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능력을 보았다. 이제는 사회가 답할 차례”

‘장애인 자립’을 꿈꾸는 올리브나무 복지센터 김순종 기자l승인2018.08.17l수정2018.08.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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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을 앓고 있는 김종수(가명, 22) 씨는 올해 7월 30일부터 새 직장을 가졌다. 경남 진주시 칠암동에 위치한 ‘올리브나무’이다. ‘올리브나무’는 올해 1월1일 문을 연 장애아동복지시설이다. 지난 5월18일 장애인 복지시설로 등록됐으며, 방학기간은 17명 개학기간에는 12명의 아이들이 이곳에 다닌다. 종수 씨는 이곳에서 새 삶을 꿈꾼다.

 

▲ 설거지를 하고 있는 김종수 씨(가명)

종수 씨는 그간 취업을 위해 여러 곳에 문을 두드려 봤지만 굳게 닫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융통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현재 올리브나무에서 설거지, 요리, 책 정리와 청소, 빨래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다른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올리브 나무에 출근하며 혼자서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됐고, 이전에 하지 못했던 라면도 곧잘 끓인다.

종수 씨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졌다. 그는 기자가 특정 날짜의 요일을 묻자 정확하게 대답했다. 그는 누군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남들보다 빨리 이를 재현해낸다. 올리브나무 직원들은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짐작한다. 서번트 증후군이다. 서번트 증후군은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이 낮지만 기억, 암산, 퍼즐이나 음악적인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증상이다.

김미경 올리브나무 센터장은 종수 씨에 대해 “종수 선생님이 오고 난 후 센터에 활기가 넘친다”며 그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는 센터의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적장애를 가진 다른 아동의 ‘멘토’로도 활약하고 있다. 김미경 센터장은 “종수 선생님이 올리브나무에서 가장 먼저 사회로 나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 됐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진주시 칠암동에 위치한 장애인(아동)사회복지시설 '올리브나무'

종수 씨가 일하는 올리브나무는 어떤 목적을 갖고 설립됐을까. 김미경 올리브나무 센터장은 올리브나무를 개소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장애인 복지시설이 진주시에 많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나도 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이다. 장애 아동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자 센터를 개소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미경 센터장과의 인터뷰.

- 올리브나무를 개소하게 된 계기는?

“장애인 복지시설이 진주에 많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비장애 아동은 학교가 끝나면 일반시설이나 학원을 많이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 아동들은 그렇지 않다. 이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 혹은 졸업했을 때 능력과 취향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봤다. 나도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이다. 그간 아이가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적어 답답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갈망도 있었다.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장애 아동들에게도 많은 능력이 있다. 그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리브나무의 최종 목표다”

- 올리브나무의 비전이 있다면?

“평생학교다. 단기시설로 거듭나는 것도 목표다. 현재 올리브나무는 주간보호시설이다. 단기시설은 예를 들어 부모가 여행갈 때 여행기간 동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우리 아이도 장애가 있다. 같이 여행을 가보니 여행가는 걸 싫어하더라. 변화를 싫어했다. 그래서 단기시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부모들은 여행을 즐기고, 아이는 아이대로 행복하게 지내고. 앞으로는 직업재활프로그램을 확충할 거다. 아이들이 독립해 사회 속에 살아가게 하고 싶다. 아직 법인은 아니지만 법인등록도 꿈꾼다. 부모들이 세상을 떠날 때 올리브나무가 있으니 안심하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일상생활 자립프로그램(티셔츠)개기 중인 아이들

- 올리브나무가 운영 중인 프로그램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

“심리운동, 음악, 미술, 체육 프로그램 등이 있다. 1일 1요리 프로그램도 있다. 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거다. 하루도 쉬지 않고 아이들에게 요리를 하게 하니 많은 도움이 되더라. 처음에는 낯설어하며 식료품을 만지지 못하던 아이들이 달걀을 깨고 저어보고, 파프리카나 당근도 썰어보며 재미를 느꼈다. 그러면서 편식을 하던 아이들이 편식도 하지 않게 됐다. 자기가 만든 음식에 대한 애착이랄까? 맛있게 먹는다.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그러니 부모들이 좋아한다. 잔반이 처음에는 많았는데 아이들이 음식을 골고루 잘 먹다보니 이제 잔반도 없다. 아, 식료품은 자연드림만 쓴다(웃음). 우리 아이에게 먹이는 좋은 식료품을 아이들에게도 쓰기 위해서다.”

올리브나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 날만 하더라도 일상생활 자립 프로그램(티셔츠 개기), 체육활동(태권무), 음악활동 및 체조, 음식 만들기(유부초밥)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 센터 개소 후 아이들에게 변화가 있다면?

“자폐가 있던 아이가 있다. 한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다. 그랬던 아이가 요즘은 곧잘 자리에 앉아 있다. 매번 ‘OO야~’라고 불러주니 말을 하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 ‘00야~’라며 자기 이름을 부르더라. 너무 기뻤다. 또 다른 아이는 자기를 지지하고 좋아해주는 사람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 때문에 부모가 유치원도 안 보내고 매일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그러다 올리브나무를 추천받아 아이를 보냈다. 이제 곧잘 떨어져 지낸다. 물론 아직 사랑받고 싶어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향은 있지만, 많이 좋아졌다. 좀 더 발전하면 다른 곳에도 보내보려 한다. 이 아이의 부모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 ‘올리브나무 안 보낸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올리브나무를 사랑해줘서 고맙다.”

 

▲ 체육활동(태권무) 중인 아이들

- 주로 어떠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많은가.

“대부분 발달 장애, 뇌병변 장애. 뇌에 문제가 있어 지적 능력과 몸의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한 아이는 18살인데 앞을 못 본다. 감각은 귀만 열려 있다. 선생님들이 기저귀도 갈아준다. 이 아이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을 들려주고, 즐거운 이야기를 해주면 춤도 추고 기뻐한다. 몸이 많이 뒤틀려 휠체어가 필요한 친구도 있다.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 이 아이와 구례 자연드림파크에 간적이 있다. 너무 좋아하더라. 이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바깥놀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 장애를 갖고 있지만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종수 씨에 대해 알고 싶다.

“종수 선생님은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받아주는 기업이 없었다. 융통성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직업적 교육을 해보려 한다. 7월 말 출근해 2주도 지나지 않아 맡겨질 일을 잘 해내더라. 종수 선생님만이 아니라 사회로 나가 모두와 같이 살도록 하는 것이 올리브나무의 목표다. 그 첫 스타트를 종수 선생님이 끊어주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는 데 10년이 걸릴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것 같다. 아이들의 능력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각각 우리 생각보다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 사회가 아이들의 능력을 모를 뿐이다.”

올리브나무 직원들은 모두 종수 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함께 일하는 직원으로 그를 배려하고 아이들이 그를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종수 씨는 올리브나무에서 일하는 게 어떻냐는 물음에 “올리브나무 좋아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 음식 만들기(유부초밥) 중인 아이들

- 종수 씨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짐작된다고 들었다. 이 같은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있나?

“천재적인 능력보다 일상적인 능력에 주목하고 싶다. 사람들은 늘 뛰어난 것에 주목한다. 나는 반대다. 천재적인 능력이 주어진다면 그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 아이의 일상적인 모습을 주목하고 봐주었으면 한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주목해달라.”

- 아이들을 평범한 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이들을 고용해 줄 기업이 있을까?

“아직 없지만 향후에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들의 거주지가 진주이기 때문에 지역 기업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다만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아이들이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지. 기업이 아이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빠 아직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웃음)”

- 센터 분위기는 어떤가?

“장애 아이를 돌보는 시설이라고 하면 대체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웃을 일이 더 많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더 행복해진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있지만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 엄청나다. 교육봉사를 오신 선생님도 봉사하러 왔다가 자기가 더 감사한 것들을 얻어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힘들 때도 있지만 버틸 수 있는 건 아이들 덕분이다.”

 

▲ 음식 만들기(유부초밥) 중인 아이들

- 학생과 직원은 몇 명이나 되나?

“방학기간에는 17명, 개학기간에는 12명 정도 된다. 선생님은 저까지 포함해 4명. 1인당 4명 정도의 학생을 맡고 있다. 법적으로도 그렇게 돼 있다. 선생님 1인당 4명 정도의 학생을 맡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통 아이들이야 20명을 선생님 1명이 담당할 수 있겠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좀 다르다. 선생님 혼자 4명을 담당하기 벅찬 경우가 있다.”

- 선생님들은 어떤 분들인가?

“전문인력이다. 아이들을 위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선생님들에게 경력에 맞는 비용을 지불한다. 진주시 지원은 없는 상황이라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 센터유지비용은 얼마나?

“인건비만 한 달에 5백만 원 정도 든다. 시설 유지비, 냉난방, 렌탈료, 음식 값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센터를 개소하기 전에 예치금을 꽤 마련했다. 그 비용으로 충당한다.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들에게 월 이용료 15만 원을 받는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비용을 주지 않으면 주지 않는 대로 아이들을 받아 돌본다. 센터 목적이 수익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7월부터는 후원도 조금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만 원 이상은 내지 못하게 한다. 후원금도 제가 관리하지 않는다.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다.”

김미경 올리브나무 센터장은 처음에는 후원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후원이 꼭 필요한지 고민스러웠다는 것. 하지만 주위사람들의 제안에 지난 7월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1인당 2만원의 한도 내에서다. 투명한 관리를 위해 후원금은 센터국장이 관리하고, 김미경 센터장은 비용이 제대로 쓰이는 지 확인하기 위한 감사역할을 한다.

- 자치단체의 지원은 없나?

“현재는 없다. 개인이 신고필증을 받아 장애아동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건 우리가 처음이라더라. 처음에는 그래서 신고필증도 나오지 않았다. 안 내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1월1일 시작했다. 이후 5월18일 신고필증이 나왔다. 지금은 지원이 되지 않고 있지만 2년 안에 지원이 될 거라고 본다. 검증이 되면 지원해주지 않겠나.”

- 힘들 때도 많을 것 같다.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마음으로 힘들 때도 있다.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믿음이 있다. 힘들 때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가치를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게 주어진 과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려 한다.”

- 운영시간은?

“방학기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학기간에는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운영된다.”

- 올리브나무를 이용하려면?

“진주시에 거주 중인 만13세 이상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다만 정원이 있어 선착순으로 받는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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