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 토론자 1명 사실상 반대 토론해 '논란'

경남교육청이 19일 진주교육청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가 반대 측 토론자 3명 가운데 2명이 불참하며 파행을 겪었다. 또한 찬성 측 토론자 3명 가운데 1명이 조례 항목에 일일이 반대 의견을 제시해 주최측의 토론자 선정 과정에 허점이 드러났다.

 

▲ 학생인권조례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

이날 찬성 측 토론자로는 진주중앙고 채수형 교사, 진명여중 서정인 학생, 학부모 이경희 씨가 나왔다. 문제는 이경희 씨의 발언이 학생인권조례 찬성으로 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사회를 맡은 교육청 관계자는 “검토의견서를 받아보니 찬성 측 의견을 내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서게 했다”며 스스로도 의아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대 측 토론자로는 학부모 전상우 씨가 나섰다. 그는 “이러한 불공정한 토론회에는 참석할 수 없었지만, 대표 격으로 나왔다”며 공청회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사람 10여 명과 함께 퇴장했다. 그의 퇴장으로 반대 측 토론자가 한 명도 남지 않아 반대 의견을 듣고자 했던 일부 시민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 학생인권조례 찬성 측 토론자들

찬성 측 토론자인 채수형 교사는 인권은 불가침의 권리라며 이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 했다. 그는 “인권은 신성불가침 한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도, 우리나라 헌법도 이를 보장하고 있고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도 학교 설립자, 경영자, 학교장은 학생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남학생인권조례는 보편적 권리인 인권을 학생들에게 보장하는 것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서울, 경기, 광주, 경남 학생인권조례의 내용 차이가 없는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보편적인 인권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측 토론자인 학부모 전상우 씨는 학생인권조례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지난 1차 공청회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난 1차 공청회 주최자, 참여자, 기안자, 발제자 등이 대다수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는 측이라 공정한 공청회가 아니었다”며 “이번 공청회도 공정하지 않다. 공청회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구하다”고 했다. 

이어 “1차 공청회에서 찬반 양 진영이 충돌해 피해자가 나왔다. 한데 찬성 측에서는 이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며 이를 문제 삼고, “더 이상 공정하지 않은 공청회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반대 측 참석자 10여 명과 함께 퇴장했다. 

 

▲ 학생인권조례 반대 측 토론자들

찬성 측 토론자인 진명여중 서정인 학생은 학생으로서 겪고 있는 학교 안에서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하고 이를 타개하려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학교는 △ 학생들의 개성 추구를 막고 △ 사생활 침해가 빈번히 일어나며 △ 성적에 따라 특수반을 만드는 등 차별이 일어나고 △ 성희롱, 성차별, 사실상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들고 이를 해결하려면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수정이 필요하다며 학생인권조례에 빠진 내용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학생의 상담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안 되고, 인문계 고등학교가 성적에 따른 특별반을 만들어 차별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 강화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공청회가 열리는 진주교육지원청 앞에서 집회에 나섰다.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학부모 이경희 씨는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기보다 반대하는 뉘앙스를 풍기를 발언을 했다. 그는 특히 학생인권조례안의 여러 조항을 거론하면서 이들 조항이 삭제돼야 할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안 17조 ‘교직원은 성폭력 피해나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에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들고 “학부모, 학생, 경찰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게 어른이 할 일인데 이 조항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놔두라는 의미”라며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18세 이하 청소년은 전두엽이 덜 자라 성적 욕망을 절제할 수 없다”며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한다는데 인권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조례안 29조(노동인권)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노동 인권 교육을 어린 학생에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동인권 교육으로 노동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34조 학생인권센터 설립, 35조 학생인권옹호관 배치 조항이 “교사와 학생들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삭제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한“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삐뚤어진 정치적 관점도 가질 수 있다”며 학생들의 정치활동 자유도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청회 참석자 가운데 일부는 이에 “찬성 측 토론자가 조례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며 의아함을 표현했다. 

 

▲ 학생인권조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공청회가 열리는 진주교육지원청 앞에서 집회에 나섰다.

공청회 참석자들의 의견 표명과 질의도 이어졌다. 거창에서 왔다는 한 학부모는 “학생, 아이들이 보는데서 최근 동성애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며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에 채수형 교사는 “이성 연애이든 동성 연애이든 평등의 원칙에서 바라봤으면 한다”고 답했다. 

산청에서 온 한 학부모는 “학생 인권조례는 있는데 학부모, 교사 인권조례는 왜 없냐”고 질문했다. 이에 채수형 교사는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개념이고,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건 상대적 약자인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돼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인 학생은 이 질문에 “대기업 보호 법률은 없지만, 중소기업보호 법률은 있지 않나. 이와 같은 논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공청회는 학생 30명, 교직원 30명, 지역민 20명, 학부모 20명 등 총 100여명으로 구성돼 열렸고, 찬반의견을 가진 시민이 각각 50명씩 참여했다고 말했다. 공청회의 공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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