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요즘 노동자들의 화두는 단언컨대 최저임금이다. 2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도 아니고 조만간 있을 북미정상회담도 아니다. 촛불혁명에 힘입어 겨우 7천 원 대에 턱걸이했던 최저임금이 시행 5개월 만에 일대 위기를 맞았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동시에 위기의 초입에 들어섰다. 생각해 보라. 소득이 없는데 무슨 ‘소득주도 성장’인가. 오르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무슨 ‘최저임금 인상’인가.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돼 가는지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작 최저임금의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노동하고 하루하루 연명하느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 하고 어리둥절한 지경이다. 어지럽다. 북미관계만 어지러운 게 아니다.

그러면 그렇지. 자고로 있는 놈들이 없는 놈 생각하는 법이 있나. 툭 하면 데려다가 곤장이나 칠 줄 알지, 없는 놈이 밥은 먹었는지 얼마나 힘든지는 그들의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이 땅에 사유재산이 생기고 계급이 발생한 뒤 누천년 동안, 있는 놈들은 없는 놈들을 쥐어짜 악착같이 재산을 불리고, 없는 놈들은 단말마의 비명 속에 숨을 거두는 게 일상이었다. 역사가 가르쳐 준 이 익숙한 풍경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세 끼 밥이 곧 하늘이어서 최저임금은 그들의 생명이나 다름없는데, 있는 놈들은 없는 놈들이 밥은 먹었는지 그래서 일할 힘은 있는지조차 전혀 알려 하지 않는다.

▲ 박흥준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 주었다가 빼앗는, 아니 오래 전에 왕창 빼앗아서 조금씩 돌려주다가 그것마저 빼앗는 행위는 다름 아닌 패륜(悖倫)이다. 동학의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을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엊그제 온갖 구실을 지어내며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맹자의 가르침을 그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책 속에 가두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정신을 가르쳤던 부처님도 개무시해 버렸다. 따라서 영락 없는 패륜이다.

그 사람들도 고양이 쥐 생각을 조금은 했는데 ‘문 닫는 도시 자영업’, ‘고통받는 중소기업’ 어쩌구 한 게 바로 그것이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았다. ‘문 닫는 도시 자영업’은 ‘1인 업소’가 대부분이라는 게 통계로 뒷받침되고 있어서 문 닫는 까닭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경기침체나 트렌드의 변화, 가처분소득의 감소 등등이 바로 그것이지 오직 최저임금 탓만은 아니다. ‘고통받는 중소기업’ 어쩌구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온갖 갑질과 운전자금 조달에 따르는 높은 대출이자 등등에 고통받는 것이지 그 알량한 최저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영어와 수학에만 능통했던 그 명석한 머리로 그 사람들은 그럴 듯한 간계(奸計)를 생각해 냈는데 이른 바 ‘정상참작론’이 그것이다. “우리(그 사람들)가 이만큼 애를 썼으니 너희(자본가)들도 내년 최저임금은 좀 알아서 조금만 생각해 달라”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하소연을 그들은 찾아냈다. 민주노총이 국회에 밀고 들어가고 한국노총이 최저임금심의위원회를 탈퇴하고 지방선거가 눈앞이어서 표 계산이 복잡하다 보니 어지간히 다급하기도 했을 터. 겨우 생각해 낸 간계로 주인인 유권자(노동자)를 참으로 무참하게 만드는 이 따위 인간들을 우리는 우리의 대표로 뽑아 월 천만 원이 넘는 급여(세비)를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무조건 주고, 거기에 덧대 월 천만 원이 넘는 활동비까지 지급하고 있다. 똥개도 하물며 밥을 주는 주인은 알아보고 꼬리를 흔드는 법인데...

그 사람들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바로 가진 자들, 정확히 말해서 일찌감치 왕창 빼앗아 곳간을 채운 자들을 대변한다. 민주당이든 자유당이든 임금에 관한 한, 노동에 관한 한 이해가 일치한다. 온갖 감언이설로 노동자의 표를 긁어모아 당선한 뒤, 노동자의 대척점에 굳건히 서 있는 자본가들의 온갖 이해와 탐욕을 대변하는 그들. 노동자들이 일으킨 파도에 배가 뒤집히기를 자초하는 그들. 횃불이 또 한 번 타오르고 거대한 물결이 광야를 뒤덮길 결과적으로 기다리는 그들. 그렇게 되면 그들조차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치를 애써 외면하는 그들. 그들을 도대체 어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남편이 퇴직한 뒤 몇 푼 안 되는 국민연금으로 3년째 연명해 오던 A씨는 집에서 음풍농월(吟風弄月)이나 하고 있는 남편을 보다 못해, 정확히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 해 지금 딸기 선별과 토마토 포장, 감꽃 솎기와 옷가게 알바를 가리지 않고 뛰어 다닌다. 어렵고 빠듯한 와중에도 올 초 기쁜 일이 하나 있었으니 최저임금이 7천 원 대에 드디어 진입했다는 소식이 그것이었다. 기쁨은 잠시. A씨는 업무의 성격상 상여금은 없지만 교통비와 식비, 야근비와 약간의 수당 등이 몇 군데 일터에는 있어서 요즘 낙심천만의 우울한 터널을 어둡게 걷고 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