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간강사들 수도권 대학 정원축소 영향 미칠까 우려

“경상대는 아직 시간강사 정원을 줄인다는 이야기가 없지만, 서울 지역 일부 대학은 시간강사 정원을 줄이고 있잖아요. 그럼 결국 그 사람들이 지역으로, 특히 사립대보다 임금이 높은 국립대로 몰려 올 건데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어요. 사실 그들은 논문 실적이라든지 이런 게 지방대 강사들보다 좋은 편이기도 한데...”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서울지역 사립대 일부가 시간강사 정원 감축에 들어간 가운데 경상대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A씨는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경상대는 아직 시간강사 정원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서울에서 시작된 강사 정원 감축이 지역에 미칠 파급을 우려해서다.

특히 그는 경상대에서 강사를 채용할 때 현직 강사에게 이점을 주는 제도가 없다는 점을 걱정했다. 그는 “경상대에서 강사를 (재) 채용할 때 현직 강사를 우선 채용한다거나 하는 규정은 없다”며 “경상대가 강사 수를 줄이지 않더라도 사립대에서 강사를 하다 내려온 사람들로 경쟁이 격화될까 걱정이다. 강사들에게는 강사직을 유지하는 게 생명줄과 같은데”라고 말했다.

 

▲ 강사법 개선안 국회 통과와 예산배정 촉구를 위해 농성에 나선 비정규직 교수들(사진 = 한국 비정규직 교수 노동조합 경상대 분회 누리집 갈무리)

지난 15일 시간강사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려 마련된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기대에 찬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시간강사의 처우가 올라갈 경우 재정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일부 대학이 시간강사 정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천 2백 명에 달하는 강사수를 내년 1학기까지 5백 명으로 줄일 예정이고, 건국대도 6백 명의 강사 중 3백 명만 채용한다는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학구조조정 저지와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21일 시간강사 총휴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상대의 경우 강사법 통과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비정규직 교수들도 적지 않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경상대분회가 설립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았고, 현재 노조가 경상대와 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어 대학이 강사 수를 줄이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다. 또한 이들이 단체협약 과정에서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 비정규직 교수의 정규직화이기에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도 있다.

경상대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 B씨는 “강사 임용절차는 결국 학교가 정하는 것인데, 노조가 단체협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비정규직 교수들의 교원 직위를 확보해 정규직화 하는 것”이라며 “서울에 근무하던 강사들도 비난을 무릅쓰고 내려오기는 힘들 걸로 본다. 향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를 풀기 위해 노조 측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강사법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나온 지 오래됐다.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강사 수는 이미 어느 정도 감축된 걸로 안다. 경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사 채용은 과 자체적으로 하는데 지금쯤 논의를 하고 있을 거다. 예산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강사법이 통과되면 예산이 어느 정도 지원될 거고, 사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도 노조 측에서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 제출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되 최소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급 지급을 의무화했다. 강사들에게 교원직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