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명령이다. 전교조를 돌려놓으라!!!

*** 전교조 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계신다. 지난 89년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교육민주화, 사회민주화 투쟁에 누구보다 앞장서셨고 이에 따른 해직의 고통을 오랜 세월 감내하셨던 선생님들이다. 진주지역에서는 당시 16명의 선생님들이 해직되셨는데 글을 늘어뜨리는 걸 편집장이 싫어하는 관계로 몇몇 분들만 간략히 소개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호진 선생님

선생님은 진주상고(현 경남정보고)에서 89년 전교조 출범과 함께 해직되셨다. 무슨 과목을 맡으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호리호리한 체격에 강단 있는 외모가 눈앞에 삼삼하다. 해직 후 시민운동에도 헌신적이셨다. 각종 집회에서 선생님을 뵐 수 있었고 사무실로 걸려오는 선생님의 전화는 가급적 받아서 전교조 관련 행사와 교육문제를 조금이라도 기사화 하려고 애를 썼다. 만나 뵐 때마다 이런저런 교육관련 현안을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기자에게 자상히 말씀해 주곤 하셔서 하루하루 기삿거리를 찾아 헤매던 나는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을 이제야 전한다.

▲ 박흥준

권명숙 선생님

선생님은 삼현여고에서 해직되셨다. 미혼의 국어선생님으로 기억하는데 만나 뵐 때마다 해직과는 무관하게 매우 쾌활하고 씩씩한 모습이어서 나에게 귀감이 되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개학에 맞추어 출근투쟁을 하실 때 삼현여고 교무실까지 카메라 기자와 함께 팔로우(동행취재)했다. 곱게 차려 입으시고 웃으며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창문에 매달린 수백 명의 여고생들이 일제히 선생님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교무실 풍경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모두들 눈이 마주칠까 전전긍긍하고 선생님 대신 새로 채용된 어떤 여선생님이 선생님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하던 장면이 지금도 뇌리에 선하다. “어떻게 이런 자리에 오실 수 있지요?” 권명숙 선생님의 차분한 질문에 그 분은 고개를 숙이고 말씀이 없으셨다.

정영부 선생님

선생님은 대동기계공고에서 해직되셨다. 기계일반을 가르치셨는데 가냘픈 외모에 조용조용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새롭다. 지병(신부전증)이 있어서 매사에 조심하셔야 했는데도 투쟁일선에 빠짐없이 나서 몸을 아끼지 않으셨다. ‘통일염원 시민대회’였던가? 어떤 집회에서 연행당하실 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형사들이 선생님의 양 팔을 낚아채 끌고 갈 때였다. “그 분은 환자예요. 하루 한 번 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라구요!”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이 소리치며 선생님의 연행을 막았는데 끝내 선생님은 거리에서 끌려가시고 말았다. 10년 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선생님들이 모두 복직하셨는데 정영부 선생님은 복직교사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조창래 선생님

선생님은 권명숙 선생님과 함께 삼현여고에서 해직되셨다. 역사 과목을 가르치셨는데 약간 큰 목소리와 기자에게도 이리저리 지시하고 나무라기도 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계셨다. 강남동 전교조 진주지회 사무실에 들르면 항상 자리를 지키고 기자를 반겨주셨다. 거의 모든 운동단체들이 명맥만 유지하면서 투쟁역량이 고갈됐던 90년대 초반, 깃발 들고 나서는 세력은 전교조가 유일했을 때 선생님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투쟁을 이끄시다가 백골단의 발길질에 휘청 허리를 꺾은 뒤 경찰에 끌려가셨다. 황급히 따라 들어간 조사계 사무실. 선생님은 형사의 책상 앞 의자에 앉아계셨다. “어이. 박 기자. 담배 한 대 가져 와!!” 담배에 불을 붙여 물려드렸더니 선생님은 와글거리는 형사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동그라미를 천장에 맛있게 그리셨다. 조창래 선생님을 생각하면 나 역시 그 날 그 현장에서 휩쓸려 연행당하다가 기자신분을 내세우며 경찰에게 쌍욕을 퍼부어서 옷이 찢어진 채 즉석방면된 씁쓸한 기억이 함께 떠오른다.

이영주 선생님

선생님을 빠뜨리면 섭섭해 하실 것 같아서 글이 길어지지만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선생님은 사천의 어느 중학교인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해직되셨다. 전교조 창립과 함께 경남지부장을 맡는 바람에 어떤 건(件)인지 생각이 잘 나지는 않는데 하여튼 본보기(?)로 즉각 구속됐고 옥고를 치르셨다. 형을 살고 나온 뒤 옥중 단식투쟁과 징벌방에 갇혀 개밥을 핥던 사연, 허리를 뒤로 꺾어 온 몸을 포승으로 칭칭 묶고 땡볕에 서너 시간 방치하는 바람에 온 몸을 땀으로 목욕하고 기절했던 경험 등을 술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얼굴로 흥미진진(?) 말씀하셔서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전교조 사무처장을 지내기도 하셨다.

전교조를 돌려놓으라

몇 년 전 박근혜 정부는 해직교사 몇 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트집을 잡아 행정처분을 통해 합법노조인 전교조를 단칼에 법 밖으로 밀어냈다. 이후 전교조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법외노조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단체협상도 하지 못 하고 전임자도 인정받지 못 해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적폐를 청산하고 이 땅의 민주화를 공고히 하며 노예교육이 아닌 인간교육을 하겠다는 전교조를 문재인 정부가 아직까지 울 밖에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와 문재인은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행정처분을 직권취소하면 간단히 끝날 일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 쉬운 일은 하지 않고 법원판결(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을 기다려야 한다느니 3권분립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며 이런저런 핑계만 대고 있다. 해고조합원도 조합원이라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은 해당 노동조합의 규약에 정할 일이지 정부가 행정처분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대상이 아니다. 박근혜의 행정처분은 따라서 잘못된 것이며 잘못된 일은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 간단한 일을 하기가 그리 어려운가! 문재인 정부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촛불의 명령이다. 전교조를 돌려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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