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보호기간 늘리고 권리금 보호 방안 필요. “

진주교육청 앞에서 수제초콜릿 전문점 ‘초코숲’을 운영하는 박해경 씨는 10월 26일부로 8년 간의 임대계약을 끝내고 점포를 비워야 한다. 임대인의 대리자를 맡은 부동산 중개사 A씨가 “임대인의 아들에게 점포를 운영하게 할 계획”이라며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이유다.

박 씨는 8년 전 진주교육청 앞거리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이곳에 입주했다. 당시 박 씨가 임차한 건물은 우유 창고였다. 그는 수제초콜릿 전문점을 운영하기 위해 창고 안에 있던 방을 철거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

박 씨는 진주교육청 앞거리 상권을 조성하는 데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그는 동료 상인들과 골목길 축제, 어슬렁 마켓을 기획·진행해왔고, 지금은 ‘진주모아’라는 그룹을 구성해 진주 상징물을 주제로 한 수제초콜릿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청소년 수련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초콜릿 수업을 한 뒤 '숲' 상가 정문에서 찍은 사진 (사진= 박해경 씨 제공)

문제는 상권조성에 힘써온 박 씨가 자신이 기울여온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오는 10월26일 계약 종료와 함께 보금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그는 상가를 임대한 지 8년이 지나 임대차보호법(보호기간 5년)의 혜택을 받지 못 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상가를 비우라고 하면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씨 역시 그 부분을 알고 있지만 현재 그는 건물주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부동산 중개업자 A씨와 권리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박 씨는 28일 “부동산 중개사 A씨가 일면식도 없는 상황에서 건물주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띄워 올해 9월26일까지 상가를 비워주면 이사비를 약 백만 원 정도 챙겨줄 수 있다고 전해왔다”며 “10월26일 나가게 되면 이사비는 없고, 가게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통지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사 A씨는 이후 휴대폰 메시지로도 이 같은 내용을 알려왔다.

박 씨는 “마음껏 장사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 8년 전 들어오게 됐는데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날 수도 있을 것 같아 속상하다.”며 “돈을 많이 벌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하며 살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10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 그럴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제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씨는 그러면서 “상가를 비우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건물주가 말을 바꿔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7월 건물주가 찾아와 나가라고 했다가 열흘도 되지 않아 월세를 10만 원 올려 재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그러다가 다시 열흘 뒤 전화가 와서 다시 나가라는 통보를 했다”며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건물주의 대리인인 부동산 중개사가 권리금을 받을 수 없을 거라며 ‘9월26일 나가야 이사비라도 다소 챙겨줄 수 있다.’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업자가 그간 내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빨리 대답하라는 등 권리금을 못 받게 하려는 행동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 초코숲을 운영하는 박해경 씨가 이달 건물주 대리인인 부동산 중개사 A씨에게서 받았다는 내용증명서

실제 부동산 중개사 A씨가 건물주 명의로 박 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서를 보면 ‘8년된 가게에 권리금은 인정해줄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거나 새로운 임차인을 데려와 계약을 요구한다면 2018년 10월 새로운 계약서 작성 시 주변시세에 비추어 (지금보다) 현저히 높은 금액(보증금 1천 5백만 원, 월세 65~70만 원)으로 재조정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부동산 중개사 A씨는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임대차보호 기간인 5년이 지났고, 건물주가 월세를 65만 원에서 70만 원 정도로 올릴 예정인데 박 씨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이나 받을 수 있겠냐”며 “권리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사비라도 받고 나가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8년 간 월세를 싸게 주고 가게를 운영했으면 된 것 아니냐. 박 씨는 시설비가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들어봤자 얼마나 들었겠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요청에 따라 기자와 함께 박 씨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사비를 좀 받고 9월26일에 나갈 건지, 10월26일까지 있다가 이사비도 못 받고 나갈 건지 결정해달라”고 재촉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 4항에 따르면 임차인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없게 돼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에는 영업시설이나 비품 뿐만 아니라 영업 노하우, 상가건물 위치에 따른 무형의 재산적 가치도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씨는 이에 근거해 “법에 명시된 권리라도 보장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권리금을 두고 건물주와 다퉈 이겨본 경험이 있다는 B씨(55)는 이 문제에 대해 “권리금에는 건물의 가치를 올려준 것도 포함이 된다”며 “만약 이전에 비해 건물의 가치가 올랐으면 집주인이 그 가치에 대해 인정하고 권리금을 챙겨주게 돼 있다. 또 계약이 끝나더라도 1년 6개월 동안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박영식 변호사는 “임대차보호기간인 5년이 지나갔지만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권리를 상가주인이 침해할 수는 없다. 다만 새로운 임차인과 권리금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현 임차인이 상가를 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그간 이 같은 문제가 거듭 발생하자 임대차보호법의 임대보호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 위한 법 개정에 힘써왔다. 29일 여야는 임차인이 계약기간 연장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 박해경 씨가 진주 상징물을 담아 만든 수제 초콜릿 (사진= 박해경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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