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회 방청기]

5월 18일, ‘서민자녀지원교육지원 조례안’이 진주시의회 본회의에서 기습 처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망연했다. 이런 일은 TV에서나 보던 국회의 풍경쯤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진주시에서 일어나다니...

20일 오전 일찍부터 시의회에 갔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강길선 의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직접 듣고 싶어, 추경예산 편성이 있다는 복지산업상임위원회 방청을 신청했다.

서둘러 의회동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함께 간 지인과 방청신청을 했는데 20명으로 제한하는 방청석이 벌써 12석이나 신청이 끝나 있었다. ‘복도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데 누가?’라고 생각했는데 방청시간이 다가오자 복도가 붐비기 시작했다. 서너 번 의회 방청 경험이 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복도가 붐빌 정도의 인원이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저분들은 의회동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사진 찍으시던 분들이신데...어디 다른 도시에서 관광 오셨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나처럼 방청 신청을 한 분들이었다. 그런데 이 분들이 말씀도 참 재밌게 하셨다. 단식 농성하는 야권시의원들 싹 다 통째로 들어내야 한다고도 하시고, 방청 온 우리더러 공무집행 방해니 경찰에 고발해야 한다고도 하시고, 화장실에선 위원장 욕하다 불시에 위원장이 들어오니 급 친절모드로 변하시고....

방청 중 옆에 앉아 곤히 주무시기도 하시고, 방청 수칙도 읽지 않으셨는지 카메라로 이래저래 사진도 야무지게 찍으시다 나중에 다 삭제 당하시고...아무튼 이 좋은 날에 저렇게 곱게들 차려 입으시고, 기침소리도 조심스러운 이 좁은 공간에 왜 와 계신지 의아했는데 나중에 누가 이 분들이 '머시기머시기발전협의회' 회원들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 협의회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는 모르겠지만 복도에서 기다릴 때 ‘어른도 어른다워야 자리도 양보한다’던 어느 엄마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길선 의원은 "자기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34만 진주시민의 뜻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변이라....대변을 얼마나 잘 하셨길래 엄마들이 눈물 글썽이며 절박한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나? 단식하는 의원들에 동조하여 결국 그 차가운 돌바닥에 자리를 깔게 만드나 싶다. 아이들 평등하게 밥 먹이자는 것보다 더 절박한 논리가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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