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각 당의 의지가 미약해 안타깝고 답답"

지방선거의 열기가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다.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시민이 행복한 진주를 만들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온, 오프라인을 통해서 외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 중의 하나인 ‘성평등한 진주’는 각 후보들의 마음속에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전국 17곳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공천한 사람들을 우리나라 지도에 배치한 사진이었다. 지도상의 각 광역단체와 연결된 후보들의 사진은 모두 같은 성별, 남성의 사진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을 한 장의 사진으로 이처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시각적 이미지로 이처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는 경험은 새삼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 강문순 칼럼니스트

보도에 의하면, 경남의 18개 시·군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로 공천된 사람들 중에서 모든 당을 합쳐 여성은 통영시장 대한애국당 후보 단 1명이라고 한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그 여성을 대표하는 후보는 17 : 0이거나 18 : 1인 이것이 여성의 현실이다. 중앙정치권에서는 원내 3당의 대표가 여성이고, 여성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간혹 있지만, 지역으로 내려오면 여성의 정치 대표성은 이렇게 현저하게 줄어들고 마는 것이다. 그나마 도의원, 시의원 선거에 몇 명의 여성이 공천을 받아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여성 공천자 수가 적은 것에 대해서 각 당에서는 여성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등의 여러 이유를 들어 변명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당의 지도부가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비전과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의지가 있다면 인재풀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부터 거세게 불어 닥쳤던 미투운동이나, 동일한 범죄에 동일한 수사태도를 보이라는 얼마 전의 시위가 제기하고자 한 것은 개인이 당했던, 그리고 참고 억눌러 와야 했던 여성의 피해들이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차별받고, 배제되고, 대상화되는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민주사회’가 될 수 없다는 외침이고 이제 그것을 변화시키라는 강력한 요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의 결과를 보면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가 아주 멀게만 들리는 듯하다.

여성들의 경험을 들을 기회가 없거나(17 : 0), 너무나 작은 목소리여서(18 : 1) 스쳐지나가 버리게 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번 공천으로 나타난 여성의 과소대표성은 여성들의 요구와 바람을 듣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적인 삶의 변화는 상징으로서의 여성이 있느냐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사결정에서 목소리를 각인시킬 수 있을 만큼의 숫자가 있어야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각 당의 의지가 아직 미약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그럼에도 이 답답한 마음을 진주에서 선도적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본다. 진주의 후보자들이 성평등한 도시를 만드는 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싶다. 이번 지방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바란다. 성평등한 사회가 되어야만 진정한 민주사회가 된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주기를. 그리하여 진주에서만이라도 불평등, 차별, 배제, 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우선적인 의지를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