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북한 트랙터 100대를 구매하는 건 어떨까?

미 트럼프 행정부의 죽끓듯 하는 대북 정책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사실상 물건너 가는 등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를 타계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남한 농민회를 중심으로 최근 트랙터 보내기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구상과 추진 방법을 지켜 보면서, ‘원조’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역발상적 제안’을 하나 해보고 싶다.

▲ 서성룡 편집장

나는 북한의 세습 체제와 독재, 언론 통제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한편으론 북한이 남한에 비해 장점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말을 잘 살려 쓰는 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자력갱생 경제를 택해 성공시켜온 점,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 공동체 문화와 전통문화를 잘 살려온 점을 높이 산다. 특히 우리는 한번도 성공시키지 못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판판이 성공시켜온 점, 핵실험을 성공시켜온 점도 불편하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은연중 우월의식을 갖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미디어의 영향이 클 것이다. 종편의 예능프로그램에는 탈북자를 출현시켜 북한을 희화하고 조롱한다. 살아가기 팍팍한 남한 사람들이 사회에 불평불만을 갖는 대신 남의 불행으로 내 불행을 위안 삼으라는 것일 게다.

탈북 새터민들 가운데는 남한 사람들의 이러한 의식(북한과 북한 사람을 깔보는 남한 우월의식)을 대단히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이유로 탈북은 했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어느 면에서는 남한이 북한보다 못한 점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통일 운동 하는 사람들도 북한을 깔보기만 하기 일쑤다. 북한에 쌀과 라면과 옷가지를 보낸다거나 하는 일들, 그리고 최근 진주에서 벌어지는 트랙터 보내기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대북 교류 방법은 언제나 남한이 북을 원조하는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마도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몰이 장면이 인상에 깊이 박혀, 대북 교류 사업, 평화 사업 하면 남한 물자를 북에 보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듯 하다. 한편으론 우월의식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이미 언론에도 나왔다시피 북한의 과학 기술과 제조업 기술, 정밀 기계 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해 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고 우리보다 일찍 농업용 트랙터를 자체 개발한 북한에 남한 사람들이 돈을 모아 트랙터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과연 북한 사람들이 흔쾌히 받아들일까? 아니면 자존심 상해 할까?

북한에 트랙터를 보내기 보다는, 북한이 자체 개발해 평양 거리에서 줄지어 퍼레이드까지 벌인 80마력 천리마-804 100대를 남한 사람들이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더 기분 좋은 일 아닐까? 북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전환하는 데도 분명 도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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