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교수, "국제 학술지(백악기 연구, Cretaceous Research)에 라거슈타테라 썼는데, 대부분 긍정적으로 반응해"

진주에서 연이어 공룡 발자국이 발견돼, 진주가 ‘백악기 척추동물 발자국 라거슈타테’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라거슈타테’는 독일어로 ‘대규모 화석 발견 장소’를 의미한다.

십여 년 사이 정촌면 뿌리산단, 진주 혁신도시, 진주시 사봉면 사곡리 야산, 진주 진성면 등에서 공룡 발자국이 연이어 발견됐다. 진주가 중생대 척추동물들의 주 서식지였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진주 정촌면 뿌리산업단지 조성지와 진주 혁신도시에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대규모 출토돼 눈길을 끈다.

 

▲ 진주시 정촌면에서 발견된 대형 공룡 발자국(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진주 정촌면 뿌리산업단지에서는 약 1억 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300여 개다. 가장 많은 발자국을 남긴 공룡은 목 긴 초식 공룡인 용각류 공룡이다. 164개 발자국, 8개의 보행렬이 남았다. 육식 공룡인 수각류 공룡들의 발자국도 84개 발견됐다. 길이는 40~50cm에 달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공룡 발자국이 발견돼 주목 받았다. 이 공룡의 발자국은 모두 24개이다. 4족 보행 초식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익룡 발자국, 새 발자국 등 다양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들 화석은 진주혁신도시 익룡화석문화재 전시관으로 이전된 상태이다.

 

▲ 진주 혁신도시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랩터 발자국(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2011년 진주시 혁신도시 조성 공사현장(호탄동 2곳, 문산읍 1곳)에서도 중생대 익룡 발자국 등이 대거 발견됐다. 당시 발견된 익룡 발자국은 550여 개이다. 육식 공룡인 수각류 발자국은 70여개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새를 포함한 새 발자국 화석은 640여개 발굴됐다. 단일 지역 발자국 화석 규모로 따지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이다. 진주 혁신도시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천연기념물 제534호로 지정, 혁신도시 내 익룡발자국 전시관에 보관됐다.

특히 이곳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랩터 공룡 발자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개구리 발자국 화석, 세계 최초 백악기 뜀걸음형 포유류 발자국 등이 발견돼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룡발자국(랩터)은 약 1억 천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층에서 발견됐다. 이 공룡의 발자국은 길이 1cm, 폭 0.4cm로 지금까지 발견된 랩터 발자국 가운데 가장 작다. 이전까지 발견된 가장 작은 공룡의 발길이는 2.5cm였다. 이 공룡의 정식 명칭은 ‘드로마에오사우루스’로 ‘달리는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참새 몸집의 크기를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 진주시 혁신도시 조성터에서 발견된 뜀걸음형 포유류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 발자국(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뒷발로만 뜀뛰기 하듯 이동하는 뜀걸음형 포유류는 ‘코리아살티페스 진주엔시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발견된 뒷발자국 화석은 총 9쌍, 중생대 백악기 화석으로는 세계적으로 한 차례도 보고된 바 없어 의미가 크다.약 1억 천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진주층에서 발견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생' 개구리 발자국 화석도 이곳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발자국은 모두 22개로 개구리의 보행렬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전남 신안군, 미국 유타주에서도 ‘현생’ 개구리 발자국이 발견됐지만, 이곳에서 발견된 발자국은 약 1억 천2백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 진주 혁신도시 조성 터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생' 개구리 발자국(사진 =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2009년 진주시 사봉면에서도 공룡발자국 화석과 빗물자국 등 특이한 퇴적구조가 발견됐다. 길이 78cm에 달하는 대형 공룡 발자국부터 5cm 소형 발자국까지 발견된 발자국은 모두 130여 개다. 이들 발자국은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살았던 공룡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빗물자국, 거품자국 화석 등이 발견돼 당시의 기후와 퇴적환경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1997년 진주 진성면에서 공룡발자국, 새 발자국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발견된 화석은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120여 개, 4종의 새 발자국, 익룡 발자국 등이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395호로 지정된 바 있다.

이에 김경수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소장(과학교육과 교수)은 백악기 진주층이 ‘라거슈타테 (대규모 화석 발견 장소)’로 불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라거슈타테’는 지정 주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퇴적층 혹은 특정 장소에서 화석이 연거푸 발견되면 학자들이 그 의미를 인정, ‘라거슈타테’라 부르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제 학술지 ‘백악기 연구’에 발표한 개구리 발자국 화석 관련 논문에 ‘라거슈타테’라는 표현을 넣었는데 이 논문의 리뷰어들이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년 1월 중 발표할 후속 논문에도 ‘라거슈타테’라는 표현을 넣었다”며 학자들 사이에서 진주 지역(혹은 백악기 진주층)이 ‘라거슈타테’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했다.

한편 그가 1월 중 발표할 논문은 진주시 정촌면에서 발견된 ‘작고 보존 상태가 좋은 화석’과 관련된 논문이다. 그는 관련 논문에는 말을 아꼈다. 1월 중 이 논문과 관련한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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