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강철기 교수 진주시 공원일몰제 대비책에 쓴소리

어쩌면 2020년 7월 1일부터 우리 주변의 많은 공원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2020년 6월 말까지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으면 도시계획결정이 실효됨에 따라 공원에서 해제되는 도시공원일몰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진주시에도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진주시는 현재 21개의 도시공원이 있다. ‘도시의 허파’라는 공원을 진주시는 지킬 수 있을까

22일 도시공원일몰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중 강연과 연구를 해온 경상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강철기 교수를 <단디뉴스>가 만났다. 강 교수는 진주시 도시일몰제 대응 정책 추진에 ‘목표가 없다’, ‘순서가 틀렸다’,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와 같은 직언을 쏟아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강철기 경상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

 

진주시 공원 80%가 2년 뒤 사라질 수도

진주시 공원녹지 정책, 민간 업체 손에 맡겨줘

진주시 공포 도시(공원을 포기하는 도시)되선 안 돼

 

▲ 도시공원일몰제라는 말이 생소하다

“진주시 공원 80%가 2년 뒤에 사라질 수 있다. 공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개념 차이는 있지만 같은 도시계획 시설인 학교, 도로, 가로등 이런 게 2년 후 80%가 없어진다고 상상하면 된다. 공원이 사라진다는 것 역시 사회에 굉장히 큰 혼란을 가져온다. 지금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피부로 느끼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 도시공원일몰제가 생긴 배경이 뭔가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도시공원에는 국공유지도 있지만 개인 사유지도 있다. 사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재산권을 침해 받는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왔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20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향후 20년 내에 도시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도시 공원의 효력을 상실한다’ 는 판결을 내렸다. 2020년 6월까지 도시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2020년 7월 1일부터 우리 주변의 많은 도시공원들이 해가 지면 깜깜해지듯 조용히 사라진다.”

▲ 진주시는 어떤가

“진주시 전체 면적의 1.5%가 도시공원이다. 면적으로는 10.7㎢ 정도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약 300만평 정도가 도시공원이다. 이중 80%가 도시공원일몰제 대상이다. 심각한건 그 중 75%가 사유지다. 현재 진주시는 21개 공원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으로 구분해 놓았다.”

▲ 진주시는 도시공원일몰제에 대비하고 있는가

“75%의 사유지 즉 면적 6.5㎢에 해당하는 토지를 진주시가 매입해 버리면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주시는 1㎢에 삼 만원을 곱해 약 2000억 원이 있으면 해결된다고 추정했다. 올 4월 자료에서 말이다. 6월에 진주시가 낸 보도자료를 보니 이제는 3000억 원 이상의 보상액이 든다고 추정했다. 두 달 사이에 2000억에서 3000억이 된 거다. 물론 보상비가 크고, 시비로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어 정확한 수치를 내기 어려운 점은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목표치가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처방이 내려질게 아닌가. 전혀 신뢰성 없는 수치다. 진단부터 잘 못하고 있다. 진주시 정책 추진 우선순위에 있어 공원은 뒤로 미뤄져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 진주시가 두 손 놓고 있단 말인가

“진주시도 나름대로 애쓰고는 있다. 발등에 불은 떨어 졌다. 21개 공원 중 난개발이 우려되는 비봉, 선학, 금산 공원 등은 국비를 확보해 조성 중에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으로 예산 집행에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금년 3월에는 공원녹지기본계획 용역을 착수해서 각 공원별 도시일몰제 관련된 세부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년 3월에 용역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 2020년 7월까지 15개월 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 기간 동안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의문점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장재공원과 가좌공원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방식으로 민간업자가 개발 하려고 준비 중이다.”

▲ 민간 업자가 공원을 개발한다는 말인가

“민간 업자가 70%는 공원을 조성하고, 30%는 비공원시설 대체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진주시가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진주시 기준이다. 자치단체마다 융통성 있게 정한다. 광주시 같은 경우는 민간업자가 90%를 공원으로 짓도록 했다. 최근 기자회견도 했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진주시가 특정업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업을 미리 진행한다고 의심한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방식 자체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제3자 공모 방식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 사실 오래전부터 민간업자가 공원 개발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은 돌았다. 이 민간업자가 그 지역을 개발해 보겠다고 하면서 진주시에 제안서를 가지고 두 발로 먼저 찾아 간 거다. 진주시는 다른 안을 받아 보기 위해 공모를 이달 초에 냈다. 문제는 최초 업체에게 5%의 인센티브를 준다는 점이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주장도 일리가 있다. 진주시가 정보를 꽁꽁 사매고 있는 건 사실이다.”

▲ 진주시 사업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제3자 공모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하지 않는다. 자치단체가 대상 공원을 선정하면 다수의 민간업체로부터 동시에 제안서를 제출 받는 방식인 ‘다수 제안방식’을 활용한다. 이웃 동네 창원이 그렇다. 창원시가 기준을 정해놓고, 같은 자격, 같은 조건으로 들어와 경쟁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진주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제3자 공모 방식을 취했다. 진주시는 제안서 평가표를 공정성 있고, 공공성을 기준으로 작성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진주시의 공원녹지에 중요한 사안을 심의 하고 자문하는 기구로는 진주시 도시공원위원회라고 있다. 이 위원회 심의 결과 평가표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순서가 잘못됐다. 도시공원위원회는 진주시의 공원 녹지 중요 정책을 심의, 자문하게 돼 있다. 가장 중요한 사업 추진 방식은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와 자문을 거치지 않고, 평가표만 가지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 최초 제안업체와 진주시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상황에 따라서는 진주시 공원녹지 정책의 근간이 민간업체 손에서 좌지우지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진주시가 정책의 중심을 잡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업체의 얘기를 듣고 사업 방식을 결정했다는 이상한 구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제대로 된 순서는 진주시가 공원일몰제가 다가오니 비용은 얼마 들고, 진주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찾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다. 그 후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니 민간업체 제안을 받아 보는 사업 추진 방식을 선택해서 공모를 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이건 반대로 진주시는 손 놓고 있다가 민간 업체가 와서 ‘우리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러니 진주시가 ‘좋은 생각이다’라고 맞장구치는 것 밖에 안 된다. 어떤 방식이 좋다고 절대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진주시 정책 추진 순서는 잘못됐다.”

▲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일몰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외엔 없다. 우선관리지역과 연결 토지를 고려해서 공원조성 우선 대상지를 선정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정확한 사업비를 추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두 달 사이 사업비가 천 원이 오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제도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난개발이 예상되는 곳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어 보호해야 한다. 어디를 보호하고, 어디에 예산을 확보해 개발할지 정해야 한다. 느닷없이 민간공원 특례사업만 추진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체 큰 골격이 만들어 지고 그 안에 세부 계획이 들어가야 하는데 순서가 반대로 됐다. 전체 틀부터 차근히 다시 만들어야 한다. 시민단체 주장도 들어봐야 한다. 진주시가 소통해야 한다. 같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 지금까지 진주시 공원녹지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놔 있다 했다. 7월 새로운 시장 임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시장의 핵심 기치가 부강 진주로 알고 있다. 물질적, 경제적 부강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된다. 정신적, 문화적으로 부강한 진주가 되어야 한다. 공원녹지정책에 있어 부강이라는 말이 다소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시장 마인드가 중요하다. 시민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민소통위원회는 좋아 보인다. 공원은 시민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예산에 있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기대 반, 걱정 반 이다.”

▲ 푸른 시장을 주장한다

“진주시는 무슨 도시인가. 시장이 바뀌면 구호도 바뀐다. 새 시장은 부강 진주, 지금 시장은 편한 진주, 그 전 시장은 희망 진주이다. 다들 장점이 있겠지만 진주는 푸른 도시가 맞다. 굳이 공원이 아니라도 진주에는 공원 역할을 하는 많은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큰 자산이다. 도시일몰제로 이제 진주시가 공포(공원을 포기하는 도시)도시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정말 horror city(공포 도시)가 된다. 도시가 푸르러야 부강한 도시가 된다. 공원을 통째로 넘겨서는 안 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아파트보다 왜 공원인가

“우리 생활공간에 나무가 없다고 상상해 보자. 삭막 그 자체다. 건물과 마당이 있다. 어느 단어가 먼저 마음속에 들어오나. 개인적으로 마당이 좋다. 마당은 주변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집과 건물을 높게 짓고 있다. 블랙이다. 하지만 그 주변은 화이트다. 푸른 강으로 칠하고, 녹색의 나무로 메꿀 수 있다. 현대 도시는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 공원 녹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세상은 지났다.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가 지금의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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