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영화중에서도 대형 상업영화보다는 작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들을 즐겨보는 편이다. 하지만 작은 도시 혹은 지역에 살 경우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영화관에서 감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른 나에게 단비 같은 곳이 있으니, 바로 진주시민미디어센터다. 미디어센터에서는 매월 최신 개봉 독립영화들을 틀어주고 해마다 크고 작은 상영회나 영화제를 연다. 1년 중 가장 크게 열리는 영화제가 바로 ‘진주같은영화제’인데, 오직 진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화축제이다.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독립영화들, 그리고 특별히 경남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매번 상영한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던 지역 독립영화 섹션이 요즘 새삼스레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이승아

지역에서는 영화를 접하기도 힘들지만 제작하는 것은 더 어렵다. 크고 작은 단체를 통해 제작지원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고, 다른 문화 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이나 제작 시스템이 서울에 편중돼 있기에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결국 지역을 떠나 서울로 가게 된다.

하지만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지역 이야기들이 좀 더 많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진주같은영화제’는 이런 어려움을 안고 있는 지역 영화 제작자들을 지원해주고 영화상영회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기회도 마련해준다.

더 많은 지역의 이야기를 위해 ‘진주같은영화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처럼 지역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지역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은 사람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한 자리에 모였고 ‘진주같은영화제’에 힘을 보태기 위한 많은 방법들을 생각해냈다.

먼저 ‘진주같은영화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름이 너무 길어 새 이름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영화로운’, ‘무비메이트’ 등 다양한 후보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movie의 ‘mo’와 즐길 락(樂) 을 합한 ‘모락모락’이 우리 모임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는 모락모락 불을 지피는 마음으로 진주같은영화제와 함께하기로 했다.

처음 모임을 가졌을 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영화제를 홍보하기 위한 방법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마침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찾아가는 영상나눔버스’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그 때 만날 경남 지역 사람들에게 나눠줄 티져 포스터와 엽서를 제작했다. 그리고 진주같은영화제 블로그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썼다. 각자 하고 싶은 또는 할 수 있는 작업들을 나눠서 진행했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모락모락’의 회원께서 진주같은영화제를 후원하는 ‘아름다운 하루’를 진행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 아름다운가게와 미디어센터, 진주 게스트하우스 뭉클 등의 장소에서 사람들로부터 물품을 기증받고 10월의 마지막 주말(27일)에 물품들을 판매하기로 했다. 수익금의 절반은 진주같은영화제에 기증하기로 했다.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진주 뮤지션들의 공연도 함께할 예정이다.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진주같은영화제’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역 영화인과 관객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사흘간의 시간에 ‘모락모락’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지역문화 모임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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