 정촌면 소재 대경파미르 아파트 취재 당시 있었던 일이다. 11월에 입주할 것으로 예상했던 1465세대의 사람들이 입주를 못해 민원이 빗발쳤다. 그 이유를 알기위해 취재에 착수했다. 반복된 취재요청에도 불구하고 대경관계자는 거듭 자리를 피했다. 결국 현장을 직접 방문했으나 녹취를 막기위해 휴대전화까지 맡겨둔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 사진을 찍는 것도 힘들었다. 돌아가는 순간까지 직원들의 감시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업을 총괄한 대경건설 실무 대표자의 ‘독단에 따른 신뢰의 결여’라고 볼 수 있다. 예정된 기한 내 공사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실무 대표자는 당사자 간 소통보다는 자신의 주관대로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직원상호 간에 신뢰가 깨지고, 이탈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하청업체의 반발도 발생했다.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예정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사전점검을 강행했다.

그의 책임감이 강해서였을까. 아니면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였을까. 부실시공이 끊이지 않았고, 공사도중 화재도 발생했다. 심지어 현장소장도 여러 명 교체됐다. 이에 대경관계자는 지반이 너무 단단하고, 여름철 강우량이 많은 등 자연적 요건이 컸다고 해명했다.

▲ 이은상 기자

그 결과는 뻔했다. 입주민의 하자보수 요청이 1만 4천 건을 넘어섰고, 경남도 품질검사에서도 260건 이상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진심어린 하자보수는 뒷전인 채 남은 공사를 강행하고, 사용승인을 받아 입주부터 먼저하고, 추후 보완하겠다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대경건설의 이러한 태도는 당사자 간의 신뢰에 균열을 만들었다. 그 결과 대경건설은 금전적 손해를 크게 입었고, 금탑훈장을 받은 회장의 명성에도 금이 가게 만들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2차 간담회가 끝난 뒤 입주예정자들의 항의가 거셌다. 입주예정자들은 회의에 참석한 몇몇 대표자들과 기자들 앞에서만 사과를 했다며, 돌아가는 그의 차를 막고 20분간 그를 성토했다. 결국 이윤우회장은 차에서 내려 입주민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입주예정자들이다. 그들은 애초에 지난해 11월 30일에 입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아파트를 이미 매도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추운 겨울 날 갈 곳이 없어 좁은 원룸에서 전전긍긍하며 생활하고 있다. 하자보수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으며, 입주예정일조차 결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도 입주대표자와 대경건설 관계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20일 시의회 중재로 간담회를 열어 잠정적인 합의안이 제시됐으나 3차 사전점검여부를 두고 아직도 갈등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아무런 결론 없이 피해자만 늘어난 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입주예정자 간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입주민의 위임장을 받아 설립된 입주민 대표기구가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 없이 몇몇 대표자의 독선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은 완벽한 하자보수와 함께 아파트 계약해지를 주장했다. 또한 위임장을 철회하고, 그들에게 반대하는 카페를 개설하며 대항했다.

반면 입주민 대표기구의 대표자들은 입주예정자들의 대다수로 부터 위임장을 받았기때문에 대표성을 띈 기구임을 강조했다. 또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한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각종 제보와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독선으로 신뢰를 잃은 대경건설의 실무책임자가 물러나고, 새로운 대표자들이 곧 협상을 시작한다. 하자보수를 위한 3차 사전점검 실시 여부를 두고 다시 놓여진 협상 테이블에 가장 먼저 올라야 할 것은 상호 간의 '신뢰'와 '양보'하는 자세다.

갈등의 해결은 오직 ‘신뢰’의 회복에 달려있다. 그들이 서로를 믿고, 한 발 물러서며 양보할지 아니면 다시 등을 돌리게 될지 다시 한 번 지켜볼 일이다. 문제해결의 실마리인 ‘양보’ 또한 상호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갈등이 해결되길 바라며, 그들에게 묻는다. “지금 서로 '신뢰'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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