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월1일 문 연 지역재생연구소 최승제 소장

지난달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구 30만 도시(26개) 가운데 진주시가 두 번째로 빨리 소멸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가운데 지난달 1일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재생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지역재생연구소는 지역불균형 발전을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연구소이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단디뉴스는 28일 최승제 지역재생연구소장을 만나 지역불균형 문제와 그 해결책, 그리고 지역재생연구소가 앞으로 해나갈 업무 등에 대해 질문했다. 최 소장은 지역재생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목적에 대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지역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고,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재생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역 자체의 시민 정치 역량 강화, 의회 역량강화를 꼽았다. 그는 “우리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결국 정치”라며 “이와 함께 지역경제와 지역교육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세 가지 영역이 결합돼 발전해야만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되고, 지역발전도 담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28일 지역재생연구소 사무실에서 단디뉴스와 인터뷰 중인 최승제 지역재생연구소장

다음은 최승제 지역재생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

- 지역재생연구소는 무엇을 위해 설립됐나?
“한국사회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그 가운데 불평등, 불공정 문제와 함께 특히 자주 거론되는 것이 불균형 문제이다. 최근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지금과 같은 불균형 발전, 불균형 상태로는 일부 지역들이 곧 소멸될 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지역재생이라는 이름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 지역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란 어떤 건가?
“곧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연구를 말한다. 지방소멸은 인구 문제로 가시화된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정치, 경제 불균형과 교육, 문화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난 게 지방소멸이라는 것이다. 서울로 대변되는 독점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것들을 앞으로 연구하게 될 거다.”

- 계획되거나 추진 중인 연구가 있나?
“서부경남의 경우 소멸지수가 높은 편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정치, 경제, 교육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은 결국 큰 기업보다는 작은 기업, 사회적 기업들을 활성화해 지역 순환경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적인 부분에서는 우리 지역의 일꾼을 키우기 위한 마을 교육 공동체를 추진하려고 한다. 정치적 분야는 좀 더 어렵다. 자치 역량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주민의 정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로컬 정당도 만들어져야 하고..”

- 자치 역량 강화, 좀 추상적이다. 어떤 게 자치 역량 강화인가?
“제도적으로 생각하면 구체화된다. 우선 주민참여예산제의 도입이다. 브라질은 전체 예산의 8~10%를 주민참여예산으로 준다. 이 정도면 자연스럽게 자치가 된다. 정부 조직이 주민들에게 예산 편성 권한을 주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은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다. 둘째로는 시정을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시키는 거다. 얼마 전 진주에서도 시민단체들이 시의회 회의 생중계를 요구했더라. 이러한 것을 강화하는 게 행정 감시 기능 강화다. 여기에 더해 실제적인 시민 역량 육성도 필요하다. 평생교육원 이런 것 말고 시민정치교육을 말한다. 작년에 했던, 그리고 올해 진행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학교 이런 게 시민들의 자치역량을 끌어올려주는 것들이다. 시민들의 자치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시민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가 시민참여 유도이기 때문이다.” 

-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자치가 잘 된다 해도 서울과 역량 차이는 클 거다. 지방소멸을 방지할 수 있을까?
“서울과 동일한 상태에 이를 수는 없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이든 지역에 따른 차이라는 건 분명히 있다. 지방소멸 문제는 인구 규모가 적은 게 아니라 인구 구조가 문제인 거다. 청년세대, 젊은 세대가 없는 인구 구조의 문제. 이 때문에 지방분권을 전제로 한 자치강화가 필요하다. 분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치도 없다.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물론 자치 없는 분권도 문제는 있다. 제대로 된 자치를 할 수 없는데 권한만 강화되면 봉건영주가 나타난다. 진주시민들은 이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 비슷한 사람이 진주에 있기도 했으니까(웃음)”

- 요즘 개헌과 관련해 지방분권이 많이 거론된다. 지방이 살려면 어떻게 돼야 할까?
“지방분권이 아닌 자치분권이다. 지방분권은 권한을 중앙에서 광역자치단체로,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자치분권은 지방분권에 더해 주민들이 직접 시정 운영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개헌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재정적, 행정적 분권은 개헌을 하지 않아도 법률로 가능하다. 박원순 시장도 자치분권은 법률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 현재 헌법에 지방자치 관련한 조항이 거의 없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에 일일이 지방자치와 관련한 조항을 써넣을 이유는 없다. ‘자치법에 규정된 대로 한다’는 식의 문구 하나면 족하다. 다만 헌법상의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을 지방정부로 바꾸는 등 지방정부의 위상을 높일 필요는 있다고 본다.”

- 스위스를 간 적이 있는데 그 곳은 수도 베른보다 다른 도시의 인구가 많더라.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도 언젠가 그런 모습을 띌 수 있을 거라고 보나.
“우리는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된 현상이 매우 심하다.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에서도 그래서 우리나라를 가장 먼저 없어질 나라로 봤다. 이는 지난 천년 간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져 온 것의 영향이 크다. 일제 시대, 미군정을 거치면서는 더 심화됐다. 오죽하면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그동안 분권, 자치단체의 자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조차 제대로 나타난 적이 없다. 제도와 의식 모두가 서울 중심이다. 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제도가 바뀌면 의식도 변화되기 시작할 거다. 그런 흐름이 커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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