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약자들의 손을 놓지 않았던 그

허탈하다. 비통하다. 마음이 부서진다.

그 마음이 내게 말을 건넨다. 귀 기울여보니 노회찬, 그가 내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것 같다. 그의 온기 있는 치유의 언어들이 생각났다. 그 언어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 편이 사라졌다. 우리의 ‘호빵맨’이 사라졌다. 외로움이 다가온다. 하지만 이 고독감을 혼자 감당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기에 머지않아 새 힘이 솟아날 것을 믿는다.

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다. 여러 생각이 든다. 자유인인 그는 이제 죽음의 주인이 된 것일까. 그는 앞으로의 비참함,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했을까. 그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던 것일까.

▲ 2016년 총선 당시, 이종관 씨 

몇 안 되는 진보세력, 그 중심에 섰던 그다. 사람들은 그의 생명은 사회변혁을 바라는 국민의 것이었다며 비통함을 드러낸다. 그를 진보 정당만 보고 살아온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진보정당을 허락하지 않는 한국에서 진보 정당, 진보 정치를 이끌었던 그의 삶은 어떠한 삶이었을까. 계란을 들고 바위 앞에 선 그의 모습이 상상된다.

노회찬은 끝까지 진보 정당과 함께 했다. 사회적 약자와 연대했다. 그들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의 손을 놓지 못 하겠다. 우리당 사람들은 “그가 할 일이 많은데”라며 눈물을 훔친다. 허망함의 표현인 이 말보다 더 아픈 말은 없다.

정의당원으로서 진보 정당이 처한 상황을 경험해왔다. 진보 정당에 한국 사회가 가하는 압력은 암묵적이면서도 강력하다. 청렴에 대한 요구는 그 가운데 하나다.

극단적인 자들은 잔치국수를 먹고, 일부 언론은 지면 1면을 교묘히 편집하여 희롱한다. 이들의 희롱보다 두려운 건 진보에 대한 일방향적인 비난이다. 진보세력이 하지 않은 말과 일들로 비난받는 건 일상이 됐다. 문제에 대한 대안을 내놓더라도 대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중적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위선적이라며 도덕적 결함을 찾으려 혈안인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의 인식을 불평했고, 곧잘 분노했다.

노회찬은 달랐다. 그는 절실함을 갖고 시대와 접점을 찾아 나아갔다. 노동 운동, 진보 정당의 계보를 이어가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진보 정치의 험난한 굴곡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현실 세계의 대중들과 대면했다. 그는 진보정당이 현실 세계의 대중 정당이 될 것을 주문했다. 대중의 언어로 권력의 부당함과 싸웠다. 그는 강경보수와 온건보수로 구축된 한국 정당정치의 구조를 극복하고자 했으며,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우리들의 가치로 삼자고 했다. ‘노회찬 정신’이었다.

수많은 마음들이 그를 애도하며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의 꿈이 우리의 꿈이라고 말한다. 노회찬 형 때문에 다음 생이 또 있었으면 좋겠다는 유시민의 말은 가슴을 울린다. 노회찬은 그동안 짊어진 짐을 풀어 놓고 이제 우리 머리 위에 뜬 샛노란 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삶이 그러했듯이 다른 별들과 함께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며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고인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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