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원은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과는 다릅니다

"민아 의원아~, 왔나요"

"이사간 줄 알았다. 고마 짤라삔다이~"

동네행사 가면 자주 듣는 소리. 호칭도 여러가집니다. 민아의원부터 똑순이 아지매 왔소~동생, 딸래미 등등....

저는 이런 소리들이 참 좋습니다. 한번은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민아 의원은 도의원, 시장 그런 거 하지 말고 우리 젙에 꽉 붙어있어라이, 맨날 시의원만 해라이....."

"하이고 도의원, 시장을 누가 저한테 시키준답니꺼."

어르신을 보며 장난치듯이 웃었지만 마음 한 쪽이 찡했습니다. 언제나 곁에 두고 만만하게 부를 수 있는 정치인. 넵! 저는 시의원입니다.

이번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논란에서도 시,군의회가 도의회와는 다른 판단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 시민과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자부심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자부심이 무너지려고 하네요.

2006년에 처음 만난 시의회는 아직 정당 공천제의 무서움을 모르는 생기발랄함이 있었습니다. 소신있게 의정 활동을 한 사람은 어김없이 공천에서 미끄러지는 걸 목격하고, 고개 숙이고, 이제는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습니다. 정당공천제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이었는데 그마저도 이제 헛갈립니다.

어제 오후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기습적(?)으로 상정.통과되는 그 지경을 겪고 망연자실 앉았는데 김임섭 전 시의원이 헐레벌떡 왔습니다. 일하다 소식을 듣고 오셨는지 작업복 차림으로 뛰어들어오며 "이기 먼 일이고....? 오데서 시의원들이 못~됐구로, 여의도에서 하는 짓을 하고 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맞습니다. 시의회는 여태 이런 일(기습 상정)이 없었습니다. 이 일을 우째야 쓰겄습니까.

역시 시민의 회초리밖에 답이 없습니다.

도의회 보십시오. 새누리 44, 새정치 2, 노동당1, 무소속1 입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분들 조차 이 숫자 앞에서는 걱정을 하십니다.

진주시의회는 새누리 13, 새정치 1, 무소속 6입니다. (원래는 새누리당 12명이었는데 무소속 한명이 입당해서 13명)

시의회는 도의회만큼 '새누리 싹쓸이'가 힘듭니다.

왜 그럴까요? 시민들이 시의원을 뽑을 때는 사람을 본다는 겁니다. 그 사람을 알고 찍는 다는 겁니다. 정당 공천제 처음 시행될 때는 시의회도 그랬습니다. 20명 한나라당, 저혼자 민주노동당이었으니까요. 그러나 2번째, 3번째 선거 때는 달랐습니다. 시민들이 정당 이전에 사람을 평가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도의원부터는? 그냥 1번을 찍습니다. 어차피 사람을 잘 모르니 평가가 힘들다는 이유입니다.

지금입니다. 저희에겐 시민의 회초리가 절실합니다. 시장, 국회의원처럼 큰 정치는 못해도 동네마다 다니며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네 고민을 함께하는, 큰 이름 나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득달같이 찾아가는 시의원, 그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래서 시장, 국회의원을 두려워하는 시의원이 아니라 오직 시민을 더 두려워하는 시의원이 될 수 있도록 호되게 때려 주십시오. 저희에게 34만 대의 시민 회초리가 얼마나 매서운 지를 똑똑히 깨닫게 해주십시오.

<편집자 주> 이 글을 쓴 강민아 진주시의원(무소속)은 진주시의회 복지산업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진주시 바선거구(상대1동, 상대2동, 하대1동, 하대2동) 3선의원입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