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씨를 애도하며

24세 비정규직 청년의 사망사고 보도를 접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비감을 느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영업이익이 3분기까지만 무려 1800억원이라고 한다. 그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회사가 노동자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위험천만한 안전관리는 나몰라라 하고 하청업체에 떠넘겼다. 규정상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으나 하청업체는 3년 계약(3년 안에 본전(?)을 뽑아야 하므로)이므로 2명이 아니라 1명만 투입해서 발생한 인재였다.

▲ 이시랑 농부이자 노동자 / 경남 산청군 거주

이번에 사고를 당한 청년은 제대 후 직장을 구하다 구하다 못 구해, 비정규직으로 그것도 위험하고 작업환경도 열악한 직장에 취업한 지 겨우 2개월된 노동자였다. 2개월 차면 아직 견습사원 딱지도 떼지않은 신출내기이다. 뭐가뭔지 모르는, 안전수칙이라든가 작업환경에 익숙치 않은 햇병아리를 하청업체는 규정을 어기고 단독근무를 시킨 것이다. 그것도 캄캄한 지하에, 그것도 석탄덩어리가 컨베이너에 실려 정신없이 돌아가고 엄청난 굉음으로 정신 차리기조차 힘든 열악한 작업장에 들어갔다가 스물넷의 꽃다운 청춘의 목이 처참하게 잘려 사망했다.

예를 들어 만약에 청년이 다리 하나가 절단됐다고 치자. 당연히 피가 솟을 것이고, 청년이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 스스로 지혈하고 응급조치(응급구급함도 없었겠지만 있다고 치고)를 했다 해도 청년이 지하 보일러실에서 지상까지 스스로 걸어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대과가 없다 하겠다. 그래서, 위험한 환경이라서, 2인 1조 근무를 시키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건비를 아끼려는 하청업체는 노동자가 죽건말건 다치건말건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내 말이 좀 과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내 말이 조금이라도 과하지 않다는 걸 사실을 통해 증명하겠다.

한전 산하에 5개의 화력발전 공기업이 있고, 그 중에 하나가 ‘한국서부발전’이라는 곳이다. 한국서부발전에는 5개의 발전소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번에 사고가 난 태안화력발전소이다. 그런데 피가 거꾸로 솟게하는 것은 지난 9년 동안 이곳에서만 12건의 산재사고가 났다는 사실이다. 다른 4개의 화력발전 공기업은 다 빼고, 한국서부발전 산하 다른 4개의 발전소는 다 빼고, 여기 태안화력발전소에만 지난 9년동안 12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했고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거나 중상을 입었다.

자! 그럼 차분하게 들여다 보자.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용하는 회사 이름은 ‘한국서부발전’이다. 한국전력의 자회사로 공기업이다. 그런데 그 공기업이 안전관리를 하청업체에 일임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아니 그러면 이렇게 해마다 한명 이상씩 노동자가 죽어나가는데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은 그동안 뭐했나? 한전은 뭐하고, 고용노동부는 뭐했나? 언론은 뭐하고, 민의를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국회의원은 뭐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지 않은가?

내가 대신 말해주고자 한다. 한전과 한국서부발전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의례적인 공문만 보내놓고 물밑에서는 짬짬이 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렇지 않고서야). 고용노동부는 ‘감사를 하겠다’는 보도자료 하나 달랑 발표하고, 언론은 탐사보도는커녕 심층취재도 하지않고 이를 받아 써서 스트레이트로 갈겼을 뿐이다. 그러면 국회는 뭐했나?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해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니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달라’고 진정도 하고 일인시위도 했으나 민의를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다.

더욱 암담한 것은 이런 적폐가 청산되고 ‘죽음의 외주화’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제 2의 김용균(태안발전소), 이민호(제주 실습생/제이크리에이션), 김아무개(구의역 스크린도어) 협착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슬픈 현실이다.

—국회는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을 3년째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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