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등축제 입장료 무료화 방안 시민공청회 개최

유등축제 유료화 3년을 극찬하던 진주시 공무원들이 불과 2년 만에 '축제장 입장료 무효화' 찬성론자로 돌아섰다.

진주시는 26일 '축제장 입장료 무료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시민공청회를 마련했다. 일부 시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공청회에서 진주시가 지난 유료화 정책에 대해 실책을 인정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유등축제 유료화에 반대하는 시민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한 ‘유등축제 유료화 3년’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조규일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축제의 유료화, 무료화 논쟁은 이제 넘어섰다”며, 무료화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사회를 본 허종현 관광진흥과장은 "무료화 방침에 맞게 유등축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며 변화된 진주시 입장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들 역시 축제 무료화에 따른 정책 제안만 할 뿐, 유료 축제를 진행해 온 지난 3년에 대한 평가나 날선 비판은 없었다.

 

▲ 26일 진주시는 '축제장 입장료 무료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2년 전 진주시는 축제관련 8개부서 공무원 104명을 대상으로 남강유등축제 유료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 설문조사는 석장호 박사의 논문(축제유료화가 축제와 개최 지역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축제유료화 상황에서 방문객들의 방문동기에 따른 시장세분화 연구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중심으로)에 인용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진주시 공무원들은 축제유료화에 대한 5개 평가 항목 모두 4점 이상으로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특히 ‘유료화에 따른 축제 재정 확보가 유등축제의 지속적인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는 항목에 약 90%의 공무원들이 5점 만점에 4.25점을 주었다. 진주시 공무원들은 축제유료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셈이다. 이들은 유료화에 따른 재정건전성 강화, 수입 창출, 글로벌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 등 다른 항목에서도 유료화를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이처럼 축제 '유료화'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진주시 공무원들이 이제는 '무료화'에 적극 지지한다고 나섰다. 2년 전 시민 여론조사에서도 90% 가까이 유료화를 반대하는 시민 여론이 있었음에도 진주시 공무원은 당시 유료화를 적극 옹호했다.

새로운 시장이 부임하고, 올 해 7월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이 유료화를 반대한다는 시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주시 공무원들은 비슷한 여론조사 결과임에도 이번에는 '시민의 뜻을 받든다‘며 무효화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이에 아무런 반성과 성찰 없이 단체장의 뜻에 따라 입장이 돌변하는 진주시 공무원과 관변조직의 행태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절대 다수 시민 반대를 무시하고 지난 3년 동안 유등축제 유료화를 고집한 진주시와 관변단체, 일부 언론의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시민공청회에 참여한 A씨는 “진주문화예술재단은 축제 유료화를 앞장서 추진했는데, 이제 시장이 무료화 한다 하니, 입장이 돌변해 무료화가 필요하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진주에 소신 있는 단체나 공무원은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용민 경상대학교 교수는 유등축제 입장료 무료화 효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신 교수는 “축제 유료화의 부작용으로 지역사회에 갈등의 골이 커진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소액의 예산 절감은 했지만 오히려 축제 흥행과 경제 효과를 잃어버려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축제 무료화가 시행되면 4년 전과 비슷한 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진주를 찾을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토론에 나선 이재달 한국국제대학교 교수는 진주가 대기업 출신 기업이 많다는 점을 강조해 “유등축제 공간에 특정 기업 거리를 조성하자”는 주장을 했다. 경남발전연구원 김태영 사회가족연구실장은 “축제 무료화 추진에 발맞춰 공공성을 주제로 축제 전체를 재설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진주YMCA 이수경 시민활동국장은 축제에 시민 참여를 늘리는 방안으로 주민센터를 활용한 축제 해설사와 안내 요원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마을 단위마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유등을 제작하자”는 제안을 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시민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왔다. 경상대학교 국문학과 박용식 교수는 "지금 진주 유등 축제의 형식과 소재는 중국과 일본의 것을 차용했을 뿐 진주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진주 유등과 임진왜란을 엮는 게 무슨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진주 유등축제는 역사성을 보강해야 한다. 뿌리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발제를 담당한 신용민 경상대학교 교수 역시 "유등축제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학계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분명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맞다"고 대답했다. 신 교수는 진주시에서 전문가들 초청해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2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참가자들 대부분과 시의원들은 공청회 끝까지 자리를 지켜 유등축제 무료화 정책에 대한 지역사회의 깊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