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큰들, 산청에 2만평 부지 '마당극 마을' 조성한다.

[인터뷰] 전민규 예술감독 "단원들 삶과 공연의 균형점 찾기 위한 방편" 김순종 기자l승인2018.09.05l수정2018.09.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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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 전문 극단 큰들이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에 ‘마당극 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극단 큰들은 지난 30일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 일대 2만평 부지에 ‘마당극 마을’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예술단체가 시부지나 교육부지를 활용해 마을을 조성한 적은 있어도 자체 힘으로 부지를 구매, 마을을 조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 극단 큰들이 산청군 산청읍 내수리에 조성 중인 마당극 마을 전경(사진=극단 큰들)

극단 큰들은 마당극 마을 조성부지를 8년 전 은행 담보대출과 단원의 부모, 가족의 도움을 받아 구매했다.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신규마을 조성사업’ 공모에 당선되며 마을 조성사업은 본격화됐다. 극단 큰들은 2015년부터 마을 조성을 위한 각종 평가와 조사, 사업 절차를 거쳤으며 작년 8월부터는 토목기반 공사를 시작해 이제 건물을 지을 단계에 와 있다.

마당극 마을에는 공공건물인 야외공연장, 연습실, 소품실 등과 함께 단원들의 살림집 20채가 들어선다. 살림집은 도시민이 농촌지역에 집을 지을 때 받을 수 있는 담보대출을 이용해, 공공건물은 지인들에게 모금을 받거나 돈을 빌려 지을 계획이다. 전민규 극단 큰들 예술감독은 ‘마당극 마을’을 조성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단원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벗어나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단디뉴스>는 4일 사천시 곤명면에 있는 극단 큰들 사무실에서 전민규 예술감독을 만나 ‘마당극 마을’을 조성하게 된 이유와 극단 큰들의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 전민규 극단 큰들 예술감독

- 산청군 산청읍 일대에 마당극 마을을 짓는다고..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처음있는 일이 맞을 거다. 기존에 예술단체가 시부지나 교육부지를 임대해 마을을 조성한 경우는 있어도 자체 힘으로 마을을 조성하는 건 처음이다. 예술가들이 마을에 살면서 창작도 하고 연습고 하고 공연도 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마을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 20년 전이면 꽤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늦었다.

“20년 전 시도를 하기는 했다. 당시는 땅이 좀 적었다. 2천 5백 평 정도. 추진과정에서 사기 비슷한 걸 당했다. 중도금까지 줬는데 당사자가 도망갔다. 복잡한 사연이 있다. 기초공사까지 했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

- 마당극 마을을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다면?

“첫째는 단원들의 안정이다. 마을이 만들어지면 이곳에서 살고, 연습하고, 공연까지 할 수 있다. 출근하는 데 걸어서 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웃음). 시내에 살면 여러 문제가 있다. 생활비도 많이 들고 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니 힘들다. 마을이 조성되면 단원들의 삶과 작품활동이 균형을 이루게 될 거다. 한편으로는 도시생활에 비해 돈도 많이 안 든다(웃음). 둘째로는 마을을 명소로 만드는 거다.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마을 내에서 축제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2만평이라 해도 주차공간 등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오기 힘들 수도 있지만, 마을 축제를 열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산청읍이면 다소 시골이다.

“도시에서 공연 연습을 하기에 애로사항이 있다. 아무래도 인구가 밀집되다보니 우리가 연습을 하면 시끄럽다는 이야기를 이웃들이 많이 했다. 도시에서는 단원들의 삶도 팍팍했다.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예술인들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아닌가. 우리 극단만 해도 4대보험에 가입된 사람이 절반을 넘지 않는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또 연습할 공간을 확보하려는 고민으로 시골에 마당극 마을을 만들자는 대안이 나왔다. 20년 전 그 생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10년 전 다시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8년 전쯤 현재 마을이 조성되는 부지를 구매했다. 최고 싼 땅을 구입한 거다. 땅 가격은 비밀이다(웃음).”

- 마당극 마을은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나.

“마을은 내년 후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아스팔트, 가로등, 상하수도 공사 등 기반공사는 준공이 완료된 상태다. 올해 10월부터는 집을 짓기 시작한다. 마을 중앙에는 동그란 형태의 야외공연장이 설치된다. 연습실, 소품실도 지을 거다. 10월부터는 단원들이 살 집을 짓는다. 20채 정도 된다. 또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10여개의 컨테이너 집도 만든다. 큰들에서 예술인 생활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친구들이 이곳에 자유롭게 드나들게 될 거다.”

- 마당극 마을이 꾸려지면 마을 내 공연이나 축제는 언제쯤 열리나.

“아직은 마을 조성이 시급하다. 3년 간은 마을 조성에 힘쓸 예정이다. 이후 행사나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마을 축제 개념으로 마을 내 공연장을 활용할 거다. 1년에 몇 번 정도.. 상설 공연을 할 지는 뒤에 따로 논의해봐야 한다. 기존의 공연은 외부에서 계속한다. 1년에 100회정도 된다. 일본에도 우리가 조성하는 마당극 마을과 비슷한 곳이 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공연을 하는 걸로 안다. 마을 내에서 공연을 시작하면 극단 내에 마을 내부 팀과 마을 외부 팀을 나눠 마을 내에서 마을 밖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 극단 큰들의 해외공연 후(사진 = 극단 큰들)

- 마을 조성을 위한 사업비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모금된 건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마을을 짓는 건 아니다. 마을 부지는 8년 전 은행 담보대출과 단원의 부모, 가족의 도움을 받아 구매했다. 2015년 ‘신규마을 조성사업’ 공모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시민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간 마을 조성을 위해 시민들, 지인, 후원 회원 등에게 돈을 빌리거나 모금했다. 10일만에 3억 정도가 모였다. 4억만 더 모으면 된다. 시민펀드 식으로 모으는 돈에 대해서는 2%정도의 금리를 적용해 차후 돌려드릴 거다. 돈을 빌려주신 분들에게는 공증을 통해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입증해 드릴 거다.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단원들의 숙소를 짓는 비용에는 단원들의 기존 전세금이 들어간다. 아울러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하면 정부에 빌려주는 돈이 있다. 그걸 활용한다. 2% 저리에 3년 거치 17년 상환이다. 이렇게 내는 돈이 도시에 살며 월세를 내는 돈보다 적다.”

- 마을이 산청에 조성되고, 마을 축제도 열리면 산청군에서도 함께 작업을 하자고 할 것 같다.

“우리 공연과 산청에서 열리는 축제를 연계하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후원자가 1900명이나 된다고 들었다.

“맞다(웃음). 1700명 정도는 매월 만원 정도를 CMS(자동이체)로 후원하는 분들이다. 200명에서 300명 정도는 공연할 때 혹은 설과 추석을 앞두고 후원하는 분들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후원도 있다. 이들 가운데 20년 간 꾸준히 후원을 해주신 분들도 있고. 10년간 후원을 지속해준 분들도 5백 명 정도 된다.”

- 진주 큰들은 34년이나 됐다. 처음부터 마당극 전문 극단이었나?

“본래 큰들은 풍물패였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마당극 전문 극단으로 바뀌었다. 1994년쯤 되니 풍물을 치는 공연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기 시작했다. 풍물은 신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부족했다. 또 마을 곳곳에 풍물패가 생기기도 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극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다. 마당극에 집중하게 됐다.”

- 큰들의 ‘효자전’ 등이 유명하다. 창작공연만 하는 건가?

“‘효자전’은 200회 정도 공연을 했다. ‘오작교 아리랑’은 124회정도, ‘최참판댁 경사났네’도 유명하다. 100회 이상 공연했다. 창작공연만 한다. 우리 공연의 원칙은 두 가지다. 창작공연만 한다는 것과 창작극 내용이 꼭 지역적이어야 한다는 것. 인물, 사람, 역사적인 주제에 모두 지역적 색채가 들어있다.”

- 이제까지 창작한 마당극 수가 어느 정도 되나?

“26건이다. 마당극은 1998년 5월 논개를 시작으로 1999년 2월 난장 등을 통해 본격화됐다. 20년쯤 된 거다. ‘여의화 황새’, ‘굿모닝 허도령’, ‘진주성 싸울애비’ 등 여러 창작극이 있다. 앞서 창작극에 지역적 색채를 담는다고 했다. ‘진주성 싸울애비’만 보더라도 그렇다. ‘진주성 싸울애비’에는 남강, 비단, 유등, 진주비빔밥, 소싸움, 신기전, 진주성 싸움 등 진주와 관련된 여러 소재들이 나온다.”

- 최근에도 창작 중인 작품이 있나?

“남명 조식을 주제로 한 마당극이다. 지금 단원들이 한참 연습 중에 있다. 첫 공연은 10월20일에 남명선비문화축제가 열릴 때 산청군 시천면 사리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일원에서 열린다.”

 

▲ 극단 큰들의 창원 정기공연(사진 = 극단 큰들)

- 큰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일반시민 130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우리가 풍물패에서 마당극 전문극단으로 바뀔 때 예술단체에 대한 두 가지 요구가 있었다. 하나는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달라는 것이고, 하는 시민도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그래서 매년 시민 130여 명을 무대에 세우고 있다. 큰들 정기공연 때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각종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가족이 같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이혼율을 꽤 줄였을 거다(웃음). 이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 4개월 가량 큰들에서 연습을 받는다. 7~8년전부터 생활예술인 개념이 등장하고, 정부도 생활예술인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보다 앞서 일반시민들의 무대를 꾸려왔다. 정책이 우리의 뒤를 따라온 거다.”

- 일반시민들의 무대, 최근에는 어떤 식으로 꾸려졌나?

“작년에는 창원 정기 공연 때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합창했다. 올해는 독일 베를린에서 일본, 독일 사람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 큰들에서 단원들을 위해 전세금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모든 사람에게 전세금을 지원하는 건 아니다. 함께 하고 싶은데 방을 구할 돈이 없거나 하면 같이 구해주곤 한다. 그게 소문이 그렇게 난 것 같다. 경제구조는 약하지만 사람들의 관계는 돈독하다.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극복한다. 아이들이 있는 배우들이 공연을 가면 다른 단원들이 대신 봐주고 학교도 보낸다. 공동육아 시스템과 비슷하다. 부모님과 관련해 힘든 일이 발생할 때도 단원들이 십시일반해 문제를 해결한다. 농사를 짓는 단원들이 천재지변을 당하면 모두가 우르르 몰려가 하루만에 복구를 해주곤 한다(웃음).”

- 산청에 마당극 마을이 생기면 진주, 창원 등지에 있던 사무실 등은 어떻게 되나?

“기존의 사무실들은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 진주 큰들이 여전히 중심이다. 현재 진주시에 있는 사무실의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50평 정도 규모로. 새 사무실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커피와 맥주를 즐길 수 있고 판소리나 기타 공연도 열 생각이다. 수익 목적은 아니다. 음료와 안주를 직접 가지고 와 먹어도 된다. 마당극 마을이 생긴다니 산청으로 모두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것 같은 데 그건 아니다. 진주, 산청, 창원 큰들로 유지된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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