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뤄져야 한다.”

고왔던 내 청춘은

기다림에 애 태우고

지나간 세월은 어이 보내고

손마디만 거칠었구려

      - 장계현 노래 ‘돌아온 당신

 

▲ 박흥준 상임고문

그건 끝내 기다림이었지. 애(愛)와 증(憎)이 교차하면서 싸우다가 마침내 애가 증을 이겼지. 애가 증을 제압한 동력은 나도 모르는 그리움(情)이 저절로 쌓이고 그리움의 또 다른 형태인 기다림(望)이 이어진 까닭이었지.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영문도 모른 채 손꼽고, 정작 당일에는 뜻도 모른 채 즐거워 지내는 건 출애굽 이후에도 고통이 여전하고 기다림도 여전하기 때문이지. 홍해처럼 갈라진 세월이 60갑자를 훨씬 넘겼기 때문이지. 기다림에 애 태우고 손마디가 거칠어졌어도 만남의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견딜 수 있었지. 지금도 견디고 있지.

 

널 마중 나가 있는 내 삶은 고달퍼...

갈 테야 그 하늘가 나를 추억하는 그대

손수건만큼만 울고 반갑게 날 맞아줘

왜 이리 늦었냐고 그대 내게 물어 오면

세월의 장난으로 이제(서)야 왔다고

           - 김규민 노래 ‘옛 이야기’

 

지금도 계속되는 현실을 ‘옛 이야기’라 칭하는 건 기다림을 지속할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 ‘현실긍정’이 있기 때문이지. 아니 먼 미래에 벌써 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별도 없고 이별 이후 겪어야 할 고통도 더 이상 없는 미래를 긍정하며 희망하는 거지. 그리고 뒤돌아보는 거지. 한 때는 그랬다고, 그 옛날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고 어린 자식에게 조곤조곤 얘기하는 게 좋은 거지.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단, 그 꿈은 함께 꾸는 꿈이지. 혼자 꾸면 몽상이요 함께 꾸면 미래이니까.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한다

슬픔도 끝나야한다

우리는 만나야한다

       - 김원중 노래 ‘직녀에게’

 

지난 80년대, 그 엄혹했던 군사정권 때에도 이런 노래가 만들어졌지. 물론 잠시 나오다가 우리가 익히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됐지. 하지만 인구에 회자됐지. 술자리에서 뜻도 모르고 부르는 사람, 눈물 글썽이며 부르는 사람. 어깨동무에 떼창하는 무리들. 뜻을 정확히 파악해 민감하지만 은밀히 반응한 한 줌의 인간들, 뒤늦게 뜻을 알고 만남을 염원하게 된 민초들이 함께했던 시절이었지. 나는 고백하건대 맨 마지막 케이스이지.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리고 그 날이 왔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인생이란 게 그런 거라네

사랑해요 고마워요

오늘 정말 행복합니다

오늘같이 좋은 날에

우리 함께 춤을 춥시다

           - 김덕희 노래 ‘오늘은 기쁜 날’

 

두 손을 잡았지. 환호했지. 앞날을 약속했지. 더 이상 싸우지 말자고 맹세도 했지. 앞날을 위해, 그 맹세의 이행을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자고 했지.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지. 하지만 ‘우리 함께 춤출 날’은 계속 미뤄지고 있지. 우리보다 조금 더 잘 산다는 이웃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바람에. 둘이 붙어먹으면 가만 안 둔다고 을러대는 바람에, 그냥 우리끼리 할까. 그게 속 편하잖아. 그냥 내질러? 질러버려?

 

사랑 때문에 울고 울었던

지나간 세월 모두 잊고

행복 가득한 꽃구름 타고

당신과 떠나갈 거야

      - 홍주 노래 ‘별이야’

 

반 발짝만 앞서 나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 형제자매부모라고 이리저리 불러내 “된다 안 된다” 온갖 간섭을 하면 혼인 앞둔 선남선녀들 엄청 헷갈리지. 그들을 달래고 설명하고 비전 보여주고 효도연금 10만원씩 입금하겠다고 약속하고 어쨌든 잘 살겠다 공약하고... 반 발짝 앞서 나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지. 어렵더라도 그렇게 해야지. 모든 걸 기정사실로 만들어야지. 옥동자를 혼수로 장만하는 것도 방법이지. 그러려면 정답은? ‘답방’이지.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나만 사랑한다면

확실하게 붙잡아

- 현철 노래 ‘사랑의 이름표’

 

숨 가쁘게 달려왔지. 단일팀을 만들어 얼음을 녹였지. 콘크리트 선을 손잡고 넘나들었지. 화기애애하게 백두산 천지에 손도 담갔지. 짱돌과 몽둥이를 함께 놓았지. 철로도 함께 점검했지. 이제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해야지. ‘답방‘해야지. 그 다음 일은 함께 의논해 해결하고. 하나씩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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