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으로 거침없이 세상과 사람, 고향에 대한 사랑을 쏟아낸 고 허수경 시인"

27일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고 허수경 시인 추모행사 김순종 기자l승인2018.11.28l수정2018.11.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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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떠났지만 시인의 시, 그와의 추억은 오롯이 남았다. 27일 진주문고 여서재(평거동)에서는 고 허수경 시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허 시인의 대학 선후배와 지인, 독자 등 100여 명이 모였다.

 

▲ 27일 진주문고 여서재에서 고 허수경 시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이날 시인의 시를 이야기하고, 그와의 추억을 나누며 시인을 애도했다.

양일동 경남작가협회장은 “한국의 여성시인들은 그간 수동적인 시를 써왔는데 허 시인은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시를 써 한국 시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다”며 “선배 시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문화를 만들며 페미니즘적 성향을 시에 담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시인은 고독과 방황을 시의 근원적 모티브로 했고, 독일에 가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를 담은 시를 썼다. 지역적이고 토속적인 내용, 진주 말을 살려 쓴 시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서후 씨는 “10년 전 경남도민일보에 사표를 던지고 해외여행을 시작한 적이 있다. 당시 일과 사랑에 넘어져 있었다. 시인의 두 번째 시집(혼자가는 먼집)을 보며 시인의 넘어진 모습에 공감했다”며 시인의 시 ‘먹고싶다’를 낭독했다. 전희진 씨는 “시인이 이승에서 사람들과 즐겁게 취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시길 바란다”며 시인의 시 ‘불취불귀’를 읽었다.

최세현 씨는 “허수경 시인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허수경 시인하면 지나간 20대가 기억난다”며 “그때 당시 허 시인이 가입해있던 전원문학회를 기웃거리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허 시인의 시를 필사하곤 한다. 허 시인이 지금 천국에 있다면 천국에서도 남강이 보이고 저 멀리 지리산이 보이는 곳에 살고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고 허수경 시인의 시를 이야기하고 있는 지인과 독자들

고 허수경 시인의 친구, 후배들은 시인과의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허 시인과 학교를 함께 다닌 강경향 씨는 “젊은 시절 허 시인은 표현이 부드럽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였다. 하지만 여고생 시절부터 세상과 삶을 고민하는 등 여느 고등학생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대학시절에는 아름다움을 포기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 처절히 대응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현은 부드러웠지만 강한 친구였다. 사회의 변혁을 위한 글들을 그간 써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허 시인과 ‘남가람 독서회’를 함께 했다는 이장규 씨는 “학창시절 말이 많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할 말이 있으면 꼭 하는 친구였다. 그는 특히 김수영과 실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후기 시들은 반전, 인류애를 보여주는 데 어린 시절부터 사람과 고장을 사랑하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허 시인이 진주에 올 때 마다 꼭 찾곤 했다는 권영란 지역쓰담 대표는 “시인과 중앙시장의 깜깜한 밤길을 많이 돌아다녔다. 학생시위도 함께 했다. 경찰이 학내에 들어오면 단신인 우리는 참 열심히 도망치고는 했다. 많은 사람들과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하지만 둘이서 이야기하면 조근조근 끝까지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노래도 참 잘 불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허 시인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12월쯤 독일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못 갔다. 허 시인이 갑자기 떠나 너무나 황망했다”고 덧붙였다.

 

▲ 고 허수경 시인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대학 선후배, 친구들

“허수경 선배는 대학 다닐 때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대학후배 성순옥 씨는 허 시인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작은 몸에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시, 진주노래, 어둡고 쓸쓸한 저잣거리 같은 슬픔, 가슴을 두드리는 선배의 울음을 살아 있는 선배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다”며 “선배가 먼 이국 땅으로 떠난 뒤 선배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선배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늘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마음을 전할 기회도 주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날 줄 몰랐다. 한 번쯤 진주 꽃밥을 먹으러 왔었으면 했던 선배, 우리가 선배를 마주하는 시간이 추모가 아니라 영원한 기억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고 허수경 시인은 지난 10월 3일 독일에서 암투병 끝에 별세, 같은 달 27일 독일 뮌스턴에서 장례식(수목장)을 치렀다. 유해는 국내로 송환되지 않았다. 이에 그와 그의 시를 기억하기 위해 이날 추모행사가 열렸다.

 

▲ 고 허수경 시인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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