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유쾌하게 말하는 ‘청소년기 성생활’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 섹스를 말하다’ 토크쇼 김순종 기자l승인2018.05.13l수정2018.05.1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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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진주지부는 12일 진주 평거동 아이쿱 자연드림에서 ‘청소년, 섹스를 말하다’는 주제의 토크쇼를 개최하고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는 우리 사회를 비판하며 날 것 그대로의 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날 토크쇼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진주지부의 삼사(닉네임)와 이기(닉네임), 창원지부의 숀(닉네임)의 발제로 시작됐다. 발제 이후에는 청중과 발제자 간의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다.

 

▲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진주지부는 12일 '청소년, 섹스를 말하다'를 주제로 토크쇼를 개최했다.

닉네임 삼사는 ‘자기위로’라는 주제로 발제문을 발표했다.

삼사는 먼저 자위행위를 좋아한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행위를 한다는 걸 말할 수 없었던 건 청소년의 자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자위가 좋다. 애인이 없어 외로워서, 성적 쾌락에 중독돼 그런 것이 아니라 성욕이 있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자위를 즐기고 좋아한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자위를 해왔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이를 밝힐 수 없었던 건 사람들에게서 듣게 될 말과 거기서 올 수치심을 견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청소년의 자위에 대한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지적했다.

삼사는 성교육의 문제가 잘못된 성인식을 갖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성교육을 들을 때 교육을 듣는 청소년의 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며 “그래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느낌이 성욕이라는 것,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행위에 ‘자위’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포르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포르노의 바다에서 성을 배우다보니 남성의 쾌락을 위한 강압적인 섹스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섹스에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며 “내가 좀 더 나은 성교육을 들을 수 있었다면 이러한 끔찍한 생각을 했던 걸 이제와 후회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사는 그러면서 청소년에 대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은 쾌락에 약하고 충동적이라고 대상화하는 건 모순적”이라며 “청소년을 성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성 교육도 청소년의 성생활에 실제 쓰일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비청소년을 넘어 성은 모두에게 삶이며 일상”이라고 강조하고 “왜 청소년에게만 당연한 삶의 한 모습이 억압이라는 장벽으로 다가와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이날 참석한 발제자들의 발제문

닉네임 숀은 ‘파란만장, 섹스생활’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했다.

숀은 먼저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이 청소년의 실제적 삶과 연관이 없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나의 성생활, 도처에 도사리는 위험, 잘못되고 비약적인 지식들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성교육이 단순한 영상강의로 이루어지고, 실제적인 지식을 담보하지 못하면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숀은 청소년의 섹스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인 상대방과 섹스를 하러 모텔에 갔더니 민증을 보여주라고 하거나 여기 출입하다 걸리면 학교와 부모님께 연락한다는 경고장이 붙어있었다”며 “내가 뭘 잘못해서 섹스를 못하나. 어떤 근거로 모텔 출입을 막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청소년인 친구의 경우 모텔이든 자취하는 곳이든 원하는 장소에서 섹스를 한다. 청소년인 나도 욕구가 있고 성생활이 있다. 안정적인 장소에서 섹스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숀은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성에 대한 흔한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화와 배려가 있는 성생활을 할 것을 청중에게 권유하기도 했다. 그는 “섹스를 포르노로 배웠는데 실제 섹스는 상상과 많이 달랐다. 포르노는 대부분 연기이고, 서로가 즐거운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배려가 중요하다”며 “서로의 니즈(needs)에 대해 대화하다보면 기존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소년, 섹스를 말하다' 토크쇼의 포스터

닉네임 이기는 ‘왜 우리는 감추거나 공격받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자신을 섹스토이 모으는 걸 좋아하고, 5살부터 자위를 해온 ‘프로 자위러’라고 소개한 이기는 자신의 성경험을 이야기하며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성을 너무 다르게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기는 콘돔을 사러 갔을 때 받았던 시선, 모텔에 출입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거론하며 비청소년이 제지 없이 콘돔을 사고, 모텔에 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부럽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섹스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라며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성행위는 다르지 않다. 단지 사회의 시선이 다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기는 자신이 자위에 당당하지 못했던 이유를 밝히고 남성과 여성의 자위를 차별적으로 대하는 기성세대의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나는 처녀가 아니지만 그것에 당당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죄책감이나 처녀가 아니라는 슬픔 때문은 아니다. 주위사람들이 이를 알게 됐을 때 나를 바라볼 눈초리와 언행들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은 오빠의 자위를 알게 되자 오빠의 침대 위에 두루마리 휴지를 몰래 올려주었지만, 나의 자위를 알게 됐을 때는 ‘가정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다’며 오열했다”며 여성의 성에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문제 삼았다.

이기는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성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데 청소년에게는 거기에 더해 억압까지 가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억압을 청소년 사이에서의 억압, 비청소년이 청소년에게 가하는 억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기는 먼저 청소년 사이에서의 억압에 대해 “성에 대해 지식이 해박하거나,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내는 여성에게 학교 내 사회는 ‘걸레’라는 별명을 붙인다”며 이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섹스를 말하는 것에 억압을 가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소년들 사이의 억압을 청소년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사회 전반의 억압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게 되는 것은 제대로 된 성교육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청소년이 성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교육을 하지 않고 낙태의 두려움, 죄책감을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며 “그러다보니 섹스를 포르노를 통해 배우게 된다. 그릇된 관념이 자리 잡는다. 결국 청소년의 성과 섹스는 청소년조차도 부끄럽고 감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토크쇼에 참석한 청중들

발제자와 청중들은 이후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아수나로 회원 A씨는 “한국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섹스의 범위는 매우 협소하다. 청년이 아닌 노인과 청소년의 섹스는 정상적인 섹스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억압으로 보이는 데 그래서는 안 된다. 섹스는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C씨는 “중 3때 길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담임이 참고 넘기라고만 해 화가 났다. 20대에 들어 강간을 당할 뻔 한 적도 있다”며 “성교육 교재에 꼭 이런 일들은 가해자의 탓이라는 내용을 담아 교육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들은 동의를 표하며 우리 사회의 성인식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는 이후 ‘청소년, 순수함을 거부한다’라는 이름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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