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적 협회운영, 정치 발판에 이용했다”며 회장 불신임 논의

지역 배드민턴 동호인 3천여 명이 소속된 진주시배드민턴협회(회장 하삼봉)가 ‘전국 선수등록제’ 강행 문제와 협회장의 독선 문제로 내홍을 앓고 있다.

진주시 관내 35개 배드민턴 클럽 회장단은 오는 19일 긴급 모임을 열어 경남도협회 탈회 문제와 진주시 협회 운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의 한 주제로 하삼봉 회장의 해임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 7월 1일 긴급 회의를 열어 경남도 배드민턴 협회가 추진하는 ‘전국 선수등록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결의해 시협회에 전달했다. (반대 31, 찬성, 1, 보류 3).

경남도 배드민턴협회(협회장 이만기)는 지난 4월 15일 임시총회를 열어 도내 모든 협회 소속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선수등록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결정 내용을 시행한 것이었다.

 

▲ 진주시배드민턴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이다. 제일 아래 좌측 네 번째가 하삼봉 진주시배드민턴협회 회장이고, 다섯 번째가 이만기 경상남도배드민턴협회 회장이다.

문제는 선수등록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호인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무리하게 강행해 반발을 사게 됐다는 점이다. 경남도협회는 “선수등록제를 시행하지 않는 협회 동호인들은 도내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대회에 참가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내용을 각 시군 협회에 전달했다.

동호인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초 경남도 협회비로 단위 클럽당 20만원을 입금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롭게 시행하는 선수등록제를 내세워 ‘대회 참가자격 박탈’까지 거론하는 강압적인 태도 때문이다.

가장 먼저 창원시협회가 경남도협회 탈퇴를 선언했고, 사천시협회도 등록제 반대와 협회 탈퇴를 선언했다. 진주시협회 회장단도 동회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7월1일 회의에서 선수등록제 반대를 결의하고,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타 지역과 달리 진주시 협회는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동호인들의 지속적인 반대의사를 묵살하고, 하삼봉 협회장이 독선적인 회의 운영으로 선수등록제를 밀어붙이려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진주지역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들은 긴급 회의를 수차례 소집해 선수등록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고, 이에 더해 시 협회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까지 포함한 협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이다.

명석배드민턴 클럽 정순도 회장은 “선수 등록제 추진 과정에 클럽 대표와 동호인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순수 동호인들의 지출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진주협회가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선수 등록제를 추진해 반발을 불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회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후보로 출마해 협회 영향력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았다는 비판도 동호인들로부터 받고 있다.

지역 한 동호회 회장이 낸 해임건의안에는 “하회장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리더십과, 정치색 진은 행사 진행, 선거를 앞두고 이창희 전시장을 여성부 행사에 동원해 연설을 듣게 한 점, 협회를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은 점” 등을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각종 대회에서 지역 대표 선수로 뛰고 있는 A씨는 “하 회장이 동호인들이 선수등록제 가입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앞으로 생활체육관이나 학교에서 운동을 못하게 막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다닌다는 말도 들린다”며 “하 회장이 협회를 자신의 정치적 발판 정도로만 생각하는 현재 상황에서 순수한 배드민턴 동호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도 협회에 확인한 결과 진주시협회는 아직까지 탈퇴 처리가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6일 진주시협회가 진주시 전체 동호인들에게 단체 문자로 보낸 메시지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시협회가 발송한 문자는 “동호인선수등록제 시행에 대해 대의원 총회에서 부결되어(시행반대) 진주협회는 오늘부로 경남배드민턴협회 탈회가 되어, 대한배드민턴협회 주최 대회 및 경남전체 대회에 참가할 수 없음을 공지합니다. 진주대회만 참가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이다.

경남배드민턴협회 하창희 차장은 “상위 단체인 경남배드민턴협회 총회의 결정인 선수등록제 추진과 관련하여 경남 각 시군협회에서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진주 등 몇 군데 자치단체의 경우 클럽 동호인의 반발로 선수 등록제를 안 하겠다는 상황”이라면서도 “진주협회 차원에서 탈퇴요구서가 접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배드민턴협회 하삼봉 회장은 “진주시가 선수 등록제에 반대를 했기 때문에 경상남도 협회에서 탈회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비록 도협회에서는 탈회가 안 됐다지만, 결국엔 탈회를 당할 것이기에 ‘출전 금지’ 문자를 보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선수등록제 문제에 대해서는 “동호인들 중 다수가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고, 일부 세력이 나를 음해하기 위해 벌이는 악의적인 여론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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