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엔 장터에 가야 한다."

장터는 정치, 문화, 문학 등과 깊은 관계가 있을 정도로 우리 삶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정원각 진주같이 마실모임 회원l승인2018.10.31l수정2018.10.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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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엔 장터에 가야 한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장터, 장날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흥미롭고 재미진 곳이며 기다려지는 날이다. 그래서 장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장이 열리는 날, 장터에 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만 아니라 같은 마을 살면서도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평소에 볼 수 없었거나 신기한 물건들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어느 나라를 가도 그렇다.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홍콩, 캄보디아, 라오스, 동유럽, 서유럽 패키지여행을 가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시장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여행을 와도 마찬가지로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상가를 방문하고 뭍의 사람들이 제주도에 여행을 가도 5일 장터와 동문 시장은 필수 코스다.

▲ 정원각 진주같이 마실모임 회원

심지어 장터는 정치, 문화 행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 역사 최초의 정치집회 만민공동회는 육전이 있던 종로에서 1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고 쌀장수 현덕호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3.1만세운동은 장터를 거점으로 해서 터져나왔다. 아우내장터, 삼가장터, 구포장터를 비롯하여 많은 장터들이 만세운동 집결지였고 침략자 일본 경찰이 집중적으로 막은 곳이 장터였다. 유럽에서 광장은 시민들이 소통하고 토론하는 민주주의 공간으로 쓰였는가 하면 때로는 장터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유럽의 광장에는 전체이든 일부 공간이든 농민장이나 물물교환장 또는 주말 장이 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울러 장터에서는 정치 행사만이 아니라 문화 행사도 열린다. 사람들이 모인 장터 한 곳에서는 장길산이 속한 사당패가 신명나게 놀고 김덕수가 요란하게 사물놀이를 하며 이름 모를 화백이 혁필화를 그렸다. 그뿐이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도 장을 터전으로 하는 장돌뱅이의 삶을 그린 작품이듯 장터는 많은 문학작품에 공간을 제공한다.

이렇듯 장, 장터는 경제 상거래만 아니라 정치, 문화, 문학 등과 깊은 관계가 있을 정도로 우리 삶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장은 아무 곳에나 서지도 않고 아무 때나 열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이 5일이나 7일 길게는 10일 사이를 두고 열리며 드물게 매일 장이 열리는 곳이 있다. 그리고 장은 한두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만들지 못한다. 마을 유지도 만들 수 없고 사또나 시장 군수도 만들지 못한다. 심지어 철권 통치한 박정희 대통령도 장터는 만들지 못했다. 독재자 박정희가 계획하여 창원을 도시로 건설할 수 있었지만 상설 시장은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통합하기 전의 창원시는 마산시보다 인구가 더 많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마산에 있는 부림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 구 창원시에는 불과 10, 20년 전까지 비정기적인 5일장이 중심이었다.

그렇다. 장터, 장날은 백성, 시민, 민중들이 만든다. 요즘 말로 소비자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설령 권력자가 강제로 만들었다고 해도 30년, 100년 유지되기 위해서는 백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물건 사러 가거나 놀러 가고 싶은 곳이어야 하고 농민, 장사치들이 농산물, 생필품을 가지고 가기 편리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터는 자리 또는 목이 좋아야 한다. 교통이 좋아서 사람들이 쉽게,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근처에 물산이 풍부해야 한다. 그래야 장이 선다. 그러므로 장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느냐 사라지느냐는 것은 그 동네가 유지될 수 있느냐에 대한 중요한 열쇠다. 그런데 이미 많은 장터, 장날들이 사라졌고 함께 마을도 사라졌다. 마을이 사라져서 장이 안 서는 것인지 장이 안 열려서 마을이 폐허가 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장터, 장날은 마을, 동네가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를 알게 해 주는 중요한 변수다. 그래서 장날, 장터가 궁금했다. 진주를 비롯하여 서부 경남의 장들은 안녕하신지... 앞으로도 계속 열릴 수 있을 것인지... 당연히 장날, 장터가 계속 유지되게 할 능력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고 싶었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동네 막걸리로 달래고 싶었다. 장날, 장터에 가보기로 한 이유다.


정원각 진주같이 마실모임 회원  dandi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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