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기지에서 극점으로 향하는 3,000km K-루트 개발에 참여

지구가 탄생한 이래 수십억 년 동안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눈과 얼음의 땅 남극대륙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밟고 있는 진주사람이 있다.

지난 10월 17일 진주를 떠나 경유지인 호주를 거쳐서 23일 새벽 남극대륙에 발을 디딘 이영호씨(50세)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최초로 남극에 발을 디딘 것은 40년 전인 1978년이다. 이후 1988년 2월 사우스셰틀랜드제도 킹조지섬에 세종기지를 건립하고, 2014년엔 대륙의 반대쪽인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에 장보고 기지를 건립했다.

극지연구소는 세종기지가 들어선지 30년만인 올해초부터 장보고 기지에서 극점을 잇는 3,000km 거리 코리안루트(K-루트)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체 루트를 뚫는데만 8년여의 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장보고 기지에서 극점까지 이동 통로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위험하다. 남극의 혹독한 날씨와 추위를 견뎌야 함은 물론이고, 얇아진 얼음이 무너져 내려 순식간에 크레바스(crevasse- 빙하나 눈 골짜기에 형성된 깊은 균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빙하와 빙벽 탐험 경험이 있는 구조대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영호씨는 지난해 1월 지구물리학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대원으로 참여했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코리안 루트를 뚫는 일에 합류하게 됐다. 산악구조협회 구조강사로 활동하며 해발 8,000미터급 히말라야 산봉우리에서 쌓은 경험과 위험지구 구조활동 경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 추위와 바람에 대비한 방한복 차림의 이영호씨 뒤로 펭귄무리가 보인다.

남극대륙은 한반도 크기의 약 60배(1,350만㎢)에 달하며 지구 전체 육지면적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남극점 주변을 탐사하고 연구하는 것은 산업적인 측면과 국내 자연과학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남극의 얼음 두께는 평균 2km가 넘는다. 수십만년에서 100만년 이상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형성된 남극의 얼음은 지구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대 지구의 대기환경에 대한 정보와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석, 외계물질들을 간직하고 있는 보물창고다.

북반구의 겨울이 시작될 때 남극은 여름이 시작된다. 1년 중 여름 동안엔 낮이 지속되는 백야가, 겨울에는 밤이 지속되는 흑야 현상이 나타난다. 경도선이 모이는 극지 주변에서는 한 걸음에 1시간의 시차가 생기기에 일일 시간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지만, 편의상 한국보다 4시간 빠른 표준 시간을 사용한다.

▲ 빙하 위를 뒤덮고 있는 펭귄무리.

남극에 도착한지 이틀째가 되는 10월 25일 오후 1시(남극 기준시로 오후 5시)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이영호씨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현지 인터넷 사정과 빠듯한 일정 때문에 답변은 보름 후인 11월 10일 새벽에 받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이영호씨와 카톡으로 주고 받은 일문일답이다.

▲ 여름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추위일 것이다. 그곳의 기온과 날씨는 어떤가?

= 현재 평균 영하 20도를 넘나들고 있다. 극점으로 이어지는 길은 고도가 높거나 바람이 심할 경우 영하 40도에 가까워 손, 발, 얼굴 보온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히말라야도 남극도, 바람이 가장 무섭다. 

 

▲ 설상차를 배경으로 포즈를 위하고 있는 이영호 대원

▲ 코리안 루트(K-root)라고 하면 어떤 길인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어떤 길을 말하는지 일반인들이 알 수 있도록 설명을 부탁한다.

= 극점으로 이어지는 지상 수송로를 우리 대한민국만의 손으로 개척하는 것이다. 얼음 산맥과 어느곳에 도사리고 있는지 모를 크레바스 지형을 피해서 탐사장비와 기계가 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찾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또다른 내륙기지 건설이라는 큰꿈을 그려봐도 좋을 것이다. 

 

▲ 장보고 기지에서 목표점인 극점 근처까지 3,000km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기지에서 극점 방향으로 개척된 길은 얼마나 되나?

= 작년까지 대략 300km정도 개척되었으나, 이번에 일부 구간 변경하여 빙저호(빙하아래호수)탐사를 병행하며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 이번에 참여한 탐사 기간은 언제까지 지속되고 목표로 하고 있는 루트 개발 거리는 얼마나 되나?

= 이번 탐사에서는 700km(왕복1400km) 목표이고, 내년 준비와 마무리까지 마친 뒤 내년 2월 중순에 귀국할 예정이다. 

 

▲ 잠자리와 음식 조달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일상생활 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는가? 숙소로 이동하는 것은 용이한가?

= 숙소용 카라반을 끌고 탐사를 간다. 피스텐불리(설상차)와 챌린져라는 대형장비들이 많은 물품들을 끌고 진행하고 있다. 식량, 기름 등 모든 진행에 대형장비들이 동원돼 제 역할을 하고 있다. 

 

▲ 설상차와 임시 숙소를 배경을 선 이영호 대원

▲ 루트를 개발하는 일은 추위 뿐만 아니라 많은 위험이 뒤따를 것이라 생각된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 제 역할이 바로 안전을 담당하는 일이다. 숨은 크레바스 지역 등을 통과할 때는 탐침봉이나 레이저 촬영장비로 사전에 위험요소를 파악하여 진행하며, 응급처치법이나 산악구조시스템을 활용하여 위험에 대처하고 있다. 

 

▲ 일반인들은 남극엘 잠시 방문하는 일도 상상하기 힌든데, 루트를 개발하는 어려운 일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가? 

= 히말라야 8000미터급 산들과 그외 극한 상황과 사고현장을 많이 경험했다. 그로 인해 대한산악구조협회 구조강사 활동을 하게됐고, 그 경력들과 재능으로 뭔가 국가적인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다. 이번 탐사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러한 경험의 결과라 생각한다. 

 

▲ 이번 탐사를 마친 이후에도 계속 남극 탐사 작업에 참여할 계획이신지?

-현재로선 그럴 생각이다. 내년에는 두배 이상의 장비와 인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여건이 된다면 끝까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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