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우회 6월1일까지 5차례 여성주의 학교 열어

진주여성민우회는 5얼17일부터 6월1일까지 여성주의 학교 ‘정치, 페미니스트가 싸울 자리’라는 주제로 총 5강의 강연을 연다. 이번 강연은 지역사회에서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작은 씨앗을 만들고 아울러 정치가 페미니스트의 ‘싸울 자리’임을 확고히 만들기 위해 준비됐다.

정혜정 진주여성민우회 대표는 17일 “남성에게 독점적인 정치구조는 또 다시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문화에 대한 변혁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의회, 시정을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활동가 역량 기르기 프로젝트로 이번 강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17일 열린 제1강은 강문순 일본군 성노예피해자 진주기림사업회 공동대표가 이끌었다. 그는 이날 ‘여성주의란-페미니즘의 이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2017년을 강타한 미투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여성주의의 개념과 역사 등에 대해 설명했다.

강 대표는 먼저 “2017년 우리를 강타한 미투가 우리에게 해준 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청중들은 이에 “성차별, 강간문화가 지배하는 사회, 내가 나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 “참고 인내하고 내려놓고 못 본 척 살아왔던 사회에서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을 살아 가겠다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강 대표는 이들의 말에 호응했다.

강 대표는 이어 과거에도 미투 운동은 있어왔다며 ‘부천경살서성고문사건’, ‘김학순 할머니의 위안부 문제 증언’, 2003년부터 계속돼온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이 예전보다 조금 바뀌긴 했다”며 올해 미투, 위드유 운동이 활성화된 점을 들고 “사람들이 그동안은 말을 해도 듣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은 들을 귀가 생겨 다행”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성폭력은 1대1 상황에서 대부분 일어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쉽지만 미투 운동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성폭력 등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투의 저변에는 여성차별, 여성 배제,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환경이 있다”며 이를 가부장제,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강간문화라고 규정했다. 강간문화는 한 성은 강간에 대한 두려움을, 한 성은 상대방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문화를 말한다.

강 대표는 사람들이 강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학자들에 따르면 성폭력 신고율은 적게는 2%, 많게는 10%에 달하는데 2015년에만 수사기관에 2만 7천 건의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다”며 “10%의 신고율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1년에 27만 건의 성폭력 사건이 터지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간 범죄의 문제를 지적했다.

 

▲ 문순 일본군 성노예피해자 진주기림사업회 공동대표가 강연을 펼치고 있다.

강 대표는 미투 운동 뒤 나온 펜스룰은 여성을 배제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펜스룰의 의미에 대해 ▲ 여자들이 없어도 남성들은 잘 할 수 있다는 것 ▲ 남성들이 자신의 욕망에 대해 두려움을 표출하는 것 ▲ 여자는 모두 여우라고 생각하며 여성에 대한 잘못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펜스룰과 같은 개념들로 여성들을 입다물게 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닌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펜스룰은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발언에서 유래된 것으로 미투 운동 후 남성들이 여성과 만남을 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생긴 용어다.

강 대표는 휴머니즘이 아닌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휴머니즘은 여성과 노예를 배제한 개념”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인류는 평등하고 천부인권을 가지고 있다. 단 여성은 예외’라는 루소의 문구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우리는 휴머니즘이 아닌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며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을 차별, 억압한다는 자각 하에 탄생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젠더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시몬 드 보브아르의 문구를 인용하며 “젠더화(성별화된)된 사회가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할 것을 구조화 하며 사회의 불평등을 고착화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통해 이 같은 젠더화를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여성주의는 현재의 가부장적 인식, 언어, 경험, 법제도를 여성 중심으로 바꾸자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했는지 질문하고 그러한 역사 과정에 개입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자는 정치적 상상력”이라 규정하고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어의 변화가 의식의 변화를 가져온다”며 특정 집단의 경험만을 반영한 기존의 언어를 벗어 던지는 게 우선돼야 할 일이라고 들고 그 후“소수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하며, 일상에서 여성억압에 대한 문제를 찾아 그 심각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수자가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정의, 경험에 기반해 사회를 바라보며 가부장제 등의 의미에 균열을 내는 일이 필요하다”며 그 예가 바로 미투운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주여성민우회는 앞으로도 여성주의 학교 ‘정치, 페미니스트가 싸울 자리’라는 주제 하에 4번의 강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2강은 ‘성 주류화정책과 성인지 관점의 이해’라는 주제로 오는 23일, 제3강은 ‘성별영향분석 평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오는 25일, 제4강은 ‘지방정책과 여성정책의 이해’라는 주제로 오는 30일에 열린다. 제5강은 6월1일 ‘총평-정책 모니터링의 실습과 사례’라는 주제로 열린다. 각 강연은 당일 10시30분 진주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개최된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