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소통 강조한 조규일 시장, 1호 법안부터 ‘삐끗’?

진주시가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을 만들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심지어 주민의 참여마저 원칙적으로 배제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진주시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진주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 했다.

이 조례안은 조규일 시장 임기 중 첫 번째 입법예고 된 법안이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시민들의 시정 참여를 강조한 조 시장의 의지가 담긴 조례안이다. 새롭게 구성된 8대 시의회 역시 회의가 소집되면 심의할 첫 번째 조례안으로 여러모로 상징성이 큰 법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상징성 있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조례안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오히려 진의가 퇴색된 느낌이다.

 

▲ 진주시청

시민 참여는 NO, 공무원 참여는 OK

각 자치단체는 주민참여예산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두고 있다. 대다수 자치단체에서 위원회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은 누구든 공개모집 절차에 의해 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 시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사회적 약자 포함과 같이 일반 시민이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진주시는 이와 정반대로 일반 시민이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문을 닫아버렸다. 진주시가 마련한 조례안을 보면 주민참여예산제의 기능을 ‘진주시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가 대행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시민이 참여한 위원회가 아닌 기존에 진주시 공무원과 교수, 전문가, 일부 단체사람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위원회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이 자신의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는 조항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진주시는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 15명 전원은 비공개 처리해서 그 면면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진주시는 “명단은 공개할 수 없지만,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절반가량이 공무원, 나머지는 해당 전문가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귀띔했다.

 

▲ 진주시는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 명단을 비공개로 해놓았다. 진주시가 2015년에 여러 언론사를 통해 위원회 회의 사진을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주시는 보안상의 이유로 비공개라는 우스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위원회가 없고,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이 없다보니 당연히 주민참여예산과 관련된 직무, 운영원칙 등 세부 사항이 존재할 리가 없다.

진주시가 시민이 참여하지도 못하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자체가 없는 이상한 주민참여예산조례안이 만들어 놓고 주민참여와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논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조정협의회, 연구회, 예산학교 모두 다 NO, NO, NO

진주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만 없앤 것이 아니라 위원회 역할을 보조하고 연구, 심의하는 주민참여예산기구마저 모두 없앴다.

지난 2월 28일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주민참여예산기구의 설치 근거가 마련됐다.

다른 자치단체들은 전문적인 예산심의 기구인 ‘참여예산조정협의회’, 주민참여예산제의 정책수립과 연구개발을 위한 ‘주민참여예산제연구회’, 시민들의 예산 참여를 보장하고 이해를 돕는 ‘예산학교’ 등과 같은 주민 참여 기구의 설치와 기능을 강제하는 내용을 조례안에 담았다. 자치단체마다 건전하고 투명한 예산 운영을 위해 여러 기구를 둬 제도적인 뒷받침 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진주시는 정부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비롯한 주민참여예산기구 설치 권고마저 무시한 채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진주참여연대 심인경 사무처장은 “주민참여예산제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게 본래의 목적”이라며 “진주시가 이번에 마련한 주민참여예산제 개정안은 주민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심 처장은 “공무원이 과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위원회를 주민참여예산위원회로 대체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라며 “지방재정계획심의회의 기능인 지방재정계획 수립과 민간투자사업 심의는 주민참여예산제에서 논의될 사항과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진주시는 “이제 주민참여예산과 관련해서 진주시는 첫걸음을 떼는 단계”라며 시행착오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따로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진주시 관계자는 “진주시에 너무 많은 위원회가 있어 위원회를 또 따로 두는 것이 맞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기능이 비슷한 위원회를 활용하되 시민 구성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이달 25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오는 9월 시의회 심의를 거친 뒤 본회의에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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