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 희망의 나라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환호와 박수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애를 썼다. 백두산 천지에서 양 정상이 맞잡은 손은 더 이상 그들과 우리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같이 살아야 할 동포임을, 똑같이 평화를 갈망하는 한 겨레임을 온 세계에 선포하는 시그널이었다.

70년 이상 얼어붙었던 거대한 빙벽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굉음에 우리는 소스라치며 깨달았다. 그리고 일말의 의구심을 날려버리게 됐다. 물론 한순간일 수는 없다. 오랜 세월 미세한 균열이 조금씩 나고 어느 순간 금이 갈라지면서 이런 날이 오게 됐다고 봐야 한다. 7.4가 있었고 6.15가 있었고 10.4가 있었고 4.27이 있었고... 빙벽이 무너져 내림으로써 우리는 전쟁과 공포에 대한 그동안의 의구심을 말끔히 걷어내고 이제부터는 앞날을 낙관하게 됐다.

▲ 박흥준 상임고문

트럼프와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지든 이기든 우리가 맺을 결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궤도가 조금 수정되고 약간 우회하게 될지라도, 시간이 조금 더 걸릴지언정 우리는 끝내 이뤄낼 것이다. 우리가 이뤄낼 결실의 제목은 평화와 번영. 나아가 통일이다. 광야의 선지자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 예언은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모두의 홍복이 아닐 수 없다.

말하는 김에 희망을 조금 더 얘기해 보자. 미국(유엔)의 대북제재는 아마도 조만간 풀릴 것이다. 더 이상의 핵실험도 없고 미사일 발사도 없으며 핵시설을 폐기하고 사찰을 받겠다는데 미국(유엔)이 제재를 이어갈 명분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에 서울을 찾고, 백두산 해맞이에 이어 한라산에서 ‘통일만세’를 외치고, 리설주 여사가 고운 목소리로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데 더 이상의 시비걸기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조금 더 희망을 얘기해 보자. 남북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개성공단이 재가동에 들어가고 제2,제3의 개성공단이 북한땅 곳곳에 들어설 것이며 금강산에 이어 백두산 관광도 시작될 것이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오랫동안 망설이던 재벌들이 엄청나게 쌓인 사내유보금을 북한땅에 앞 다투어 쏟아 부을 것이다. 중국자본보다 일본자본보다 미국자본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려 노력할 것이다. 경제계의 눈으로 보면 북한은 마지막 남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잘 살기 경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작용 또한 있을 수 있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을 잘 관리만 하면 이 경쟁은 궁극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다. 경제적 번영과 함께, 전쟁의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평화만 보장된다면 남북연합이든 1국가2체제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통일이 다소 미뤄지더라도 대립에 따른 체제경쟁이 아닌 ‘잘 살기 경쟁’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잘 살기 경쟁’에는 어떤 게 있을까. 먼저 GDP 경쟁이다. 그 이전에 좋은 의미의 경제개발을 북한이 차질 없이 진척할 수 있도록 우리가 초석을 깔아줘야 한다. 북한은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할 것이고 인민들의 생활수준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생활수준이 우리와 비슷해졌을 때부터 GDP 경쟁을 본격화하자. 다음은 인권경쟁이다. 정치적 박해가 남이든 북이든 한반도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인권경쟁을 하자. 그 다음은 문화예술경쟁이다. 문화예술을 누가 더 자유롭게 향유하는지 경쟁을 하자. 그러면 김구 선생의 소원이 드디어 성취되는 것인데 이 순서는 바뀌어도 상관없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이 모든 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절로 이뤄질 터이니.

꿈같은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런 세상이 그냥 오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고 잠시 주춤하거나 후퇴하게 되더라도 체념하지 말고 끈질기게 참아내야 한다. 아울러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기를 계속 팔까, 아니면 상품시장을 개척할까 고민하는 미국을 어르고 달래서 상품시장 쪽으로 방향을 틀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안의 갈등도 치유해야 한다. 서해안 완충지대가 당신들이 주장하는 무장해제가 결코 아님을, 그런 개념 없는 주장을 계속하면 그야말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을 당신들 스스로 앞당기게 된다는 것을 힘들더라도 진득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같이 가야 한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타의에 의한 분단과 타의에 의한 전쟁, 독재와 억압, 탄압과 희생, 희망과 좌절의 세월을 뒤로 하고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우리 앞에 지금 ‘희망의 나라’가 펼쳐지고 있다. 현제명 선생의 작품 ‘희망의 나라로’는 일제 강점기의 한복판인 지난 31년에 나왔다. 무려 87년 전이다. 두터운 먼지를 털고 이 노래의 악보를 조심스레 꺼내 조용히 불러본다.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닷물결 건너 저 편 언덕에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 희망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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